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사랑 탓을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매일 같이 투닥투닥 싸우면서도, 항상 같이 붙어다니던, 사람들이 당연히 “셋트”로 알고 있던 후배 커플이 있었다. 둘 다 신입생일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남자가 군대를 갔다와서도 계속 사귀었으니까, 우리는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혼이 아니라고해도 두 사람이 서로 남남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무정한 것.
남자의 집은 가난했고, 여자의 집은, 아버지가 사장이었다. 결국 여자는 남자를 차버리고, 선 본지 세달만에 결혼을 했다.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했던 아이이기에,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결혼식장에 갔던 우리를 맞은 건 눈물 범벅이 되어있는 신부였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니.
나, 이 결혼 정말 해도 되는 거니.

그 아이는 결혼식이 막 시작될 때까지도, 애써한 신부 화장을 망쳐가며, 그렇게 울고만 있었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 우연한 기회에, 강남역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됐다. 잘 사냐고, 무신경하게 물어봤다. 여름에는 여행을 가고, 겨울에는 스키장을 가고, 항상 즐겁게 논다고, 그 사람이 내게 너무 잘해준다고. 그 아이는 웃으며 말한다.

나, 그 사람 너무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슬퍼져서, 무엇인가가 막막하고 답답해서 하루종일 걸어다녔던 그런 기억.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뭐, 정말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 사랑이 얼마나 가겠니,하고 다시 중얼거린다.

사는 것은, 원래, 나이가 들어갈수록, 많이 힘들어지는 것.
돈 없이 결혼한 사람들은 돈 탓을 하고
사랑 없이 결혼한 사람들은 사랑 탓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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