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수경씨 아들의 사고사를 전한 포탈사이트의 신문기사에 악플을 단 네티즌들이 무더기로 약식기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악플러들의 정체에 사람들이 ‘어이없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솔직히 다들 예상과 달라서 놀라셨죠? 초딩이나 10대들로 추정되었던 악플러가 40, 50대의 식자층이라는 사실에.
이번 경우는 ‘악플러’가 알고보니 ‘중장년 지식층’이더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악플 찌질이들 가운데도 여러 부류가 있으며, 그 가운데 ‘우익 악플러’들의 실체가 밝혀진 사건입니다. 악플러들은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지극이 편파적으로 분류해보자면
① 특정 연예인에 대한 팬클럽 or 안티들로 구성된 ‘빠순’그룹
② 뭐든지 공짜가 좋아요/ 왜 유료화 해요/ 학생이 돈이 어딨어요-를 외치는 ‘초딩’ or 거지 그룹
③ 황우석 맹목적 지지 그룹및 예전 노무현 후보 지지그룹등에서 보여지는 ‘감성정치’ 그룹
④ ‘민족주의’와 ‘국가’, ‘군대’만을 외치는 가짜 청년 보수 그룹
⑤ … 그리고 “그래서 결국 대통령(386 or 코드정치)이 잘못이다”-만을 주문외우듯 외치는 우익 꼴통 그룹
으로 나눌 수가 있겠네요.
2. 하지만 악플을 단다고 해서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지나친 행동을 했을 경우가 특히 문제인데, 살펴보자면
① ‘그냥 나가 죽으셈’ ,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나? ㅋㅋㅋ’등의 냉소주의(비웃음, 일명 개싸가지) 리플
② ‘싸이에 올려놓았으니 오셈~’, ‘이 사이트에서 구입했는데…’하는 류의 광고성 리플
③ 글 내용에 상관없이 무조건 ‘나쁘다’만 외치거나, 엉뚱한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 논리라곤 존재하지 않는 꼴통-_-성 리플
등이 존대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거의 100%의 확율로 보는 사람의 짜증과 고혈압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계속 올리는 경우도 봤습니다.
…쉽게 말해서 얼굴 안보인다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짓들을 한다는 거죠. 이번 악플 처벌 결정에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영’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런 짓을 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 때문입니다.
3. 이번 사건에서는 1-⑤번과 2-①번이 조합된, 싸가지를 상실한 우익 악플러 그룹의 실체가 밝혀졌습니다. 대졸에 사오십대 이상의 중장년층에, 교수나 전직 공무원 등 나름대로 사회 기득권층 … 그리고 정권교체 이후 이들에게(DJ와 노무현) 감정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저는 전원 남자라고 추측합니다. … 그런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 솔직히 나이 먹고 이런 짓이나 하고 앉아있었다니, 어이 없어서 입이 벌어질 지경입니다. 하긴 이들이 아닌 다른 세대는 임수경이란 이름마저 낯설겠지요. 30대는 그렇게까지 함부로 임수경씨에 대해서 이야기하진 않을거고.
4. 사실 악플러들에 대한 문제는 예전 피씨통신서부터 골머리를 썩히던 문제였습니다. 빈정거리는 글을 쓰며, 하루에 수십개 이상의 글을 올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자기 주장만 옳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던, 그래서 순식간에 동호회 게시판등을 마비시키고 분위기 망쳐버리는, 그런 사람을 본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때는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두 편으로 갈렸습니다. ‘표현의 자유’에서 보장받을 문제라고, ‘빈정거리는’ 것도 개인의 권리라고 말하며, 다른 이들이 ‘더 많은’ 글을 써서 그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은 동호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망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해치는 존재이니, 그들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나쁘게 말하자면 ‘이상주의’적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과 ‘편의’적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지만, 그로 인해 망가진 동호회들 역시 여럿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활동에 대해선 ‘관대함’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래도 우리 회원’에서 ‘짜증나는 해충’으로 전락해 버린 거죠.
…재미있는 것은, 이때까지만 해도 ‘악플러’는 일반적인 편견 그대로 ‘(표현 방법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거나 사회적인 지위는 상당히 낮지만 자기 프라이드는 강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보통 처음 네트워크를 접하고, 이 세계의 문화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이를 내세우며’, ‘애들에게 충고(잔소리)’하다가 ‘왕따’가 되시는 분들은 몇몇 보았습니다.
5. 이제 댓글에 대해 규제가 들어가는 것은 시대적 추세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네이버가 댓글에 대해 규제를 시작하면서, 소수(750명 가량)의 이용자들이 하루 20건 이상의 댓글을 달며 이들이 악플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는 식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이를 위한 사전작업입니다. 대중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인터넷 상의 모든 활동에 대한 규제는 점점 강도를 높여간다면 어쩔가요? P2P나 웹하드 사이트들을 비롯, 일반적으로 ‘불법’이라고 규정되지만 실제로는 ‘일상’이었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내용적으로는 mp3나 영화, 게임다운로드에 대한 규제지만, 실제로는 그를 빙자한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규제). 때로는 권리를 위해서, 그리고 대부분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 규제될 것입니다.
그것이 ‘음악’ 처럼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거라면 환영합니다. 하지만 장담컨데, 대부분은 그저 신고하고 고소하고 잡아가두고 폐쇄하는, 지극히 ‘머리 없는’ 일들로만 가득찰 듯합니다. 그리고 그 ‘머리 없는 자’들을 이용해 먹으려고 활동하는 하이에나(신고자, 법무법인 등)들이 지금보다 훨씬 넘쳐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을 환영하고, 그로 인해 드러난 사실에 혀를 끌끌차면서도, 이 사건 이후의 전개에 대하여 두려운 마음으로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실제로 저작권법 개정 시도나 mp3 제공자들에 대한 기소유예등, 이미 게임(or 전쟁)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