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우려가 심각하다.
“미국은 다민족.다인종으로 이뤄진 국가다. 그런데 모국이 나서 책임을 통감한다, 자성한다는 반응을 보이면 미국 정부로선 난감하다.”
-왜 그런가.
“각지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더라도 미국 영토에 뿌리를 내리고 삶의 터전을 닦으면 그들은 모두 미국민이다. 수많은 민족이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흘러들어 온다. 그들은 이 용광로에서 녹아 미국인이 된다.”
-그래도 정부 차원의 조문이 여론 악화를 막는 길 아닌가.
“각 민족끼리 배타적인 집단을 이루면 사회.국민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모국이 나서면 그런 경향이 생긴다. 한국계 이민자가 사고를 친 것이지 한국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이게 핵심이다. 미국 사회의 문제다. 한국 정부가 개입하는 인상이 퍼지면 곤란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미국 당국자들과의 이런 협의 결과를 토대로 조문사절단을 파견치 않기로 결정했다. 민족적 코드가 강한 한국 정부와 다민족 국가인 미국 정부의 시각 차를 확인하고 내린 결론이다.
예전에 9.11테러가 났을 때, 전국에 5분간 묵념하라고 싸이렌이 울려퍼진 적이 있었다. 삼풍 백화점이 무너져도 뒤로 쏙 숨어버리던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이 테러당하자 마자 한 일이 바로 그거다.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나한테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모르니 알아서 눈치보며 기는 버릇. 일제-박정희 군사독재시절부터 길들여진 우리. 아직까지도 제 버릇 남주지 못하고 있다. 서글프다.
정말 주권국가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긴 있는가. 국민과 민족을 구분할 줄 아는 눈이나 가지고 있는가.
한국계와 한국인의 차이도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