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참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넷플릭스를 보다 ‘블레이드 런너 2049’에 나온 조이-가 마음에 들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그리운 그 모습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대체 왜 만나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만났어요. 알고보니 오오타 케이분이란 분이 그린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아마존 검색. 오오, 역시 일본, 이 오래된 책이 중고로 팔리고 있군요.
… 가격은 0엔에서 800엔 정도였지만.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바이미-라는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사실 중고 책장에서 어떻게 한국까지 배달시킬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가입해 놓은 배송 대행지가 있는데, 일본 아마존에선 가끔 한국으로 배송도 해주니 그것도 까먹고 있었죠. 기왕 사는 거 오오타 이분의 화집을 한 권 더 구입하기로 합니다. 구매 대행비에 책 값을 더하니 대충 18,000원. 그리고 배송비가 25,000원. 으하하하하… (다른 분들은 그냥 배송 대행 서비스 쓰세요. 구매 대행 서비스는 편하긴 한데… 비싸네요.)
그리고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습니다. 구매 대행부터 배송이 끝날 때까지, 얼추 2주 정도 걸린듯 합니다. 역시, 제가 좋아했던 그때 그 소녀들이 이 두 권에 모두 있군요. 처음엔 한 권만 살 생각이었는데, 안 그러길 잘했습니다. 두 권을 모아야(응?) 제가 기억하던 소녀들이 모두 나옵니다.
좀 비싸게 주고 샀지만, 추억의 원본을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은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잊고 있던 미스테리 하나를 우연히 푼 기분이네요. 그 시절 설레임도 다시 살아나고… 그림이 참 예쁩니다. 지금봐도 괜찮을 정도로. 게다가 책 보관 상태가 좋아서, 책 등을 빼면 80년대에 나온 책이라곤 못 믿겠어요.
아마, 이래서, 아저씨들 추억을 노린 마케팅이 그렇게 기승을 부리나 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좋은 걸요. 사람은 추억만 씹으며 살아갈 순 없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그때를 돌이켜 보는 일도 있어야 살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십년 전…은 아니고, 아무튼 90년대로 저를 다시 돌려보내줄, 타임머신을 얻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