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화국, 대학을 점령할까?

작년부터 안기부 도청 X-file이 부분 공개된 이후, 삼성공화국에 대한 적대감과 고개숙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티 삼성’파와 ‘삼성 매니아’가 공개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시사저널의 조사결과(2005년 8월)에 따르면 한국=삼성공화국의 공식에 48.8%가 공감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 가운데 삼성 회장님이 좀 불편하셨다고 알아서 전원 보직을 사퇴한 그 고려대 교수들은 대표적 놀림감(진짜 쪽팔리다). … 뭐, 삼성이 불러만 준다면 땅바닥을 기어서라도 들어가겠어요-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자존심과 주체성 따위는 절대 밥먹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은, 영악한 삼성 빠돌이/빠순이 들도 꽤 많이 있지만.

그런데 최근 들리는 소식으로는, 대학교를 삼성 입시학원화 시키려는 「삼성트랙」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삼성그룹이 제시하는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삼성전자 입사에 특혜를 준다는 제도인데, 문제는 원해서 듣고/안듣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트랙의 이수를 포기하려면 교수와 면담하고 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어야한다는 것. 이쯤되면 반 강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물론 삼성의 의도야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 대학당국의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취업률에 목매달고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 추종자들에게는 복음의 소식. 이 인내와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선택받은 자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달콤한 삼성전자 직원이 될 수 있을지니-

어차피 대학의 입시학원화는 대세이다. 하지만 대세인 것과, 옳은 것은 다른 문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학교육을 집어삼키려는 모습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과연 나 혼자인 걸까?

타협하지 말아야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 것처럼. … 잠시 편하려고, 나 를 눈속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특히 이 땅의 무수한 잠정적인 삼성맨들 혹은 그들처럼 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가볍게 무시하려고 한다.

자위라고 해도 좋다. 그들의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도식이 단순하게 밥 먹고 살기 위해서, 돈 좀 쓰고 살기 위해서가 아님을 언제나 상기하며 살려고 한다. … 삼성맨들로 대표되는 대기업 매니아. 다시 말해 돈 매니아. 그들이 이 나라를 짊어지는 일꾼이라면 나와 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에 타협하지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미래가 될 것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 즉, 문화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세상은 돈이 끝이 아니다.

– 夢想, 朴군, 중앙문화 2006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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