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오래 쓰신 분이라면, 아이패드를 맥북처럼 만들어준다는 키보드 케이스 제조사, 브릿지(Brydge)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품질은 좋지만 비싸고 무거운(…) 아이패드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였죠. 그래도 나름 꽤 유명한 회사였는데, 망했다고 합니다. 애플 뉴스 사이트 9to5Mac에서는, 브릿지의 전 직원들을 취재해 Brydge의 몰락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
부실하게 관리된 성장, 신경질적인 경영진, 코로나 19 팬데믹, 애플과의 잘못된 협력 등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이니, 일독을 권합니다. 읽다보면 아 이래서 작은 회사들이 망하는 구나-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애플 생태계에서 사는 것이 어떤 일인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운명을 한 회사가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니까요.
브릿지는 한국보단 북미에서 여러가지 애플 주변기기, 특히 iPad용 키보드 케이스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애플 액세서리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더 나은 소재와 디자인 및 기능을 추구하는 회사였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만든 제품은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노트북과 같은 힌지가 있었고, 키보드에는 백라이트가 달려 있었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애플보다 먼저(애플에 매직 키보드 내놓을 줄 모르고) 트랙패드가 포함된 iPad Pro용 Pro+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iOS에서 트랙패드를 지원하지 않을 때여서, 일종의 마우스 대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매직 키보드가 출시되고, 애플 iOS에서 정식으로 트랙패드를 지원하고, 애플 파트너로 로지텍을 선택하면서 운명이 쫑나고 말았습니다. 트랙패드를 위한 기술을 브릿지에는 제공하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브릿지와 애플이 연락해 트랙패드 관련 기술을 쓰게 됐을 때도, 애플은 그리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애플이 먼저 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지원만 제공).
제품 자체 문제도 있었습니다. 새로 출시한 Pro+는 반품률이 20%를 넘었습니다. 애플과의 비공개 약속에 따라,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을 거라는 사실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죠. 결국 브릿지의 제대로 된 트랙패드 지원은 매직 키보드 출시 1년 후에나 이뤄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수할 회사를 찾았지만, 레이저(Razer), 타거스(Targus) 그리고 아마도 폭스콘(Foxconn)까지 인수 조사를 하다가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아무래도 불투명한 회계 상태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회사는 돈이 떨어졌고, 파산. 선주문을 받았던 맥북용 썬더볼트 탑재 독스테이션 ProDock은 허공에 붕뜨게 됐습니다.
결론 : 향후 소비자 지원 없을 예정이니, 브릿지 제품은 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