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한국을 강타한 진짜 이유는?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재미있다. 그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애타게 아이폰을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 구매자들은 기껏 하루 이틀 정도 배송이 늦어지는데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찾아서 가지고 오겠다고 우체국에 달려간 사람들도 여럿 있을 정도다. 오죽 했으면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 따로 개인적으로 전파 인증을 받아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을 정도일까.

지금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폰은 미국 애플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에 컴퓨터처럼 OS가 설치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는 폰을 지칭한다. 원래 애플은 맥이라는 컴퓨터와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아이폰에는 이 두 가지가 함께 녹아 들어가 있다.

이야기만 들으면 그냥 조금 똑똑한 휴대폰 같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이슈가 되었나?

실은 아이폰 출시는 어느 나라에서나 이슈가 됐다. 휴대폰이 이런 인기를 가지기는 쉽지 않지만, 많은 나라에서 아이폰을 사기 위해 출시 첫날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로 크게 이슈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 폰의 출시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았고, 따라서 어느 정도 붐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현재 모습만 놓고 보면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휴대폰 출시 자체가 이슈가 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 아이폰 자체가 꽤 훌륭한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란 사실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통화도 할 수 있는 휴대폰이지만, 실제론 다양하게 구매해서 설치할 수 있는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들 때문에, 손에 들고 다니는 노트북 컴퓨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뛰어난 성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의 정식 발매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통신사의 독과점에 따른 횡포에 대한 반발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가입자가 4700만명에 이르는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기본 요금 인하와 문자 메시지 요금 인하나 무료화 요구를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다.

거기에 해외에선 보편화된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들을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가정 내 무선 공유기등을 이용해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외국에선 보편화되어 있지만, 한국에 발매되는 휴대폰은 이동 통신사의 요구로 이 기능을 강제로 삭제당한 채 출시되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매출 증가를 위한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은 해외의 흐름과 동떨어진, 고립된 섬과 같은 존재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로 그런 불합리한 점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 아이폰 출시를 결정한 것도 역시 이동통신사였다.

원래는 그래야만 한다. 휴대폰 출시 하나로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기반이 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 그동안 안정적으로 보장된 시장에서 속편하게 장사를 해온 업자들이 갑자기 난데없이 뛰어든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형국이다.

단순히 강력한 경쟁자가 아니라, 아이폰은 한국 휴대폰 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휴대폰 단말기 사업자가 강력한 의지로 이동 통신 사업자에 맞서서 자신의 의지를 모두 관철시킨 유일한 휴대폰이다. 그동안 해외에 출시된 폰에는 들어있었으나 한국에 출시된 휴대폰에서 삭제됐던 기능들이 아이폰에는 하나도 삭제되지 않고 모두 들어있다.

이로 인해 출시 1주일만에 벌써 여러 가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무선랜(WiFi) 기능과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GPS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들이 계속 출시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만간 해외 유명 휴대폰들이 줄줄이 출시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아이폰 출시로 인해 삼성과 LG의 휴대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다른 하나는 휴대전화의 값이 대폭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의 경쟁자로 불리던 삼성의 옴니아2 휴대폰은 출시 2주만에 값을 내려야만 했다. 이로 인해 먼저 옴니아2를 샀던 구매자들의 반발이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삼성전자 등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자국 내에서 해외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에 휴대폰을 판매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요금이 내려가고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되는 등,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이 일어났다. 이렇게 아이폰 출시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일반적으로 아이폰 효과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아이폰을 출시하게 된 이유는 이동통신사의 결정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상에 모인 여론이 강하게 이동 통신사를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인터넷 상의 여론과 이동 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이폰은 출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휴대폰 하나의 생각보다 참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국산폰과의 대결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안그래도 그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지난 며칠 동안 언론에선 삼성의 옴니아2와 아이폰을 비교하면서, 옴니아2가 결코 뒤지지 않다는 기사를 계속 쏟아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반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게시판과 블로그에 도배가 될 지경이었다. 언론에서 옴니아2가 더 낫거나 괜찮다고 말하는 근거의 대부분은 하드웨어, 다시 말해 휴대폰 자체의 성능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용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 편리함, 그리고 애플 앱스토어라고 불리는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마켓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언론 기사는 이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실제로 폰을 비교해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진 국산 휴대폰이 아이폰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애플에서 운영하는 앱스토어는, 일정한 심사만 거치면 누구나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70%를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가져갈 수 있다는 개방적인 특징으로 인해 아마 1100만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이 등록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제한된 소프트웨어만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그럼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 한국 휴대폰이나 이동 통신사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발하면 된다. 아이폰으로 인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극적으로 확장되었고, 이제야 겨우 해외의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세계 최대 검색 업자인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에 기반한 스마트폰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서 조금 더 분발한다면, 해외에서 들여온 휴대폰 하나에 이동통신 시장 전체가 출렁거리는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한국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의 각성이 먼저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 YTN 라디오 금요일 오후 8시 40분, 뉴스집중분석 – 클릭! 인터넷 이슈, 12월 4일 원고 입니다. 방송할때 특정 제품 이름이 너무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안좋다고 해서, 특정 제품 이름 가급적 빼면서 방송 하느라고 고생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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