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어제, 여전히 비닐 포장된 잡스의 전기를 보았습니다. 비닐이라도 벗겨두자-라는 생각으로 꺼내들고 잠시 읽었다가, 그 상태로 푸욱- 다섯시간동안 줄기차게 읽어댔네요. 그렇게 읽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꼭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만 옮겨 적어 봅니다.
마쿨라는 ‘애플의 마케팅 철학’을 종이 한 쪽으로 정리했다. 이 문서에서 그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공감’이었다. 즉 고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고객의 욕구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둘째는 ‘집중’이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을 훌륭하게 완수해 내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서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원칙은 ‘인상’이었다. 사람들이 기업이나 제품이 전달하는 신호와 분위기를 토대로 그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특정한 의견을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원칙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은 표지다. 우리가 최고의 제품, 최고의 품질, 가장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해도 그것을 형편없는 방식으로 소개하면 그것은 형편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창의적이고 전문가다운 방식으로 소개하면, 그것이 최상의 품질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게 된다.”-p136
훗날 잡스는 새로운 세대의 학생ㄷ들에 대해 아쉬움 점을 말하곤 했다. 잡스에게는 그들이 자기 세대보다 더 물질주의적이고 경력이나 취업에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말했다.
“제가 학교를 다닌 시절은 1960년대를 막 지난 직후였고, 지금처럼 현실적인 목표 의식을 가진 세대가 등장하기 전이었지요. 요즘 학생들은 이상을 추구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경영 수업만 열심히 받지, 이 시대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철학적인 문제들에 시간을 쏟고 싶어하지 않지요.”
-p181~182
앳킨슨은 자신의 팀에게 잡스의 말은 통역기를 거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이거 쓰레기잖아.’라는 말을 ‘이게 어째서 최선의 방법인지 말해보라.’는 요구로 해석하는 법을 배웠어요.”
-p205
잡스는 인쇄 회로 기판을 심미학적인 토대로 비평하기 시작했다.
“저 부분은 정말 예쁘네, 하지만 메모리칩을 좀 봐. 너무 추하잖아. 선들이 너무 달라붙었어.”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끼어들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 하는 겁니다. PC회로 기판을 들여다볼 소비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잡스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어야 해. 박스 안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말이야. 훌륭한 목수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아.”
몇년 뒤 매킨토시가 출시되고 나서 한 어느 인터뷰에서, 잡스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p223
한동한 조용히 얘기하던 그는 이젤 앞으로 걸어가더니 자신의 생각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타협하지 마라.” 였다. … “잘못된 제품을 출시하느니 일정을 어기는 게 낫다.” …. “출시 전까지는 완성된 게 아니다.”
…
또 하나의 차트에는 선문답 비슷한 어구가 적혔는데, 나중에 잡스는 내게 그것이 가장 좋아하는 금언이라고 말했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Journey is reward).”
-p238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여기 모인 50명이 하는 일이 우주 전체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만, 그래도 이것은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신나는 일입니다.”
-p239
잡스가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한 가지는 바로 오랜 세월 존속하는 영속성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0대 시절 여름방학 동안 HP에서 일하면서, 창의적인 사람 한 명보다 체계를 갖춘 훌륭한 기업이 훨씬 더 커다란 혁신을 일궈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이 최고의 혁신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업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하느냐가 중요하지요.”
-p529
잡스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제대로 집중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제품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p532
잡스는 올바르게 행하던 어떤 일이 때로는 ‘되감기 버튼’을 누를 것을 요구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겼다.
…
“뭔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 그것을 묵살하거나 나중에 고치겠다고 미루어 두면 안 됩니다. 그건 다른 회사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p590
잡스는 제시된 의견을 받아 적은 다음,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줄을 그어 지운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면 화이트 보드에는 열 개의 아이디어가 남는다. 잡스는 열 개 가운데 아래쪽 일곱 개를 지운 뒤 선언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세 가지뿐입니다.”
-p599
그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비전에 모든 것을 걸, 그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농장이라도 걸” 의지가 충만했다. 닷컴 붕괴로 말미암아 업계 내의 다른 회사들은 신제품 개발에 투자를 줄였다.
“다른 모든 이들이 투자를 줄일 때 우리는 투자를 통해 침체기를 돌파하기로 했지요. 우리는 연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많은 것을 고안해 내기로 결정했어요. 침체기가 끝났을 때 경쟁자들보다 한참 앞서 나가기 위해서였지요.”
그의 회상이다. 덕분에 애플은 오늘날의 그 어떤 기업이 이룬 것보다 위대한 지속적 혁신의 10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p601
동기가 충만한 사람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에 내 열정을 쏟아왔다.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2순위였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 부여였다. 스컬리는 이러한 우선 순위를 뒤집어 돈 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세한 차이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어떤 사람들을 고용하는가, 누구를 승진시키는가, 미팅에서 무엇을 논의하는가 등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p881
어떤 기업을 시작했다가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현금이나 챙기려고 애쓰면서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부르는 이들을 나는 몹시 경멸한다.
-p884
하지만 은근히, 저를 가장 큰 웃음 짓게 만든 말은 이거였답니다. 잡스가 망해가던 시절, 픽사의 토이 스토리가 잘돼서 다시 원기회복했던 시절에 대해 회상하면서 한 말.
“삶이 저를 교묘하게 속여 그렇게 하게 만들었지요. 근데 그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 주었으니…”
-p402
사실 이때 잡스는 픽사의 SW와 HW가 더 탐났지, 그걸로 제작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SW와 HW를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이었지만, 알고보면 그건 그닥 잘팔릴만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그걸 알았다면 픽사를 인수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토이 스토리를 건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응?)
스티브 잡스 –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