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개인은 못 써먹을 곳

예전에 피씨통신에선, 사고팔고 게시판이 꼭 있었다. 일종의 온라인 중고장터였는데, 사업삼아 파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수요자간의 직거래라서, 꽤 많이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개인간의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보니 사고도 좀 있긴 했지만(대부분 불법복제 관련이 제일 많았다.), 대부분은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 무리없이 이용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취미가 비슷한, 잠시나마 친구했던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나서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많이 이용했다. 수수료의 부담이 나날이 거세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맘편히 거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제공해주는 안전거래 서비스나, 배송 서비스도 꽤 괜찮았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수수료 부담을 하고도 이용할만 했다는 뜻이다. 그게 재작년까지의 일이다.

그 후 한동안은 옥션에서 물건을 판 기억은 없고, 주로 구매만 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몇가지 물건을 내놔봤다. 이런 이런, 옥션은 이제 실수요자가 이용하기에는 아주 골때린, 그저 직업삼아 하는 사람들만 이용하기 좋은 곳으로 변해있었다. … 다름 아닌 구매 거부 문제다. 세가지 물건을 내놨는데 세 번의 구매 거부를 당했다. -_-; 그것도 한명은 질질 끌다가 열흘동안 결제가 없어서 자동으로 구매 거부가 되버렸고, 다른 한 명은 낙찰되자마자 구매 거부를 해버렸다. … 뭐냐? -_-;;

문제는 옥션이란 곳의 ‘문화’다. 용산도 그렇고 사람 사이에 관계가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는, 그곳 나름의 문화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물건을 어떤 방법으로 결재하는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 문화가 그곳을 살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다시 들릴지 말지를, 다시 말해 참여자의 다음 행동이 어떤 것이 될지를 가늠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옥션은, 개인 판매자에게 있어선 아주 안좋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옥션은 이제 시장 장터다. 중고 장터가 아니라 그냥 시장이다. 옥션은 이런 시장으로 변하기 위해 그동안 노력했겠지만.

예전에는 업자와 개인간의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많이 팔고 적게 팔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하지만 옥션에서는 이제 그 차이가 없다. 이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모두 판매자, 업자 취급을 받는다. 그 안에서 나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이 물건을 썼다가 이제는 필요없어져서 내놓은 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업자’다. … 나는 그 사실이 아주, 짜증난다.

…이제 다시, 커뮤니티의 장터로 돌아가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사실 커뮤니티 장터는 찌질-_-스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디씨는. 그 찌질스러움에 상처받기 싫어서 -_-; 돈 좀 더 주고 옥션을 이용해 왔지만, 이제는 옥션 이용을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익명성 속에서 업자 취급 받으며 거래하는 것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겐 상관없겠지만, 가끔가다 필요없어진 물건 한 두개 내놓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적성이 안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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