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종부세 이대로 폐지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험하다

지난 번에 ‘종부세 폐지 반대 프로젝트에 동참합니다.‘ 글 이후 많은 댓글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종부세을 지켜야 하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제껏 드러난 종부세의 부작용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부세를 만든 사람을 찾아가 한 번 인터뷰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첫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인수위 시절부터 종합부동산세 도입를 공표한 2003년10.29 부동산 대책,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공표한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에 모두 관여했으며,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지신 분입니다.

건너건너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쌀쌀한 바람이 불던 지난 11월 7일 오후, 광흥창역 근처의 한 사무실에서 김수현 교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종부세의 착상부터 기획 과정, 정부안, 법제화를 모두 지켜봤다. 나는 종부세가 사회적 합의였고 염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폐지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진보를 되돌릴려는 처사로 본다. 단순히 세금 하나를 만들었다 없앴다하는 수준이 아니다.” 라며 말문을 열었다.

자그니(이하 자) : 종부세 제정 당시 상황과 제정된 이유를 설명해 달라

김수현(이하 김) : 종부세의 기초는 참여정부 인수위 시절 만들어졌다. 당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가지였는데, 시장 투명화와 보유세 강화, 공공 임대주택 건설이 그것이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80년대 후반(주-1989년) 경실련이 만들어질 무렵부터 이뤄진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에서는 한번도 보유세 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보유세 강화는 인수위 초기부터 과제였으며, 그를 위해 재경부, 행자부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수위에 모여서 보유세 강화에 대한 논의를 했다. 논의 결과 보유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부를 국세화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방세로 놔둘 경우 지방이 반대하면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세와 국세로 이원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세금이 ‘종합부동산’세다.

그렇다면 종부세는 어떤 효과를 거두었을까?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의 의미는 보유는 힘들게, 거래는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서 집을 사라는 이야기다. 능력도 안되는데 크고 넓고 비싼 집을 사서, 나중에 다시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문화를 바꾸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에서 종부세법을 물어 뜯는 이유도, 이게 가장 효과가 높기때문이다.

▲ 김수현 교수

자 :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장기주택 보유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 솔직히 그게 큰 문제다. 외국에서는 부동산을 살 때 (고가 주택의 경우) 처음부터 보유세를 높게 매기니, 그것을 각오하고 집을 산다. 그에 비해 우리는 그동안, 보유세는 자동차세보다 싼, 무시해도 되는 세금이었다. 그러니 그 분들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라는 억울함 이상의 분노를 표현한다.

그 분들이 10년전 20년전에 집을 살 때 기대했던 비용이, 그 뒤에 정책이 바뀌면서 높아진 것이다. 정부로서도 납득시키기 곤란한 문제가 됐다. 나는 일종의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집 값이 얼마인데 그것을 못내냐-라는 말은 해도 안되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다. (이런 문제에 부딪힐 경우) 선택의 길은 2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로 되돌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들지만 보유세 상승을 현실화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대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무이자 납부유예등, 선별적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종부세의 기조만 흐트리지 않는다면 대 찬성이다. 종부세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분명히 눈에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 앞에 있는 벽을 언젠가는 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종부세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종부세가 너무 약한 제도였다. 과표적용률의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작년부터 강해진 거다. 그 때문에 김종률 의원의 납부유예안이 담긴 종부세 개정안을 작년 국회에 제출한 바가 있다. 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종부세 폐지를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었고, 참여정부는 이런 논의 자체가 종부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본법에다 손을 대기를 꺼려했다.

자 :종부세는 참여정부의 철학, 다시 말해 부동산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 투자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집을 사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양극화를 고착시키겠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종부세를 입법하면서 어떤 주거 문화로 바뀌길 바랬는지 설명해 달라

김 : 어떤 분은 그렇게 묻는다. 그럼 강남은 부자만 살아야 하냐고. 그게 맞다. 외국에선 부자 동네에 부자만 산다. 그런다고 욕먹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세금을 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세금을 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좀 이상한 주거 문화가 형성됐다. 그러니까, 꼭 능력이 되지 않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솔직히 이사가세요- 능력이 안되면 그 지역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긴 쉽지 않다. 이건 기존 관념을 벗어나는 일이다. 모두에게(강남에서 이사가세요-라는 말을 듣는 사람과 강남에 들어가고 싶었던 사람들) 욕을 먹기 딱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이 정상적 부동산 시장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이 되면, 자신의 능력과 욕구에 맞는 주택에서 살아갈 수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세 사는 사람인데, 뉴타운 같은 것으로 인해 싼 세집이 없어지면 그 사람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임대 주택등이 계속 공급되야 한다. 반면 나는 세금을 많이 내도 좋은 주택에 살아야겠다-라는 사람에겐 그에 맞는 주택이 공급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욕망은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크고 비싼집 일변도로 몰려있다. 보유세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이렇게 일변도로 몰리는 것을 자신의 처지에 맞는 수준으로 이렇게 줄을 세운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유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동시에 정부가 임대주택등의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

결국 조세 체계와 주거 복지는 한 셋트다. 조세체계가 크고 비싼 집에 대한 불필요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면, 주거복지는 작지만 편안한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함께 가야 한다.

▲ 재개발은 많은 서민거주지역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얼마전 재개발로 인해 사라진 흑석동 일대의 모습.

자 : 부동산은 왠지 교육 정책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욕망의 정치학이 작용하는 영역이랄까.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이 실패한 것도, 결국 학부모들의 그런 욕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처럼 사람들의 욕망에 반하는 부동산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부동산과 교육, 이 두 가지 정책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참 어렵다. 모두가 이해관계자고, 그 이해가 모두 상반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점점 더 나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생각과, 근거없는 신화가 살아있다.

이는 단순히 정책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이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 층과, 기득권층으로 들어가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이 합쳐져 있다. 우리만 뒤쳐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과, 나도 올라가야겠다는 욕망이 결합된 절묘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곳이 교육과 부동산, 이 두 분야다. 모두가 가해자면서 모두가 피해자인.

그렇지만 해법이 과연 없을까? 최소한 주택은 희망이 보인다. 그걸 말해주는 몇개의 지표가 있다.

– 주거 상황의 상당한 개선
최저 주거 기준(국토해양부 홈피에서 확인) 미달 가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0년전에는 전체 가구의 33%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10%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많은 아파트들 가운데, 전체의 반이 지난 10년 안에 지어졌다. 급격히 주거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실질 주택 보급률(1인가구등을 감안한 보급률)은 99%에 도달했다. 주택의 절대 빈곤 문제는 거의 해결된 상태다. 남은 것은 서울의 시존 시가지를 고치는 일 정도다. 따라서 부동산 값이 영원히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앞으론 투기 상황이 일어나기 힘들다.

– 공공 임대 주택의 보급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다른 하나는 2010년이 되면 전체 주택의 10%가 공공주택이 된다. 한마디로 한국 사람의 10%는 국가가 제공한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싯가보다 싸게 가격이 매겨진다. 그러면 전월세 가격의 폭등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고령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 주택수요는 1955-65년 출생의 베이비붐 세대에 몰려있다. 2015년이 되면 이들이 은퇴연령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3가지 요인 때문에, 앞으로 한국 주택시장상황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도 드디어 거품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거품 붕괴를 슬기롭게 막고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 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굉장히 안정적인 주택시장 상황으로 갈 수가 있다.

자 : 그렇지만 현 정부는 종부세의 위헌 심판 제청등, 부동산 시장의 인위적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을 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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