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카와 유리 의원 공식 페이지는 일본 시의회 활동 이야기니 그닥 볼 것이 없고, 다른 사진들도 그냥 그냥 그랬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후지카와 유리 의원의 블로그. 블로그 글을 천천히 읽는데, 어어? 이거 좀 재밌습니다(2024 현재 http://www.fujikawayuri.net/ ).
여성 의원 블로그라면 전여옥 의원 블로그 밖에 모르는 저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네요. 뭐랄까, 좋게 말하면 소녀적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는 여성 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보통 블로거처럼, 그날 (의원으로서) 어디를 돌아다녔는 지, 누구를 만나 무엇을 먹었는 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가게 이름과 가격까지.
… 사실 유리 의원이 제일 관심있는 분야가 관광과 복지라는 것을 감안하고, 자신의 블로그가 인기 있으며,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 지가 분명히 ‘정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 하지만, 귀엽네요. 사람들이 아이돌이라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듯.
예를 들어 11월 21일에 올린 글에서 “저는 12월 의회가 끝날때 까지는 금주할 예정입니다.” 라던가, 11월 13일에 올린 글에서 명함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선거용 포스터, 홈페이지나 명함, 우편 봉투등의 디자인은 전문가(업자)에게 맡겨왔습니다만, 이 쪽에서 어떻게 해달라고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왠지, 핑크 색이 됩니다. ·· (이젠) 한계“. 라는 솔직한 고백은, 전여옥 의원 블로그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죠.
후지카와 유리 의원의 프로필을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0년생, 도쿄도 테이쿄대학 심리학과 졸업, 학생때 패션잡지의 학생모델로 활동하고, 오락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한 기록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하치헤시 전 시의원으로 16년간 있다가, 현의원에 두번 도전했으나 모두 탈락. 대학 졸업후 1년동안 놀다가(프리터) 아버지 선거를 돕는 것을 계기로 고향에 돌아왔네요(2003년).
그후 시내 광고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 노인복지 시설인 종달새의 마을에서 일하다가(2004년) 아버지의 두번째 선거 낙선을 계기로 시의원 도전을 선언, 2주간의 선거운동 끝에 당선됩니다(2007년 4월). 선거 당일 비가 와서 투표율이 떨어질까 마음 졸였으나, 젊은층의 투표율 증가(55.8%)로 인해 2위의 두배에 해당하는 표를 얻었어요.
그후 2008년초에 미녀 시의원이란 이야기가 돌면서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게 됩니다(한때 홈페이지 다운). 2008년 11월 사진집과 DVD 화보집을 발간(주간 아이돌 DVD 판매율 1위). 목적은 하치헤시의 홍보였으나 이 작품들에 포함된 수영복 사진과 영상으로 인해 후원회장이 격분(인터뷰를 보면 일방적 통보였던 것에 열받은 듯), 후원회 해산 선언을 해버렸네요.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그녀를 기소, 현재 사건이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막상 외모에 대한 아버지의 평가는 박한 편이라서 “그 애가 왜 예쁘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 외모를 가진 사람은 하치에시에 많다. 가슴도 보통이고 다리도 짧고…” -_-;; 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모 예능 프로덕션 관계자의 평가도 시의원-인 것을 빼면 아이돌로서의 재능 없음-이라고.
처음에는 단순한 2세 정치인이라고, 그러니 당선된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운은 없지만 추진력은 꽤 강한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조직을 그대로 활용해 당선된 것은 분명하겠지요. 아쉬운 것은 보수파라는 것. -_-; 지금은 무소속 보수파지만, 같이 활동하는 의원 계보나, 아버지가 모셨던 의원을 보면 자민당 계열인 것이 확실해 보이네요.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보수파 소속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그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정치의 모에화가 로스트 제네레이션을 구원(링크)“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물론, 글쓴 본인이 인정하듯이 망상이긴 하지만, 들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주장인고 하니, 이제까지 정치는 우리들 삶 저-편의 일로 여겨졌다는 겁니다. 웹으로 따지면 포탈사이트와 똑같습니다. 자기네들이 알아서 다 골라놓은 다음, 우리는 그 골라놓은 몇가지 것들 가운데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정치의 모에화”라는 것은, 투표자가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싶은 사람을 골라 추대한다-는 개념입니다. 일종의 오픈 마켓- 개념이랄까요.
검색을 통해 좋은 상품을 찾아내고, 그것을 링크하거나 메일로 보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것처럼, 정치에도 그런 개념을 도입하자는 거죠. 물론 그런 모에 정치인은 그저 인기로 뽑히는 거고,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정치를 맡길 수 있겠느냐-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거야 말로 낡아빠진 발상일뿐.
에이전트, 그러니까 투표권자의 의지를 대행하는 요원이란 개념으로 의원을 생각하게 되면,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의견 에이전트로서의 국회의원은 지지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를 확인하고, 토론하게 하고, 거기서 내놓은 결론을 받아 법안을 기획하는 역할-로 존재하게 됩니다. … 그런 일들이 가능하다면, 모에 의원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의원이 할 일은 의견을 중재하고 모아서, 법안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테니까요.
물론 농담 삼아서 하는 이야기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정치가 계속 흘러가다가는, 결국 그들만의 정치, 있는 자들의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 이익이 걸린 사람은 투표에 민감하지만, 지켜낼 이익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평온하기만을 바랄 뿐이니까요.
문제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세대가, 즉 우리가, 네트워크를 이용할 새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 이전의 세대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feat 신해철)에 목매달고 있었다면, 우리는 우리 세대의 논리로 정치를 재편할 고민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게임의 규칙은 게임을 만든 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맞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일입니다. 4년후에도 뻔한 사람이 뻔하게 집권하는 꼴을 보고싶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의 규칙을 만들 궁리를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비록, 모에 의원-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