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다-란 말을 달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은 이래야 한다-‘라고 믿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별거 아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일으켜줘야 하고, 불이 나면 불을 꺼야 한다. 길 잃은 아이는 엄마를 찾아줘야하고. … 그게 상식이 아닐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유야 108가지보다 더 많이 댈 수도 있다. 그래도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 아닐까.
2. 2000년에 성당을 더럽게 쓴 사람이 있었다.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건 잘못은 했다. 그럼 어쩔까. 그때 그 사람들이 나쁜 짓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나쁜 짓 할 거라 믿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아야만 할까. 그건 아닐꺼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런데 갑자기 2000년 이야기가 끄집어내진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랬으니, 니네도 그럴거 아니냐고. 뭐, 애시당초 농성하라고 만들어진 곳도 아니다. 그 불편함,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래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이 필요하다고,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럼 그들을, 그냥 내쳐야만 하는 걸까.
꼭 츤데레가 된 기분이다. “내가 아는 카톨릭은 이렇지 않다능!”하는. 맞다. 놀랐다. 지금 명동성당은, 내가 아는 그 명동성당은 아니더라… 그래서 그러지 말자고 글을 썼다. 교회가 그러면 안되지 않냐고. 그래도 교회인데,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 그렇지만 필연적인 이유를 들라면 들 자신은 없다.
3.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고, 자본주의 사회에선 사유권이 인정된다. 종교 시설이라고 해도 결국 사유재산..또는 종교의 재산이다. 아무나 들어갈 권리 없다. 근데도 바보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교회는 그래선 안된다고 믿는다. 아니, 교회 안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믿을 거라고 난 생각한다.
어쨌든 서로 간의 대화가 오갔고, 명동성당은 시국농성을 허락했다.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들을 보면 꼭 그럴 수 만은 없는 것 같아서 좀 슬프다. 뭐랄까… 예전에, 모교 뒷편에 장애인 시설 들어온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랑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달까.
…장애인 시설 들어오는게 뭐가 문제냐는 나한테, 걔들 본 적 있냐고- 걔들이 떼로 돌아다니면 무섭지 않겠냐며- 집값 떨어질거라며-… 결국 날 버럭-_-하게 만들었던 친구들. 그렇다고… 그 시설에 있는 아가씨가 나한테 연애하자고 하면 연애 할 자신은 없더라-(한번 진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데, 없었다. -_-; 물론…누가 나한테 연애하자고 할 일도 없을 거라는 것이 진실이겠지만.)
4. 사람 안에는 두 마음이 있다.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천사랑 악마는 아니니까. 그냥 서로 다른 길을 택하게 하는 마음이라고 해두자.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정도라면 어떨까나. 자기애와 형제애-라고 이름 붙여도 좋겠다. 그리고 그 마음은, 늘상 싸운다.
나라고 세상일에 오지랍 넓게 떠들면서 살고 싶겠냐- 그냥 내 일이나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보면서 살면되지.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걸 누가 부정하겠어. … 그런데 또 사람이라고, 욱하는 마음도 생기고, 안된 마음도 생기고 그래서, 가끔은 남일 같지 않고 내일 같기도 해도- 이것저것 시비 걸면서 살아간다.
…그게 나한테는,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형제애-라고 말하면 쪽팔리니… 그냥 오지랍이 지랄맞게 넓다-라고 정도만 해두자.
그러면서도 늘상 불안하긴 하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인지. 내가 정말 잘하려고 하는 짓인지. 그래서 사람들이랑 얘기 나누면서,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운다.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한다. 사람이나 세상이나, 선플이나 악플이나, 내겐 다 선생님 같이만 느껴진다.
5. 우리 그냥, 사람답게 살면 안될까. 서로 똑같은 상식을 공유할 수는 없겠지만,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바꿀 것은 바꿔가면서… 그렇게 살면 안될까. 좀 엄한 얘기 꺼내면서 싸우는 것보다, 상식적으로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겠는지 고민해 보면 안될까.
뭐, 그렇다고 논쟁을 피하지는 않는다. 논쟁도 배움이고, 그 안에서 분명히 새로 생기고 변해가는 의미들이 있다. 최소한, 정말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구나… 하는 정도는 알게되니까. 어차피 민주주의란게 그렇게 싸우면서, 어떤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일테니까.
그래도 가끔, 오로지 이기기 위해 덤벼드는 사람들을 보면 피곤하다. 나는 이미 옳고, 너는 이미 틀렸으니, 이겨주겠다-라는 마인드로 덤비는 사람들을 보면. … 실은 그냥 자료로 올려놓은 글에 이 사람 저 사람 갑자기 댓글 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정말 한통 노조원들이 입딱-씻고 가버렸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하나도 청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하긴 그것보단, 그 사람들이 왜 그곳에 들어갔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 지를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더 놀랐달까. 그 정도라면 사람으로서 당연한 궁금증…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가, 그런 것엔 관심없는 사람들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버렸음.
6. 그냥, 좀 피곤하지 않게, 상식적으로 논쟁 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 그러니까, 이 글은 그저 그런 푸념 포스팅이란 말입니다. 🙂 아아- 춤이나 추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