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점에, 촛불중계 생방송으로 인기가 높아진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가 구속되었다. 구속된 이유는 저작권법 위반이다. 실제로 문광부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웹하드, P2P 업체등에 저작권 강화를 요청했으며, 올해부터는 저작권 보호를 위임받은 ‘저작권 보호 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상시적 저작권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말했듯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07년 중반, 좀더 길게 보자면 우상호 의원에 의해 개정 저작권법이 입안된 2006년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2006년 우상호 의원의 개정 발의안이 음반 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저작권 보호’ 움직임을 강화하자는 성격이 짙다면, 2007년 부터 시작된 저작권법 개정 및 단속 강화는 한미 FTA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더 강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 개정 저작권법의 핵심인 ① P2P등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104조) ②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저작권 침해를 한 것으로 본다는 것(다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면책), 이 현재 흐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된 대규모 저작권 소송 대란
하지만 대규모 소송 대란이 예상된 것은 최근, 지난 3월부터의 일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디지털 저작권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 협의회는 지난 3월 25일, 국내 8개 대형 웹하드 업체를 대상으로”침해 중지 가처분 신청과 저작권 침해 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와 관련해서 저작권 소송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4월부터 외화 수입업체들에 의해, 업로더들에 대한 줄고소가 일어나고 있다.
이 소송의 배경에는 두가지가 자리잡고 있는데, 하나는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웹하드 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저작권보호센터가 만든 저작권 침해방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상의 영화 다운로드에 따른 2006년 시장규모(패킷요금 기준)은 5711억 원(패킷 요금 기준) 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이런 상황을 웹하드 업체가 조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가시장(DVD 등)의 축소로 인해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조금 애매하긴 한데… 5700억은 아마 웹하드 시장의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70%는 야동으로 -_-로 벌어들이는 돈이라고 증언하고 있는 형편. 영화는 약 10%, 그러니까 패킷요금으로 570억 정도가 유통된다. 약 10조 규모(문화관광부 문화산업백서 2007)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다운로드 때문에 영화 시장이 망해간다는 것은… 조금 그렇다. 작년에 한국 영화가 왜 빵빵 넘어졌는 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거고.
그런데 왜 갑자기 구속으로 이어졌을까?
어쨌든 지금의 줄소송은 이명박 정부의 태도 변화에 기인한 것이고, 그 뿌리는 한미FTA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시된 문광부의 저작권 단속 강화 조치에 있다. 여기까지만해도 주로 ‘단속강화’와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우컴을 비롯한 5개 업체 대표들이 구속이 되었을까?
핵심은 헤비 업로더와 웹하드 업체의 수익 배분 구조가 있었는가-로 모아진다. 웹하드 업체의 수익구조는 ‘회원들이 자료를 올릴 공간을 마련하고, 다른 회원들이 다운받을때 패킷당 요금을 과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여기에 과금된 금액의 일정부분을 업로더에게 나눠주게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① “업로더들이 수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불법 콘텐츠를 유통시켰는가”와 ② “웹하드 업체들이 수익을 위해 업로더를 고용, 과금을 유발할 콘텐츠를 올리게 했는가”의 문제가.
이제까지 웹하드 업체들의 주장은 ① 이었다. 그에 반해 전자신문의 기획기사에 나온 내부 고발자나, 영화 업계에서는 ② 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웹하드 업체들은 헤비 업로더가 몸통이라고 주장하는데, 영화 업계는 웹하드 업체가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① 이 문제라면 웹하드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보호 조치를 다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② 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웹하드 업체들이 직접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가 된다.
지난 5월 21일, 헤비 업로더 남모씨가 구속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웹하드 업체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시점이다. 검찰은 웹하드 업체와 헤버 업로더들이 공범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대표들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을까?
결국 나우콤 대표의 구속은 네트워크 포비아 때문
굳이 이번 일을 촛불집회 생방송에 따른 불이익이라고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것보단 정부의 강화된 단속 의지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사업 모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네트워크 포비아가 어우러져서 생긴 일이라고 보고 싶다. ..굳이 구속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속했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많은 문화산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포비아(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것, 또는 컨트롤 되지 않는 흐름은 나쁜 것, 악한 것이다. 이들 보수 세력은 이런 이분법적 기조하에 지금까지 끊임없이 네트워크를 공격해 왔다. 나중에 따로 정리하겠지만, 다음의 다섯가지가 네트워크 포비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형태다.
① 선거법 개정
② 포털의 미디어 규정
③ 인터넷 실명제 강화
④ 인터넷 감시 강화(사이드카)
⑤ 저작권법 강화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든 처단해야 한다는 흐름은 구체적으로는 법 개정, 감시 시스템의 강화, 구속 및 처벌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기술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다섯가지(제목 필터링, 문자열 비교, 파일명 검열, 오디오 인식, 해쉬값 비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이상의 기술적 보호 조치를 요구할 경우 결국 DRM 이나 포지티브 필터링방식을 쓸 수 밖에 없다(문광부는 샘플링 조사로 기술적 보호조치의 수준을 논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
DRM이나 포지티브 필터링 방식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아니라, “누군가가 결정한 것만을 사용할 수 있는” 파놉티콘 시스템의 부활이다. 결국 기술적 혁신 이전의 시절,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바 없는 셈이다.
기술 혁신과 저작권 보호의 사이에서
솔직하게 말해 이번 일은 약과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다. 똑같은 논리가 다음이나 네이버등의 대형 포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고소당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이들이 고소당할 가능성은 활짝 열리게 됐다. 이제 다음이나 네이버의 대표이사가 감옥에 들어가는 일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봤을때 현재 고소한 사람들이 노리는 것은 웹하드 업체의 차단, 폐쇄다. 아프리카?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아프리카고 다음 라이브팟이고 안걸릴 재간이 없다. 앞으로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더 끔직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한미FTA에서 체결된 지식재산권 집행(10조) 규정은 권리인과 고소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규정이다. 심지어 일시적으로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는 것도 복제라고 본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지나친 단속이 과연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 이 상태로 나가면, 웹하드 업체중 대부분이 도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거들의 자유도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올해 초에 있었던 저작권 관련 민사소송(솔로몬)에서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경험했다. 그렇다고 불법 복제가 없어질리도 만무하다. 다른 해외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될 뿐.
…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공포와 억압의 정치가,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먹혀 들어갈까. 뭐, 어디 두고보면 알 것이다. 이런다고 과연 CD나 DVD의 판매가 늘어날지. 영화보러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지. 모든 정보의 흐름를 컨트롤 하면 과연 뜻대로 세상을 주무를 수 있을까? 착각이다. 그저 혁신만을 가로 맊을 뿐.
대체 스티브 잡스와 아이팟을 그렇게 칭찬하면서도 거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아이팟이 오로지 ‘디자인 감각’만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아메바들인건가. … 지금 중요한 것은, 억압이 아니라 혁신과 보호 사이에서 새로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다. 새로운 세대의 사업 모델은, 절대적으로 “관계의 재구축”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