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중고로 보스 QC 헤드폰을 샀습니다. 장거리 여행할 일이 생겨서, 아무래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다-하고 알아보고 있는데, 이렇게 됐네요. 왜냐하면 ... 12만 원에 올라온 물건을 발견했거든요.
원래 알아보고 있던 건 QCY의 H3입니다. 전 원래 헤드폰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10년 전까진 잘 썼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음질이고 뭐고 필요 없고 노이즈 캔슬링만 잘되면 돼! 저렴하면 돼! 이러고 있었거든요.
... 오죽하면 헤드폰 말고 3M 헤드폰 스타일 귀마개를 살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까요.
그런데 헷갈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QCY가 H3가 H3 pro, H3 lite 등 종류가 많네요? H4도 있네요? 잠깐 신경 안 쓴 사이 엄청 새끼를 친 겁니다. QCY가 잘하는 일이긴 한데, 또 찾다 보니 1flow 등을 비롯해 강력한 경쟁자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사람들 의견도 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에어팟 프로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는데 어떤 사람은 보스 QC35, 소니 WH-1000XM4 미만은 다 잡이다! 이러고 있고요. 또 어떤 리뷰는 H3 만으로도 충분! 뭐 이러고 있고... 정말 의견이 유/무료 광고인가 아닌가, 내 취향이 어떤 가에 따라 엄청나게 갈리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갤럭시 버즈 프로 쓰다가 외이도염을 앓았고, 덤으로 이명도 얻게 되어 또 보통 사람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주로 스피커로 음악 듣고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을 덜하고 있고요. 그저 비행기에서 좀 편하게 가고 싶을 뿐인데 사람마다 이야기가 갈리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마음은 QCY H3로 거의 기울어진 상태였는데요(가격부터 성능, 착용감, 음질까지 모든 게 적당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당근에 키워드 등록을 했는데, 갑자기 12만 원에 보스 QC 45! 사용한 지 1년! 완전 깨끗! 뭐 이런 물건이 뜬 겁니다. 그래서 만나서 대충 상태만 확인하고, 바로 구입.
... 가격이 좋아서 저 말고도 여러분이 붙으셨더라고요. 위 사진에 있는 딱 저것만 받아 왔습니다.
다 좋았는데, 가져와서 보스 앱에 링크하고 보니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전 분명히 QC45를 샀는데, 등록된 제품이 보스 QC(2023)입니다? 제조 연월은 2023년 12월이니 정말 산 지 1년 정도 지난 제품은 맞는 것 같고... 구형 제품을 샀는데 왜 신형 제품이 온 거지? 하는 생각에 바로 조사 시작.
음, 이건 추측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거 정품이 아니라 해외 직구품...인 것 같습니다. 쿠팡에서 QC45라고 적어 놓고 QC(2023)를 판매한 해외 직구 사업자가 있거든요. 가격도 한국에서 파는 시장가 29만 원이 아니라 직구가 20만 원.
... 그러니까 20만 원에 QC 직구품을 사서 1년 지나 12만 원에 재판매한 걸 제가 집어왔다는 말이죠.
결론은? 그래서 좋았습니다. 어차피 헤드폰은 1년 지나면 정품도 다 유상 수리받아야 합니다. 1년 지나 아무 문제 없는 제품은 당분간 문제없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게다가 정말 깨끗합니다. 흠집도 없고 배터리랑 이어 패드 상태도 좋습니다.
이런 제품을 12만 원에요? 아휴, 감사합니다-죠.
게다가 제품을 하루 정도 사용해 보고,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선 착용감. 이 착용감이 진짜 최고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어떤 헤드폰보다 착용감이 좋고, 안경을 꼈는데도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대 만족. 와, 이 착용감에 맛 들이면 다른 헤드폰으로는 못 넘어가겠다- 싶고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좋은데, 이걸 켜면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나만 혼자 있는 느낌... 뭐 그렇게까진 아닙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이명은 더 잘 들리고(...) 이명이 있는 귀쪽에 약간 압박감 같은 것이 있지만요.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은 그냥 켜놓기 보다, 음악을 들을 때만 켜놓습니다.
에어팟 맥스는 조금만 쓰고 있어도 목이 아픈데(거북목입니다), 이건 또 한 시간 동안 계속 쓰고 돌아다녀도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물리적 전원 온-오프 버튼은 정말 최고. 쓱 한 번 움직여주면 전원을 끄고 켤 수 있습니다.
왼쪽에 따로 붙은 노이즈 캔슬링 버튼도 아주 좋아요. 일반 모드는 없고 노이즈 캔슬링 or 외부 소음 듣기 모드만 선택할 수 있지만, 전 그게 더 좋더라고요. 배터리는 테스트한다고 8시간 썼다 말았다 하면서 두니, 30% 정도 없어졌습니다.
헤드폰을 벗으면 자동으로 소리 멈춰주는 기능은 없지만, 전 벗을 때는 그냥 전원 끄고 벗습니다. 아니면 음악 멈추고 벗거나요. 잠깐 얘기해야 할 때는 그냥 헤드폰을 벗는 것이 예의고....
음질도 이만하면 괜찮습니다. 상당히 좋은 해상력... 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고(여러 악기 소리가 똑똑히 분리되어 들립니다), 최고 음량이 부족한 게 단점이랄까요. 아무튼 음악이 뭉개지지 않으면서 저음이 강조된 스타일입니다.
코덱 지원이 부실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이폰과 맥북 에어에 연결한 저로서는 어차피 뭐... 상관없고요. 가장 걱정했던 연결성 문제는, 있습니다. 음악 듣다 가끔 응? 하는 느낌으로 끊어집니다. 멀티 포인트(여러 제품 동시 연결) 상태가 역시 문제인 듯한데요. 저는 그냥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해서(멀티포인트 상태로 두는 게 더 편해요) 그냥 쓰고 있습니다. 밖에는 폰만 들고 다니기도 하고...
아무튼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 잘 산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분들은 ... 저처럼 나중에 당황하지 마시고, 사실 때 서로 보는 자리에서 보스 앱 설치 후 연결해서 테스트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진짜 이게 뭐지? 하고 생각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