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메일함을 살피는데, 미국 종이 잡지 시대가 끝났다는 기사가 일제히 올라옵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해서 보니, 맥시멈 PC와 맥라이프가 마지막 종이 월간지를 발행했다고 합니다. 이제 미국에서 발행되는 잡지 같은 피씨 잡지는 이로서 다 사라진 거라고.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전에 두 잡지의 정기 구독을 한 적도 있고, 제 머릿 속엔 미국은 일본보다 더한 잡지 왕국 같은 이미지였거든요. 진짜 서점에 들리면 별라별 잡지가 다 있어서, 뭐 이런 것도 돈 주고 읽냐…싶을 정도로 종이 잡지가 다양하게 넘쳐나는 나라였는데, 이제 종이 PC잡지가 아예 없어진다니요.
종이 잡지가 사라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국도 스마트 피씨 사랑 하나 정도만 남았죠? 그거 자체야 오래 이어진 흐름이고, 그래도 한두잡지 정도는 남는 게 보통입니다만- 정말 한 개도 안 남을 줄은 몰랐네요. 시대 흐름이 흐름이라지만- 그래도 종이 잡지를 보는 계층이 있었을텐데요.
뭐, 일본 같은 나라조차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 성장했으니, 이제 종이 잡지가 설 자리가 아예 사라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성/패션지 등은 여전히 많이 만들어지는 걸로 봐서, 분야마다 온도 차이가 심하구나-싶기도 하고요.
또 놀랐던 건, 한때지만 피씨 잡지 판매량이 한 잡지가 월 35만부를 팔기도 했다는 겁니다. 와아. 만화 잡지도 아닌데 월 35만부요? 세상에… 35만부수를 유료로 팔았다는 말이니까… 정말 한때 잡지가 잘 나가긴 했었네요. 하기야 요즘 미국 인터넷 IT 정보 블로그나 미디어 사이트도 월간지에서 필자 생활한 분들이 많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지난 잡지들이 가지런히 데이터로 정리되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다는 게 놀랐습니다. 이번에 이글루스가 망하는 걸 보면서도 생각한 거지만,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자료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자료가 없으면 과거를 회상할 수도 없는데, 인터넷 시대는 그걸 허락하지 않아요.
지난 이십년간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을, 앞으로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겨우 십년전 일도 자료를 찾으려면 없는 게 많은 세상이라, 우린 지금 기억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무슨 온라인 게임도 아닌데, 서비스 종료면 모든 게 날아가니까요.
아무튼 아침부터 이래저래,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날입니다. 언젠가 다시, 취미로, 현재를 기록한다는 의지를 담아서, 종이 잡지를 만들어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