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원제는 아이팟 나노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그러니까, 몇일전부터 아이팟 나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 포탈사이트의 뉴스에서도, 친구와의 메신저 대화에서도, 커뮤니티의 사진 게시판에서도, 그리고 같이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도.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의문이 드는 것은, 1) 아이팟 나노가 그렇게 대단한가? 2) 아이팟 나노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나? 였다.
사실 처음 아이팟이 나왔을때 아이팟 때문에 맥을 구입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했었으며, 수년간 수차례나 애플스토어와 쇼핑몰에서 아이팟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하기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코엑스를 갈때마다, 일본에서도,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 맥 매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아이팟 셔플이 다량으로 풀리고, 주변에 아이팟 유저가 늘어나면서, 그리고 그들의 사용소감을 듣기 시작하면서 아이팟은 아예 고려대상 -_-도 되지 않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오리지날 mp3와 아이튠 스토어에서 산 음악이 아니면 듣지 못하는 비호환성에, 라디오가 나오기를 해, 녹음이 되기를 해, 말 그대로 음악 듣기를 제외하면 영 쓸 곳이 없는 물건인데다,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다른 컴퓨터에 동기화 시킬경우 내용이 초기화 -_-;;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며(솔직히 이 내용은 아직까지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내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리고 나온 아이팟 나노. 훨씬 얇아지고, 기능은 다 있고, 배터리 시간도 오래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남들이 다 지름신이 내리셨도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지름신은 왠 지름신. 개뿔이 지름신- 심지어는 애플-_-에서 내놨다고 하면 사람들이 자동반사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내가 mp3를 쓰는 것은 음악을 듣고 / 카세트 테이프 녹음을 하고 / 가끔 밤늦게 퇴근하면서 피곤할때 라디오 들으며 쉬고 / 필요할때 보이스 레코더로 이용한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 가운데 아이팟은 ‘소리바다등에서 다운받은 mp3를 받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도 지원해 주지 못한다. … 물론 처음에 나온 아이팟은 이런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들을 뛰어넘을 몇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는 누가 뭐래도 디자인, 그리고 애플 아이팟을 쓴다는 뽀대, 등등.
하지만 몇달전 아이팟 셔플을 중앙일보 사이트에서 영어신문을 구매하면 공짜로 -_- 끼워주는 이벤트를 목격한 이후, 아이팟에 대한, 어찌보면 맹목적이었던 욕망은 싸그리 거세되어버렸다. -_-;; 게다가 나는 워크맨 세대여서 그런지 영 휠에 적응을 못하겠더라.
그리고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번 아이팟 나노에 대한 몇몇 사람들의 반사적인 열광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_-; 솔직히 말해서, 아이팟 나노는 ‘하.나.도’ 새롭지가 않다. 이건 혁신이 아니라 그냥 개량이다. 아이팟 나노의 최고 강점은 ‘값’이다. 단순히 싸다-가 아니라 정말 싸다. 분명히 개량된 성능과 디자인에 값도 훨씬 싸다! 가 아이팟 나노의 핵심 마케팅 포인트다.
하지만 아이팟이 라이프 스타일이 되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서, 과연 아이팟 나노가 먹힐까? 값만 싸다고 사람들이 살까? … 물론 디자인이 정말로 멋지다-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젠 별로 맛이 안난다. 아이팟이 처음 나왔을때같은 느낌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에게 울궈먹기 그만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을 지경. 게다가 이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애플사의 제품이 ‘값이 싸다’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 왜 배신처럼 느껴지는 걸까 -_-;;
…’라이프 스타일’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팟은, 그저 기능은 없으면서 싸고 조금 예쁜 mp3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바에는 돈을 조금 들이더라도 내가 쓰는 용도에 맞는, 음악도 듣고 녹음도 할 수 있는, 좀더 괜찮은 물건을 사고 말 것이다. … 최소한, 나는 그렇다-
- 그리고 이후, 아이팟 나노는 성공했습니다. 가격으로 후려치는데 당해낼 장사가 없더라고요. 저는 위에 적은 U10도 사고, 클릭스도 사고, 아이팟 나노도 사고, 아이팟 셔플도 결국 다 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