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2를 보고 나서, 괜히 머릿속을 맴도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간단한 건데요. 그루는 대체, 왜, 악당이 된 걸까요? 갑자기 이게 궁금해져서, 계속 생각나더란 말입니다.
보면 상황은 단순합니다. 아빠는 안 보이고, 엄마는 애한테 관심이 없습니다. 요가…를 빙자한 은밀한 로맨스와 자기 사업에만 관심이 넘쳤죠. 심지어 애가 없어져도 신경도 안 썼어요.
반면 어린 그루는 똑똑하고 관심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 했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삐딱선을 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역시 아이들에게는 시큰둥.
이렇게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만, 그런다고 다 빌런을 꿈꾸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니언즈 1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돌려보니… 모르겠네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미니언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는데, 별로 기억하지 않았다는 게 맞겠네요. 미니언즈를 처음 봤을 때, 미니언즈의 기원 같은 거야 뭐 신경이나 썼겠습니까. 미니언즈! 귀여워! 에서 모든 게 끝났으니까요.
* 미니언즈1은 현재 유튜브(링크) 대여 1,000원/ 구매 3,500원. 웨이브와 네이버에서 대여 1,200원/ 구매 5,000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유튜브 영화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장난 아닙니다. 미니언즈, 존재를 분석하기 시작하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저 장난치기 좋아하는 존재로 남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먼저 나이가 많습니다. 미니언즈는 아주 옛적부터 자신이 따를 가장 강한 자, 대악당을 찾아 돌아다니던 생물입니다. 그 시기를 따져보면, 적어도 백악기(…).
어리게 보이지만, 초기 발생 시 애니메이션을 보면, 대충 1억 년은 살았다고 생각됩니다. 바다에서 생겨나서(?) 처음 쫓아다닌 육지 생물이 티라노사우루스로 생각되니까요.
… 뭐냐 이 크툴루 신화 같은 생물은.
두 번째로 성격입니다. 얼핏 보면 호가호위하는 것 같죠? 가장 강한 자 옆에 붙어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가장 강한 생물을 집요하게 찾아서 붙어 다니니까요.
문제는 호가호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 일단 엄청나게 똑똑합니다. 미니언즈 1의 악당 스칼렛이 그저 왕관을 가져오라고 하자, 알아서 왕관을 훔칩니다. 왕관에서 끝나지 않고, 왕관 훔치기의 진짜 목적인 ‘왕위 찬탈’에 성공하죠.
… 예, 미니언즈의 귀염둥이 밥은, 미니언즈 세계관에서 한때 영국 국왕이었습니다(…).
다만 잊지 마세요. 미니언즈가 모신 생물 중에, 원래 수명대로 사는 생물은 그루가 유일하니까요. 맞아요. 그루를 제외하면, 미니언즈가 따른 대부분의 지구 최강 생물은, 미니언즈로 인해 삶을 마감했습니다. 미니언즈 1의 슈퍼빌런 스칼렛 오버킬이 목숨을 부지한 건, 정말 천만다행인 거예요.
미니언즈의 무서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겁은 엄청나게 많은데, 목숨은 질기거든요. 미니언즈 1에서 온갖 고문 도구로 괴롭히려고 해도, 그게 안 먹힐 정도죠. 애당초 1억 년을 살아온 생물인걸요. 다시 말해 미니언즈는 불로불사, 죽지 않는 생물인 겁니다.
…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크툴루 신화 급인데.
결론을 내리면, 미니언즈는 지구에 해를 끼칠만한 슈퍼빌런을 발견, 소멸시켜서, 지금까지 지구를 지켜온 익충(…)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루가 멀쩡한 건, 거꾸로 그리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겠죠.
사실 미니언즈 1을 보면서, 아, 세계관이 이렇게 짜여 있다면, 그루가 악당이 될 만도 했겠다- 싶긴 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 세계에선 원피스 마냥 악당도 슈퍼 인기를 누리고 있거든요.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악당들이 자기만의 TV 네트워크를 가지고, 홍보 행사를 개최하고, 슈퍼빌런이 하는 토크 콘서트에 열광하고 그러는 걸 보면, 분명히 한쪽에선 이들이 열렬히 지지받는 세계가 있을 겁니다. 반면 선한 쪽의 영웅은 보이지 않고, 시시한 세계죠.
그렇다면 어리고 똑똑한 그루가, 슈퍼빌런을 꿈꿔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스칼렛 오버킬부터, 12살에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했을 정도의 세계니, 그루도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어, 그루가 왜 나쁜 놈이 됐는지를 이해했네요?
이쯤이면 미니언즈 1을 다시 본 목적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다만 다시 보기를 하다 제가 가장 열광한 부분은, 미니언즈가 어땠고 그루가 어땠고 하는 부분이 아닙니다.
바로 자이언트 미니언즈! 케빈이 초거대 괴수로 변하여! 악당과 싸우는! 바로 그 장면! 개연성 따위는 당연히 없지만 언제 미니언즈에 그게 있었습니까! 귀엽고 신나면 그만이지! … 근데 이 장면을 왜 까먹고 있었던 걸까요.
… 다음 편엔 진짜 자이언트 미니언즈 대격전 뭐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