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성 만화가를 기억하는 사람들

– 2회 송채성만화상 추모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들

내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 줄게. 그건 말이지, 가장 소중한 것들을 모든 기억 속에서 죽여 버리면 돼. 그렇게 하면, 그 전까지의 너도, 같이 죽어 버릴 테니까. …

어때, 그래도 죽고 싶어? … 신영아 … 살아 남아줘…

– 故송채성의 단편, 成長記에서

그의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2004년의 봄날이었다. 낮게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던 늦은 오후의 사무실에서, 누군가로부터 그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곤란.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고 한다. 만화계의 유일한 남자 순정만화가였던 송채성 작가는 그렇게 세상을 달리했다. 비록 그를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동갑내기의 죽음이란 꽤 씁쓸한 소식이었나 보다. 내 마음속에 여전히 그때의 풍경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그리고 나는 그를 잊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가족, 친구,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를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은 그를 기억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그를 잊지 않기 위한 행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송채성 만화상 추모공모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 공모전이 이제 두 번째를 맞는다. 조금 싸늘했던 날 오후, 추모홈페이지 ‘취중진담’과 공모전을 꾸리고 있는 세 사람을 한겨레 문화센터 강의실에서 만났다.

송채성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람이 죽으면 멀어지고 잊혀지잖아요” 추모 사이트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묻자 soho(한겨레 문화센터 만화창작교실 17기, 故송채성 작가의 누나)님이 이렇게 답한다. “몰랐는데, 생각보다 채성이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그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주인은 없지만 가끔 채성이가 보고 싶으면 들러볼 수 있는”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만들게 됐다고 한다. 

“취중진담이란 사이트명은 송채성 작가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낡은기타(취중진담 홈페이지 운영자)님이 밝힌다. “작가가 순정만화를 그렸잖아요. 그래서 회원들이 대부분 여성분들이에요”라고 웃으면서 허허(만화가, 한겨레문화센터만화창작교실 7기, 故송채성 작가의 동기)님이 덧붙인다.

홈페이지를 만들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야금야금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들 어디서 소식을 들었던 것일까. 친구들, 옛 동창생들, 그의 만화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게시판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낡은기타님이 말한다.

그렇지만 ‘송채성 만화상 추모공모전’은 어떻게 꾸리게 된 것일까. 추모 사이트는 쉽게 만들수 있지만 추모 공모전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후원을 해줄 곳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송채성은 아직 젊은 작가가 아니었던가. soho님이 대답한다. “사람들이 울면서 욕했어요. 이렇게 지독하게 모았었냐고.”

사람들이 울면서 욕했어요

추모공모전의 상금은 모두 故송채성 작가의 유산이다. 그의 유산을 만화계로 되돌리고 싶은 욕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추모공모전은 조금 특별하다. ‘취중진담‘의 사람들은 공모전을 ’만화 잘 그리는 사람을 골라 뽑는 경진대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soho님은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지난 1회때 200만원이었던 대상 상금이 150만원으로 준 대신, 장려상 상금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 것도 그런 의미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심사위원들이 반드시 모든 작품을 보고, 필요하면 여러번도 보면서 진지하게 작품을 대해준다는 것. 그리고 대상을 반드시 뽑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올해 두 번째인 “송채성 만화상 추모 공모전”은 주제와 형식, 분량에 제한 없이 상업 지면에 실렸거나 타 공모전에 입상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면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 응모 기간은 2006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며, 대상 수상작은 순정만화잡지 “허브”에 실리게 된다. 다만, 대상 수상작은 송채성 작가를 기리는 의미에서 ‘순정 극화’에 무게 중심을 둔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도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생수’라는 만화에서는 죽음에 대해 ‘지독한 외로움’이라고 말을 한다. 아무도 없는 춥고 어두운 나락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죽음이라고. 그렇다면 세상을 떠난 후에라도, 세상에 사는 누군가가 그를 기억하고 말을 걸어준다면, 그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소금구이와 소주와 동물원의 노래를 좋아했던 내 동갑내기 작가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은 심장이 멈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장이 멈추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채성 작가는 아직 살아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 속에서, 그가 그렸던 만화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그를 보고 싶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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