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주간지 시사인에 실린 감독 인터뷰 때문입니다. 솔직히 모르는 영화였는데(…),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게 되면서, 뭔가 딱 좋은 시기에 개봉하게된 영화라고 하더군요. 일본 우익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 입으로 얘기했다기에, 한번 보고 싶어서 갔습니다. 운좋게 가까운 곳에 영화를 틀어주는 곳이 있었고요. 밤 11시 30분 영화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주전장’은 일본계 출신 미국인인 감독이, 유튜브 영상에서 일본내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했다가 일본 넷우익들에게 공격을 받고, 이게 대체 뭔일이야? 하고 만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뭐랄까.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거지? 라는 생각에 그들에게 직접 물으며, 그들 주장이 왜 잘못된 건지 하나 하나 팩트 체크를 합니다. 어찌보면, ‘일본계’ ‘미국인’이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영화. 일본 우익은 자신의 주장을 세계에 외치며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다르게(취재 과정은 생략하고 대부분 인터뷰로 장면을 대신합니다.), 가끔 농담도 하고, 뒤로 가면 반전도 있습니다. 다행히 어떤 주장이 옳다/그르다에 끝나지 않고, 일본 우익이 왜 그런 발언을 하며, 어떤 것을 원하는 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지, 스트레이트로 다가갑니다. 역시 일본계 미국인이니까 가능했겠죠.
… 우리 입장에선 듣기만 해도 실소를 감출 수 없는 발언까지 너무 진지하게 해서. 이거 병맛 코미디인가-싶을 정도로.
단순히 너 나쁜 놈- 이랬다면 보기 힘들었을텐데, 우익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팩트를 체크해서 뒤집기 때문에,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힘은 있습니다. 아베는 우파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우익에 가까운, 그런 사람이고, 주장을 위해 팩트를 편집한다거나(조작이 아닙니다), 일본이 헌법 개정 이후 군대를 가진다는게 미국이 요청하면 파병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이야기나, 우익들의 일본인 찬가가 인종차별과 같은 게 되는 거나, 그들이 어떤 상상속 일본을 가정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라거나.
보다 보면 한국 우익이 겹쳐보이는 건… 뭐랄까, 솔직히 일본 우익이 예전부터 한국에 좀 작업을 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입니다. 의심이긴 하지만, 이번 일본 경제 보복 사건이랄까, 이거 관련해서 조사하다가, 일본 우익들이 쓰는 주장이나 논리, 표현까지 한국 우익들이 그대로 같이 쓰는 걸 보고, 그냥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죠. 제가 관심 없는 분야라 몰랐을 뿐.
뜨끔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나 사회적 구조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 가진 상식으로 다른 시대를 읽어내려 할 때도 있었고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우월하게 생각하는 일이 곧 타인에 대한 부정이나 멸시, 다시 말해 인종차별로 쉽게 이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내 자신과 겹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가볍게라도 한번쯤 볼만한 다큐멘터리입니다.
* 사실 일본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일본 우익이 원래 하는 일반적인 행태가 아닐까 추측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일본 우익의 논리가 제국주의 시대 한국을 바라보던 관점과 동일해서(…) 조금 욕이 나오는 부분도 있긴 있으니, 감안해서 보세요. 전 사놓고 못 읽은 ‘일본 우익 설계자들’이나 빨리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