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대학에 오지마라

대학은 능력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다. 의무 교육이 아니니, 양질의 교육을 받고 싶으면 돈을 더내라. 아니면 대학에 올 자격이 없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 실린, 「등록금 버느라 대학을 7년만에 졸업해야 했다」는 김미선님의 글 밑에 달린 댓글중 일부 글이 가지고 있는 논리입니다. 아마 1년전 이오공감에도 이 비슷한 논리의 글이 뜬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등록금만큼 더 얻어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라-라는 글이었지요? (이 글 보고 어이 없어서 적은 글은 http://news.egloos.com/1228166 에 있습니다.)

위와 같은 논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은, 논리로만 가능한 주장이라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한국 대학은 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그들이 그토록 닮고싶어하는 일본/미국의 대학들에 비교해서), ② 많은 등록금이 교육 환경/수업질 개선이 아니라 학교 적립기금으로 그저 쌓이고 있다는 점, ③ 그것의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의사표시나 감사를 하려해도 방법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대학에서 공부할 만큼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등록금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을 가지 말아야 한다면, 그건 과장해서 말하자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과 다를게 없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에 주연을 맡았던 사라 제시카 파커는, “나를 바꾼 그때 한마디”라는 책에서 이야기 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을 불어넣어줬던 선생님의 말이 있었다고, 그것은 아래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If I could have one wish, it would be for children to know that doors aren’t open only to the affluent in this country.

내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부디 아이들이 이 나라가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 정말 돈 = 능력인 세상이라면, 사라 같은 배우도
결코 지금처럼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저는 이 말을, 돈 없으면 대학 오지 마라-라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돈 = 능력이고, 능력있는 사람만 대학에 가야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머릿 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지 전 궁금해 질 겁니다. 아니, 민주주의까지 거창하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학은 돈 있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사람/ 그만큼의 지적 능력이 뒷받침 되는 사람이 가야합니다. 대학은 돈 벌 생각을 하기 보다도, 혹시라도 능력있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고통받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게 원칙에도 맞고 이 세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대학은 회사가 아닙니다. 대학이 돈 있는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회원제 사교클럽이 아닙니다. 대학은, 더 많은 배움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대학생의1/3이 넘는 사람이 자신의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등록금 만큼  더 얻어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라’운운의 글들은 짜증납니다. 그냥 ‘좋은 집에서 귀염받으며 잘 자라셨나보네요? 훗-‘하고 빈정거려 주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어떤 이들은 돈 버느라 바빠서 더 얻어갈 시간적 여유도 없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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