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연한 걸음으로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가며, 때로는 후퇴하기도 한다. 자연은 이런 방식으로 점점 다양한 것들을 배출한다. 생명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지치기를 할 뿐이다. 각각의 가지들은 서로 다른 미래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유독 우리의 인생길만이 커브길 없이 계획에 따라 진행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꼬불꼬불한 인생길과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이 우리의 익숙한 사고와 위배되기에, 사람들이 다윈에 대해 분노하고, 양자물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대해 경악하는 일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시간이 – 그리고 자신의 삶이 – 운하가 놓인 강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그런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불확실한 상태에 있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 결국 인간이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것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최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의 강점은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미지의 것을 다루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바로 집중력이다. 변화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인지할수록 우리는 위험을 더 잘 평가하고 기회를 더 잘 인식할 수 있다. 우연은 우리에게 머릿 속의 사상 누각을 떠나 현실에 발 딛도록 인도한다. …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 슈테판 클라인, 『우연의 법칙』, p342~344, 웅진지식하우스, 2006
오늘은 왠지, 태어나 가장 많은 생일 축하를 받아보는 날인 것 같습니다. 트위터에 생일이란 얘기하나 올렸다가,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꾸벅)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 인생,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았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것은 삶의 도구와 방향성. 그 두가지만 움켜쥔 상태에서, 그때그때 주어지는 기회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던 인생.
마치 frog란 고전 게임 같네요. 자- 나는 개구리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은 폴짝폴짝 뛰는 재주뿐. 차가 달리네요. 통나무가 강에 흐르고 있어요.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 번 뛰어보겠습니다. 폴~짝. … 물론, 🙂 성격 나쁜 개구리라, 호수로 돌아갈 생각은 별로 안하고, 뛰며 사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만.
맞아요. 인생은 꼬불꼬불한 인생길.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죠. 별자리니 사주팔자니 알고보면 인생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살 것을 충고하는 장치일 뿐. 매일 같이 생기는 수많은 사건, 만나는 수많은 사람, 전해지는 끝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때론 진절머리나게 막막해도,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는 없겠죠.
…제 삶에 우연히 다가와주신 많은 분들, 우연히 제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신 분들, 우연히(?)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 우연히(…-_-;) 저와 가족이 된 동생들, 동생과 만났단 이유로 제 새식구가 된 제수씨까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사이, 우연히(…남발한다) 어떤 일이 생길 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함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를 우연 속에 살게해준 모든 사람과 사건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오늘 하루, 멋진 사건 사고가 가득 하시길.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