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길고양이 문제, 어떻게 봐야할까?

1. 거문도에는 고양이가 많다. 현재까지 파악된 개체수는 약 780마리(2008년 8월 조사). 언제 들어왔는 지는 10년전부터 30년전까지, 보도한 언론마다 다양하지만, 대체로 30년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0년경부터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나, 2003년에 덫을 놓아 500마리를 잡아 죽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현재 거문도의 고양이와 인간은 공존을 위협하는 단계,라고 보도되고 있다. 주된 피해는 어업으로 잡은 생선과 밭작물, 가축들을 해치는 것이다. 그 밖에 쓰레기를 뒤지거나 발정기때 내는 울음소리-등도 피해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고양이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양이들이 조류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관찰된 것과 언론의 보도는 대부분 고양이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등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을 확인했다.(꿩은 애시당초 거문도에 주둔했던 영국군이 풀어놓은 것이니, 잠시 예외로 하자.)

이 문제가 보도되기 이전에 씌여진 거문도 여행기를 살펴봐도 거문도 고양이에 대해 기록한 블로거는 거의 없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 여기서 드는 의문. 고양이가 귀찮기는 하겠지만, 정말로 고양이 때문에 못 살 정도의 문제가 있었을까? 라는 것. 매체 기사들에 따르면 주민들은 300-400마리 정도로 개체수만 감소되면 공존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고양이를 죽이는 행위’를 꺼림직하게 생각한다(생명존중이 아니라, 고양이는 요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고양이들이 거문도의 어업이나 축산업, 관광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는 못된다는 것. 만약 문제가 심각하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문도에 고양이가 들어온지는 30년이 넘었다.

다른 한편, 고양이의 생활환경이 그닥 좋다고도 여겨지지 않는다. 5년전 500마리 넘게 죽었던 고양이가 현재는 약 800마리. 5년전 800마리가 존재하고 그 중 300마리가 살아남았다면, 두배로 번식하는데 5년이나 걸린 셈이다. 그보다 존재하는 숫자가 적었다면, 예를 들어 100마리 이하만 살아남았다면, 근친교배의 문제로 현재처럼 번식하기 힘들다. 현재 존재하는 800마리보다 5년전에는 더 많았다는 가설은 기각.

3. 경제 사정이 아니어도, 죽지않곤 못 살정도는 아니어도, 거문도의 길고양이들이 충분히 생활에 지장을 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어떤 방법이 있을까? 포획후 도살(안락사)은 2003년에 시행했다 이미 실패했다. 게다가 지난 14-15일 이틀간 50개의 덫을 놓아 포획한 고양이는 25마리. 안락사 비용을 5만원으로 잡으면(추정) 150만원정도. 거문도 관리사무소에서 밝힌 예산은 250만원. 결국 많이 잡아도 35정도나 안락사가 가능(실제론 이번 25마리에 다 썼다고 한다).

… 고양이의 생식능력이 대단히 뛰어나 금방 번식한다는 관리사무소의 주장이 맞다면, 이 정도 포획은 포획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다. 안락사가 아닌 도살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거문도의 모든 고양이를 잡을 수가 없다면, 다시 예전에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 할 수 박에 없다.

반면 대전 대덕구청은 2005년부터 매년 200여 마리의 고양이를 포획해 불임 시술과 기생충 예방 주사를 접종, 실지적인 고양이 민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800마리에 약간 못미치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시술을 했으며, 앞으로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는 명백해 보인다. 성과가 없었던 방법을 반복해서 예산을 낭비하느냐, 보다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해 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택하느냐-다. 이 밖에, 고양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상위 포식자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으나, 고양이보다 상위 포식자라면 인간에게도 위협이 된다.

4. 공존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공존에는 비용이 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 기획자의 실력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주민들이 고양이들을 잡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에 피해를 준다면, 그들이 달리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일단 관리사무소는 안락사를 택했다. 실패한 방법에서 배우지 못하고 반복하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비극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다.

이제… 어쩌면, 네티즌들, 또는 고경원님같은 블로거들이 머리를 짜내야할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비용이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슈로 만들어 정책적인 압박을 가하고, 사람들의 후원을 모아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쓰레기장을 고양이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바꾸고, 대신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장소를 마련한다면, 포획은 쉬워질 것이다.

안정된 먹이를 얻을 수 있다면 고양이들의 횡포는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그들 가운데 매년 200마리씩만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해도, 개체수는 3년정도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근거없는 추측임을 인정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800가구의 거문도 섬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가구당 1년에 3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면 가능하지만, 이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 머리를 모을 수 밖에. 가구당 1년에 3만원 정도의 후원액. 고양이들의 음식을 해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와 음식 공급. 안락사가 아닌 중성화 수술로의 정책 결정 변경. … 이 모든 것을 설득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양이의 관광자원화?

… 고양이를 죽이는 것이 정당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말, 머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 개인적으로, 이 고양이 문제가 통일교 산하 일성해양산업에서 거문도에 레저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미묘하게 겹치는 것이, 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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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님의 글 ‘‘거문도 길고양이 프로젝트’ 시작합니다.‘에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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