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단체의 재정규모와 공개성을 들여다보니, 두가지 특징이 보인다. 하나는 역시 이름있는 곳들은 재정도 크고, 나름 원칙을 세워서 운영한다는 것(관련 기사). 물론 ‘함께하는 시민행동’처럼 의지만 있으면, 작은 곳도 내실있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름값에 비해 의외로 재정규모가 부실한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 …뭐랄까,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현주소가 도표로 드러난 느낌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가 정말 재미있게 재정운영을 하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 직접 밝힌 재정관리 상태는 다음과 같다. (관련 기사)
-홈페이지 공개 안한다.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도 회원들에게 고지하지 않는다.-외부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재정 투명성 확보란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만 보장되면 됐지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가. 아름다운재단 같은 진보시민단체도 돈이 어디서 들어왔다는 것만 있지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는 전혀 얘기를 안 한다. 사실 돈은 어디에 썼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
-우리는 돈을 내신 회원분들이 재정상황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활동에 감동하고 동의하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주는 것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구멍가게 수준인 것은 뻔한 사실 아니냐. 대기업만큼의 회계처리 능력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인 점은 인정한다.
–총수입과 지출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
우선 ‘아름다운 재단’은 돈이 어디서 들어왔고, 어디에 썼는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두자. 기사에서 입장을 밝힌 시민사회단체들 가운데, 이렇게 노골적이고 뻔뻔하게 말하는 단체는 이 단체가 유일하다. 다른 시민단체들은 ‘어렵다’라거나 ‘준비중이다’라고 말했지, 재정 투명화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렇지만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장난 아니다. 일단 상식이 무시된다. “투명하지 못하는데 건전할 수가 있는가?”란 당연한 질문은 “건전성만 보장되면 됐지 투명성이 왠 상관이냐”라는 질문에 막힌다. 돈 낸 사람들은 재정상황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여기서 잠깐, 위의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분명 후원금을 낸 기업-들은 그걸 묻고 싶어도 묻지 못한다고 했다.
.. 그렇다면, 여기서 가능한 추측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에 후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이거나 기업의 탈을 썼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 아니면 몇몇 개인들이 아주 많은 액수를 후원하던가. 소액 후원자가 중심인 단체에서는 ‘재정상황 공개 요구’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뭐, 어차피 이건 추측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하지만 이들이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변명의 말미에 나온다. 이들은 “시민단체들이 구멍가게인 것은 뻔한” 것이고, “대기업 같은 회계처리 능력은 어불성설”이라고 대답한다. 산하에 4개의 센터와 1개의 위원회, 6개의 부문 조직과 수십개의 전국 지역조직을 가진 단체가 하는 말치고는 좀 그렇다.
지난 토요일 뉴라이트 전국연합 3주년 모임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고, 정부여권 실력자(박희태, 정두언, 이상득, 전여옥, 오세훈 등)들을 대거 한 곳에 모았으며, 한나라당 박희태 의장에게선 ‘뉴라이트가 좌파를 붕괴시켰다’라는 칭찬까지 받는 모임의 변명치곤, 궁색해도 너무 궁색하다. (관련 기사)
사실 저 변명이 말해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들어오는 돈은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기록/관리하거나 감사받지 않았단 말이다. 이 정도면 거의 스캔들급이다. 무슨 범죄조직도 아니고 대통령까지 따로 만나 만찬을 가진 모임에서, 회계 기록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구린 곳이 있다는 말 이상으론 들리지 않는다.
공개성-의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중 하나다. 올드라이트도 아니고 뉴라이트라면 그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범죄 조직이나 할 예산 관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면, (아니, 범죄조직보다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 떳떳하다면,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해야할 일은 딱 하나다.
총수입과 지출내역, 다시 말해 회계 내역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