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팔랑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주문해 버렸습니다. 그리곤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아이쿠, 읽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예, 고수민님의 ‘뉴욕 의사의 백신 영어‘책 이야기입니다.
사실 영어공부 시장은 무림과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 영어 좀 한다는 고수들이 나타나서, 자신이 알고 있다는 무림비기를 팔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초식을 배우면 세 달이면 당신도 고수! 무협영화보고 따라하면 즐겁게 무공을 익힐 수 있다! 규화보전이 왠 말이냐, 리듬으로 즐기면서 무술을 익혀보자! 딴 건 필요없다, 권만 죽어라 연마하면 저절로 내공이 쌓인다! 순식간에 초식 100여개를 외우게 해주는 특별한 비전!!
… 이런 무림에 홀연히 나타난 이 분은, 홀로 이렇게 외칩니다.
웃기지마라. 비법 따윈 없다.
하루 3시간씩 5년은 연마해야 어느 정도 나 영어 하네-하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특별히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 -_-; 세상에 그렇게 만만하게 어디있나요. 영웅문은 언제나 소설일 뿐, 1갑자의 내공은 10년을 수련해야만 쌓을 수 있는 것을. …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이 걸어야 할 길은 흑도의 세계.
다만 헛되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방법이 필요합니다.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도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북극에 닿을 수는 있지만, 기왕 북극에 다다르려면 북쪽으로 계속 가는 것이 더 좋겠지요. 그런 나침반을 해주는 것이 공부법-이라면, 이 책은 우리가 진득하게 붙어볼만한 ‘영어공부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CD도 없고, 별다른 팁도 없습니다. 이런 것 외우라고 시키지도 않고, 그냥 친절한 선배처럼, 나는 이렇게 이렇게 공부했고 이런 저런 효과를 봤으니, 저런 이런 공부법으로 공부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조언이 담겨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조언은, 실제로 대부분의 영어 공부법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 충분한 시간을 들일 것 = 많이 반복할 것
- 왜 영어를 배우고 싶은지, 확실한 목적이 있을 것
-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한꺼번에 공부할 것
- 기왕이면 시청각 교재가 좋고, Text가 있는 교재가 더 낫다
- 자신의 수준에 맞게 시작할 것
- 쪽팔림을 무릅쓰고라도 크게 말해도 자주 말하고 분명하게 말할 것
- 영어 책 읽기, 다른 사람 발음 따라하며 읽기는 정말 좋은 방법
- 모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들리지 않는다
- 기본적인 문법은 갖춰여 한다
- 영어의 리듬을 익힐 것(외국어는 법칙이 아니라 감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쳐서 포기하지 말 것
사실, 전에 이야기했던 책, <영어공부 나만 따라와>에서 하는 얘기도 이것과 별로 다르진 않습니다. 그만큼 영어공부, 또는 대부분의 공부에서 기본적인 얘기라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6개월만 하면, 300문장만 외우면, 하루 30분만 공부하면…하는 책이 넘쳐나는 것이 세상.
자신만의 비기가 없다면 절대 팔리지 않을, 그리고 쉽고 간단하게 뭐든 얻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이런 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 책은, 블로거-가 아니었다면 쓰기 어려웠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씌여지는 글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맺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짜 조언을 해주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저 책을 더 많이 팔고 싶은 욕심이 앞섰더라면… 이렇게 팁도 없고, CD도 없는, 책은 나오지 못했을 거에요.
전 이 책 읽고나서, 당분간 영어공부’법’ 책은 더 읽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니, 굳이 더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그 시간에 공부…한 자 더하는 것이 남는 장사 같아요. 그만큼 추천합니다. 책에 있는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시간되는 데로 마인드 맵으로 정리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하루 3시간씩 공부해도 5년이면… 휴우…ㅜㅜ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 고수민 지음/은행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