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게된 이후 신기했던 것은, 어느 자리를 가도 어디 사냐, 어디서 살았냐, 고향은 어디냐고 묻는 분이 꼭 계셨습니다. 저는 전국을 떠돌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대통령 후보 하면 정말 쓸모있는 경력…이겠지만, 개인적으론 피곤한 경력이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1~2년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았던 삶-이랄까요. 물론 그때도 마음의 고향은 분명 제주도였습니다. 전국 어느 곳에 가 있어도, 때되면 돌아가는 곳은 고향 서귀포의, 할아버지 집-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어디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진 못했습니다. 제주도-라고 하면 다들 하는 말이 “제주도 사투리 한번 해봐라”인데, 저는 좀 어색하게 -_-;; 하거든요. 집에 내려가면 사투리로 얘기하긴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자랐던 것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항상 소수민족..취급 받는 듯한 기분도 들고 -_-;;; (아 놔, 제주도라고 하면 물어볼 것이 사투리 밖에 없냐구요..) 그렇다고 서울 사람도 아니고…-_-;;; (서울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제주도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간 다음이었습니다. 대학부터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많았기에, 학기중엔 서울에서 생활하고 방학때는 제주도에 가는, 저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래서 사투리 밖엔 화젯거리가 없는 제주도란 지역이, 얼마나 많은 것에서 자유로울수 있게 해주는 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경상도도 아니고 전라도도 아닙니다. 그곳이 제주도입니다. 제주도는 충청도처럼 사람이 많아서 이 판 저 판에서 끌어당기기 위해 애쓰는 곳도 아닙니다. 대선 기간에 후보자들이 몇 번 들리지 않는, 인구도 55만밖에 안되는 작은 땅입니다. 10년 넘도록 집값도 제자리고, 발전의 혜택이란 건 아예 맛보지도 못한 땅입니다. 육지 사람들에게 뺏길 것은 다 뺏기면서도 뭐라 자기 주장 제대로 못하는 땅이기도 합니다. 당시 인구의 10%에 가깝게 죽은 4.3이란 참사를 겪었어도, 많은 역사학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버리는 땅이기도 합니다.
…그곳이 주는 유일한 감정은, 자유입니다. 나는 당신의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당신의 그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같은 도민들끼리의 친밀감 정도..랄까요. 어딜가도 제주도 사람을 보면 반갑다는, 그런 것들(실은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아마, 육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친밀감. (그래서 예전에 원희룡 의원 왜 안도와주냐고 혼난적이 있었다눈…)
하얀용님의 「퍼온 정치글.」과, 그 글에 달린 리플들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저에겐, 너는 경상도 사람이어서 그렇다, 너는 전라도 사람이어서 그렇다… 라는, 그런 편견은 붙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런 이유로 글이 곡해되는 일도 벌어지진 않겠지요. 거참, 이런 것에 감사해야 하는 나라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 이것도 다, 제주도 하면 ‘사투리’ -_- 밖에 떠오르지 않기에 벌어진 현상이긴 하지만… (한라산, 유채꽃, 해녀…까지 생각해 주시면 정말 많이 생각해 주신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