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제게 꽤 많은 관심을 받았던 키보드가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유니버설 폴더블 키보드(Universal Foldable Keyboard)입니다. 접을 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어울리는 제품이죠. 펼치면 가로 30cm 정도의 키보드이고, 접으면 15cm 정도로 작아져서 쉽게 들고다닐 수 있습니다. 접었을 때 두께도 겨우 11.5mm.
…사양만 놓고보면, 참 아름다운 키보드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스마트 악세사리의 명가 MS에서 만든 키보드인데!
싱가포르 전자상가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찾았던…것은 아니고 아이폰6s 다음으로 찾았던 것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한국엔 아직 출시 안한데다 일본에선 항상 일본식 키보드 -_-로 변경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하나 장만해 가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키보드를 만져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디자인이요? 정말 좋습니다. 마음에 딱 들어요. 무게도 가볍고, 이 정도면 정말 들고다니기만 해도 폼이 날 것 같습니다. 스마트 기기 거치대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디자인이 좋으니 이해해 주기로 합시다. 키감도 서피스 프로3 키보드 커버 키감과 비슷합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죠.
…하지만, 문제는 키 배치. 오른쪽 쉬프트 키가 크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녀석은 디자인 특성상 키보드가 양쪽으로 쪼개져 있고, 키모양도 상당히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키 하나 하나가 큰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일단 만져보는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점원에게 부탁해 제 스마트폰이랑 페어링 시켜서 타이핑을 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타 작렬. 꽤 노력을 기울여서 이 키보드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사용을 포기해야할 정도. 단순히 키보드가 양쪽으로 쪼개져 떨어진 것뿐인데, 키보드를 치는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줄 몰랐네요. 결국 구입 포기…. 다른 MS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해서 돌아왔습니다.
역시 아이디어가 좋고 만듦새가 빼어나다고 실 사용감까지 좋을 거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사람 몸에 닿는 것은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이 녀석 디자인만 보고 해외 직구 했다면, 물건 받아보고 그냥 잠재울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