
페이스북에서, 트럼프 관세 때문에 아이폰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애플이 곤란하게 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일단 아이폰 한 대에 1000달러라고 치고, 제조원가가 보통 절반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 500달러라고 잡아보죠. 여기에 중국산 관세는 54%... 대충 50%라고 하고 250달러가 붙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제조원가가 사실상 750달러가 되는 거니, 이 경우 애플은 1500달러(1499달러)로 가격을 매겨야 합니다(항상 그래왔어요. 애플은 손해 보는 장사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가격이면 팔릴까요?
미국 시장은 애플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보통 20~30%가 팔립니다. 년간 1억 5천만 대(실은 그 이상)를 판다고 치면, 3천-5천만 대를 미국에서 팝니다. 거기에 여긴 비싼 프로 모델 선호도가 높아서, 이익도 더 많이 안겨줍니다. 하지만 가격은 언제나 문제라서, 비싸지면 당연히 지갑은 닫히고, 기존에 쓰던 폰을 그냥 계속 쓰자는 사람이 늡니다.
사실 미국에 아이폰이 많이 팔리는 것도, 2년 지나 교체하는 프로그램이나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 활용하면 많이 저렴해지는 것이 있어서 그런 거라서요. 1000달러까진 몰라도 1500달러가 되면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확 늘어서 어렵습니다(특정 요금제를 쓰면 매달 아이폰 할부 요금을 깎아주는 형식으로 계약한다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른 나라랑 크게 차이 나는 가격을 매길 수도 없는 노릇인데(아이폰은 가격 역시 브랜드입니다.), 같은 값으로 출시할 경우 1500달러는 대충 220만 원입니다. 아이폰 프로 가격이 220만 원부터 시작하면, 사시겠습니까? 그럴 사람 없어요. 딴 나라에 안 팔겠단 얘기죠. 지금도 비싸단 얘기가 나와서, 매년 제조원가 상승하는 걸 애플이 그냥 흡수하는 형편인데요(꼼수는 부립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제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당장 공장 만들 시간이나 인력도 부족하지만,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랄까, 그런 것이 이미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라서 그렇습니다. 애당초 애플이 전에 미국 공장 없애고 해외로 옮긴 이유가, 미국에서 만든 물건 품질이 엉망이라서 그랬던 거기도 했고요. 공장 하나 세워서 제품을 만들던 시절은 옛날에 지나갔습니다.
공급망도 문제죠. 아이폰 부품 중에, 미국 입장에선 수입품이 아닌 것도 별로 없습니다. 억지로 하려고 해도 뭐 이익이 남아야 할 텐데, 농담 아니고 진짜로 미국에 아이폰 공장 하나 짓는다고 별 의미가 없어요. 관계사 협력사 죄다 미국 바깥에 있는데 거기도 다 들어오라고 할 수도 없고. 들어와도 일할 사람도 없...
거꾸로 보면 애플은 폭스콘(아이폰 실 제조사)이 노동자들 후려친(... 악명 높습니다.) 결과로 비싼 제품을 높은 마진에 팔 수 있는 겁니다만.
애플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관세는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긴 어려운 상황이랄까요. 무엇보다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사람들이 중국에서 공장 뺐던 게 트럼프 1기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딴 나라로 이전했더니 또 뒤통수 맞았습니다. 이러다 좀 있다 또 대통령 바뀌거나 그러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협력사 후려쳐서 부품값 내리고(... 근데 이미 후려칠 만큼 후려치고 있...), 쓰던 부품 재활용해서 원가 절감하고, 뭐 그런 건데... 올해 발표될 아이폰 17은 디자인 체인지 모델이네요? (아이폰은 디자인을 바꿀 때마다 판매량이 뜁니다. 제조원가도 뛰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주기적으로 디자인 개선해야 합니다.) 이미 제품 생산 계획은 2026년까지 다 잡혀 있을 테고...
어쩌면 제품마다 100달러 정도 인상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예상처럼 300달러는 무리고, 그 정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보입니다. 다만 경기 부진과 겹쳐서, 100달러만 올려도 판매량 많이 줄 거예요. 정말로, 트럼프 덕분에 가장 골 때리는 상황에 처한 기업이 됐네요. 뭐, 엔비디아보단 낫겠지만요...
아 그런데 이 글 쓰자마자, 애플이 관세 인상 전에 화물기 5대 띄워서 미리 미국 애플 스토어에 아이폰 재고 물량 비축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팀 쿡 아저씨, 열심히 일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