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네티즌이란 이름의 폭력, 거짓 애국심 

최근 황우석 교수의 사과와 PD수첩의 관련보도와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올해 발생했던 「고대 이건희 사태」나 「강정구 교수 발언 문제」, 「카우치 노출 사건」등이 한꺼번에 떠올라 기분이 상당히 망가진 상태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 사건들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기분이 나쁩니다.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 여론 몰이는 감정적인 방법이 훨씬 잘 먹힙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휘어잡을 수 있는 것은, 특히나 10대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신파’인지라, 눈물을 글썽글썽하게 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여러분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여론 몰이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나라의 자랑거리라고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던 과학자라면 더욱 그렇지요.

문제는 그렇게 풀어야할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차분히 앉아서 토론하면서 풀어나가야할 문제가 있고, 도저히 안돼서 실력행사-를 해야만할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미선이, 효순이 미군 압사사고 문제가 실력행사로 풀 수 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맨 위에서 말한 일들 봅시다. 고대에서 이건희 회장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했습니까? 강정구 교수가 발언했다고 대한민국이 흔들렸습니까? 카우치가 노출했다고 사회가 음란해졌습니까? … 아니죠. 그저 해프닝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자칭 언론에서는 뭇매를 가하고 인민재판을 하려 들었습니다.
그런데? … 이번 황우석 교수의 사과와 PD수첩의 보도에 대한 네티즌, 또는 황우석 사랑 모임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의 대응은 정확하게 인민재판입니다. 보도 시점이나 보도 논조가 문제가 있었을 수는 있으나, 피디수첩이 거짓말을 했습니까? 난자 제공 문제등의 윤리적 의혹에 대해서는 황우석 교수 스스로가 기자회견을 통해 시인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피디 수첩이 거짓말을 한 양, 그들이 우리나라의 국익을 엄청나게 망치고 우리의 미래에 먹구름이라도 드리운 양 다들 흥분합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상에는 서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의견들은 때론 심각하게 충돌하기도 합니다. 생명 공학의 연구에 있어서 윤리적인 문제는, 사회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힘겨루기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세계속의 한국이 되기 위해서도 국제적 규칙의 준수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막상 황우석 사랑 모임은 비매너 플레이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TV 프로그램의 광고를 끊기 위해서, 광고를 넣었던 회사에 전화와 홈페이지 게시판 도배로 광고 게재 취소를 종용했습니다. … 뭐하자는 짓일까요.

황우석은 비판 받아서는 안되는 성역일까요? 이래서야 앞으로, 그에게는 찬사만이 존재하지 누가 잘못에 대하여 비판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가 정말로 비판받아서는 안되는 성인 군자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황교수 스스로 국제적인 룰을 준수하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동양적인 관점 운운 하지도 마십시요. 혼자서 개발하고 발전해서 혼자서 잘먹고 잘살 것이 아닌 이상, 국제적인 규칙의 준수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 국제적인 규칙은 이미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져서 여러가지 윤리규정으로 선포된 바가 있습니다. 윤리규정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는 nhnkid님의 황우석 논란. 안타깝지만 도덕성이 곧 국익이다.라는 글의 링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제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욱-해서 움직이는 일들은 자제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해결해야할 일들은 대화와 토론을 먼저 생각해 보자구요.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면 일단 그 생각을 인정해야지만 대화가 가능합니다. 언제까지 서로 다르다고 깨고 부술 생각만 먼저 해야하겠습니까-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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