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진자료 스캔받은 CD들을 뒤적이고 있자니, 베이비복스 데뷔시절 사진을 스캔 받아놓은 것이 보이더군요. 출처는 이미 폐간한 주간지 ‘TV저널’로 짐작되며, 시기는 1997년입니다. … 음, 사실 이때는 베이비복스보다는 U.P를 더 좋아했었고, S.E.S는 모군과 모동호회에서 ‘여신님’ -_-; 이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답니다-
당시 댄스가수 붐을 등에 업고 데뷔한 이들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1990년대 후반은 케이블 TV 음악방송 송출과 ‘신세대’라 불리는 세대의 등장이후 급작스럽게 성장한 음악시장, 기획가수였던 ‘HOT’의 히트등으로 인해서 80년대말 90년대초 풍부했던 우리 음악판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던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등장했던 많은 틴에이저 및 댄스그룹들은 반짝 히트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은 경우를 제외하면 등장과 동시에 순식간에 몰락해 버렸습니다.
베이비복스도 처음에는 그저 그런 취급을 받았던 그룹입니다. 당시에는 SES를 제외하면 핑클도 마찬가지였고, 나중에 ‘클레오’나 ‘슈가’, ‘쥬얼리’, ‘샤크라’, ‘O24’ 등의 여성댄스그룹들도 남성 그룹들이 히트치니까 짝퉁으로 생겨났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복스는 조금 다른 것이, SES보다도 먼저 데뷔하며 여성 댄스 그룹의 시대를 ‘열어제낀’ 장본인이라는 거죠. 앨범은 실패였지만 말입니다.
이 사진의 멤버 가운데 남아있는 사람은 김이지와 이희진 두명 뿐입니다. 1집의 실패이후 베이비복스는 다음해에 멤버 3명을 어린 미소녀로 새롭게 바꾸면서, ‘야야야’라는 귀엽고 경쾌한 댄스곡으로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 이후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승승장구하며 대한민국 대표 여성 댄스그룹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결과는 항상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가 있다죠? 아이러니한 것은, 베이비복스 음악 가운데 1집의 ‘머리하는 날’이나 ‘남자에게’를 베이비복스의 음악 가운데 가장 좋은 음악으로 꼽는 사람이 아직도 꽤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글 쓰다가 생각난 건데, 다음번에는 90년대 후번 가수들의 ‘엔터테이너(연예인 프로그램 출연에 집중하는 사람)’활동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고 싶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