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암호화폐 신기루가 당신에게 말하는 것

비트코인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단순한 기술 사기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화폐라고 한다. 2017년 상반기 터진 랜섬웨어 사태에서 해커들이 요구한 돈은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었다. 지난 6월에는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가 세계 거래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걸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고, 투자하다 피가 말랐다는 사람도 있다. 정부에서 비트코인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곧 규제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번쯤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것, 비트코인은 대체 무엇일까?

출처 : https://www.feedroll.com/investments/2352-bitcoin-inspired-altcoin/

암호 화폐 비트코인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가진 익명의 인물(나중에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라는 호주인으로 밝혀졌다.)이 새로운 돈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가상 화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주어진 문제의 암호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그 사람에게 주어진다. 암호 화폐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처음엔 쉬웠지만, 문제를 풀면 풀수록 점점 문제가 어려워져서(=문제를 푸는 시간이 길어져서), 이제는 비트코인을 애써 얻어 봤자 컴퓨터 사용에 들어간 전기료도 안된다고 할 정도다.

비트코인으로 통칭되기는 하지만, 이런 형식의 가상 화폐가 비트코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프로그램인 이상 다른 사람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 화폐만 따져도 이더리움, 라이트 코인, 리플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비트코인 자체도 프로그램 개선 방향을 놓고 쪼개지기도 했다. 다만 현실 세계의 달러와 같은 역할을 가상 화폐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여기까지가 비트 코인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내가 돈을 만들겠다고 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이 돈인가? 그게 진짜 돈이라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커피도 사고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인터넷 게임 속 아이템이 거래되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자원에 대한 대가라는 말을 한다.

… 단순히 그렇게 이해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돈에 대한 상식과 충돌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출처 : https://www.wired.com/story/bitcoin-mining-guzzles-energyand-its-carbon-footprint-just-keeps-gr

블록체인,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기술

인터넷에 기반을 둔 새로운 화폐가 등장할 것이란 예상은 예전부터 있었다. 오래전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20년 전만 해도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것을 누가 돈 주고 사겠냐고 여겼던 것처럼, 우리가 설마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화폐, 또는 화폐 역할을 하는 것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쓰게 될 거라고. 어차피 인터넷 뱅킹을 하는 것도 신용카드를 쓰는 것도 모두 전산상의 숫자가 오가는 것에 불과하다면, 아예 전산상의 숫자로만 존재하는 화폐가 등장해도 뭐가 다르겠냐고.

그런 믿음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 돈은 다른 돈과는 다르다.

먼저 발행 주체가 따로 없다. 컴퓨터로 문제의 암호를 푸는 사람이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둘째, 코인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지며, 모든 거래가 ‘블록’에 공개적으로 기록된다. 일종의 공개 거래 장부인 셈이다. 이 블록은 그동안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동으로 복사해 나눠 가지게 된다.
셋째, 거래는 ‘블록체인’이란 기술로 검증한다. 새로운 거래가 생겨나면 주기적으로 또 블록을 만들어 예전 블록에 연결하는데, 그걸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신규 거래는 이 모든 거래를 담고 있는 블록체인 복사본을 가진 사람들 다수가 승인해야 인정되기 때문에, 강력한 거래 신용 보장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물론 이 작업은 컴퓨터가 처리한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직접 문제를 푸는 것(금을 캐는 것을 빗대 채굴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거래를 승인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것.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진짜 돈을 내고 사는 것.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대부분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것이지만,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치가 폭등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비트코인보다 대안 가상 화폐인 이더리움 등을 채굴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standard.co.uk/lifestyle/esmagazine/is-the-bitcoin-bubble-about-to-burst-a3645181.h

비트코인을 왜 만들었을까

비트코인은 왜 만들었을까? 알려진 것은 나카모토 사토시(가명)가 각국 중앙정부, 특히 달러 중심 화폐 체재가 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금본위제의 ‘금’ 역할을 대신할 가상 화폐를 만들었다고 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실험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기술 실증을 위해서 가상 화폐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꺼내 들었는데, 사람들이 ‘코인’이라는 것에 더 방점을 찍고 이익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고.

실험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장난이 아니다. 2017년 8월 13일 기준으로 1 비트 코인(1 BTC) 가격이 4000달러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벌어진 비트 코인 가격 폭등락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까지만 만들어 낼 수 있고 현재까지 1600만 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렇게만 따져도… 엄청난 돈이 오고 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이 돈으로 물건을 살 수가 있는 곳이 있다(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주식 대신 코인을 공개 상장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창업 초기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향후 10년 이내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곳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ICO 관련 일자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마어마한 결과에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현재 같은 상황은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올해 3월 비트코인은 1,023달러 정도에 거래됐다. 지금은 1만 5천 달러에서 왔다 갔다 한다. 사실 얼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널뛰기를 하니까. 이런 것을 정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이렇게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돈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 욕망에 눈이 멀어 골룸이 되지 말자

비트는 있어도 코인은 없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그런 용도로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권으로 편입될지도 미지수고, 무엇보다 중국이 다수의 비트코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그걸 용납할 리가 없다. 가상 화폐 거래소가 해킹당해서 비트코인이 사라지면 영영 돌려받을 수도 없다. 제도적으로 돈이 아니므로 보호받지도 못한다.

비트코인과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은 많이 쓰일 전망이다.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중개자가 없어도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자체적인 금융 생태계 구축, 즉각적이며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한 에너지 시장을 비롯해 각종 P2P 기반의 콘텐츠 산업, 부동산 중개, 물류 공급망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도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말리고 싶다. 초단타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문제지만, 워런 버핏의 말처럼 지금의 비트코인은 본질이 신기루에 가깝다. 미래에 블록체인 기반 화폐가 사라질 것이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계가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 총량의 상당수를 소수의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고, 앞서 말한 대로 가치 변동성이 너무 크다. 지급을 보증해주는 국가 같은 존재도 없다.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수수료는 기존 카드사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익명성은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장점이라 여겼던 것들이, 따져보니 모두 단점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할 사람은 할 것이며, 소망 실현을 위해 ‘앞으로 비트코인은 더 비싸게 팔린다’라고 외칠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신기루가 말하는 것은 ‘여기에 환상이 있다’가 아니라,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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