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온라인 투표의 진짜 진실 

밑에 CNN에 투표해 주세요-라고 적어놓으니, 다른 분들이 “CNN의 낚시에 낚이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달아주셨다. 관련글을 찾아 읽어봤다. 1분 정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다시 차가워진 얼굴로 조사를 해봤다.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그토록 쉽게 CNN이 낚시하고 있다고 규정지어 버리고, 그러니까 투표하지 말자-라고 결론 맺는 것이 이상했다.

정말일까? 정말 CNN은 낚시를 하고 있을까? ?_?

CNN은 상업 언론사이긴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회사가 아니다. 1991년 걸프 전쟁으로 유명해진,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 채널이다. 누군가는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라고 단단히 믿기 때문에 “일본이 유리한 투표 결과는 CNN의 조작이다!”라는 말을 쉽게 믿어버리지만, 미국 사회가 그렇게 만만한 사회가 아니다. 믿기 싫긴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부도덕에 민감하며, 그것이 시스템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나라다. 만약 CNN이 정말 조작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벌써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온라인 투표라고 하더라도.

어떤 이는 광고 수익을 위해서 CNN이 그런다고 말을 한다. 정답처럼 보이지만 뻥이다. 지나치게 한국적 기획자 마인드로 미국 뉴스 사이트를 재단하고 있다(그 사람이 진짜 기획자가 아니길 바란다. 그 정도 식견으로 기획일을 하겠다니, 그가 일하고 있을 회사가 불쌍하다.).

당장 CNN 사이트를 살펴보자. 대체 광고가 어디에 있지? 사진 카테고리에 연결된 Nikon의 작은 배너, 호텔 예약 안내를 빼면 ‘자체 광고’ 뿐이다. 그런데 어디에서 페이지뷰를 늘려서 광고 수익을 더 얻는다는 걸까?

한국 포탈사이트들이 페이지뷰를 늘려 그것을 근거로 광고비를 받는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리고 그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오만 잡짓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럴거라고, 미국도 당연히 그런 목적으로 조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대체 무엇일까. … 그렇게 말한 사람은, 우리가 그러니 CNN도 그럴 거라고 지래짐작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 온라인 폴은 CNN에서 뉴스를 올릴 때 사용하는 의례적인 덧붙임에 불과하다. 프로그램 코드도 단순하고, 그냥 여론의 흐름을 체크하기 위한 간단한 도구 정도라고 보면 된다. CNN 입장에서는 그것 가지고 특별하게 조작이니 뭐니 할만큼 신경쓸 일이 없다(여러명이 투표할 경우, 투표한 다음에 결과창에 반영되는 것도 느리다. 그래서 더 오해가 많아졌다.). 그리고 CNN은 종군위안부 관련 미하원의원 결의문에 관련하여, (이 경우 당연하겠지만) 나름 일본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투표의 결과가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여론조작이다, 일본인 끄나풀이 많다-라고 주장한다면, 뭔가 말이 안되지 않을까?

▲ CNN 온라인 투표 프로그램의 느린 반응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CNN 투표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어째서 이런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일까?

사실 진실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본의 2ch에게 졌다. OTZ

지고말고할 문제도 아니다. 온라인 투표 결과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니까. 애시당초 CNN의 온라인 투표 자체가 몇 천에서 많아야 몇 만명의 투표자가 참여하는 투표다. 그런데 200만명이 넘게 투표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특정 목적을 가진 누군가가 무더기로 투표에 개입한 거다.

이 경우에는 3월 4일에 투표가 올라와서 3월 6일밤까지 1만 4천 vs 1만 4천 정도로(관련글), 일본의 사과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50:5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사실이것도 많다). 그런데 3월 7일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갑작스럽게 일본의 사과를 반대하는 표가 쏟아지기 시작한다(관련글,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을 봐주세요).

그때 일본의 2ch에서는 3월 5일부터 투표를 선동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냥 그런가 하는 분위기였다가, 3월 6일 저녁부터 한국에 밀릴지도 모른다! 한국이 움직이고 있다! 라는 글들이 게재되면서 CNN의 반대표가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물론 다른 곳에도 이 시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투표를 선동하는 글이 올라오긴 했다. 하지만 통계를 내긴 어렵겠지만, 야후 재팬에서 검색한 결과만 보면, 일본의 블로그 스피어에서 이 문제는 조용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우리처럼 투표를 선동하는 글들은 거의 없고, 일본은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자-라던가, 아베의 말은 모두 옳다, 우리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의 개진 정도가 전부였다.).

그에 반해 우리는 투표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떠들고 있을 동안 우리는, CNN의 낚시에 낚이지 말자-는 글이 퍼지고 있었다. Yes에 대한 투표수가 적다고? 당연하다. 우리는 투표하지 않았다. OTZ 솔직히 투표했다고해도 이겼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 숫자는 우리의 두배가 넘는다(15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2007년 기준 한국 2600만명, 일본은 2005년 기준 5300만명).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률도 우리를 앞질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투표하지 않은 당신-을 책망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온라인 투표야 애들 장난. 적당한 수준에서는 여론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사람들이 ‘조작하겠다’라고 나서면 그냥 해프닝에 불과하다. 온라인 투표가 다른 현실적 문제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CNN이 우리를 낚았다”라는 주장은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 가운데, 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몇가지 헛된 슬픔을 본다.

  1. 하나는, 너무 쉽게 문제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솔직히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우리는 누군가가 말하는 ‘간단한 해설’에 너무 쉽게 현혹됐다.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음모론을 믿어버렸다.

    …뭐, 늘상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2. 회사는 돈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는 것

    CNN이 광고 수익을 위해 온라인 폴을 조작한다-는 주장을 쉽게 믿게 만든 것은, 우리들이 ‘회사를 돈을 위해 뭐든 해도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뭐, 한국에는 그런 회사들이 꽤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상의 어떤 일에도 ‘넘지 말아야할 선’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윤리 경영은 원래 상식이다. 돈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범죄자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최강국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은 많은 나라에게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는 그저 처음 인터넷 보급률을 선도했던 나라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 이번 일에서 확연히 드러난 것은, 이제 우리는 인터넷에서도 쪽수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모두 해프닝이다. 굳이 신경써야할 문제도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짓 해석에 놀아나지는 말자. 그저 인터넷 스피어가 변해버렸음을, 이 세계에서도 우리는 변방의 소수일 뿐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외국의 장난 같은 일에 더이상 휘말리지 말자. CNN.com도 결국 미국의 뉴스 사이트일 뿐이다. 거기서 말해지는 것들이 ‘그들의 시선’이기는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다들 알고 있으니까. 이런 장난 같은 놀이는 이제 일본의 2ch 애들에게나 맡겨두자.

…(물론 솔직히 말해, 일본이 하류 사회의 고착화가 되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식적 우경화가 이정도로까지 진행되어 있을 줄은 생각못했다. 더불어 우리의 반응이 지나치게 ‘냄비적’ 성격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생각 못했고. … 하지만 몇몇 글들에서 건강한(?) 흐름 역시 도도하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다.)

…결론은? 역시 원고 마감이 닥치니 늘어나는 것은 포스팅이라는 것(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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