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대 교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갤럭시 노트도 그렇고 아이폰도 그렇고 이번엔 구글까지.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벌이던 과정을 지나, 이제 그 하드웨어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얼마나 더 편하게 쓸 수 있는가, 다시 말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 가를 따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구글이 이번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선보인 ‘픽셀4’는, 그 중에서도 이용자의 사용 경험에 정말 집중한 스마트폰입니다. 그동안 따로 놀던 인공지능 기술이 실용적으로 녹아들어갔다-라고나 할까요. 다른 폰에도 이런 기술을 빌려줄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구글스러운 폰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 오렌지 컬러는 제외하고요. 이딴 색을 넣다니(…). 이건 구글 미니에나 어울린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밤하늘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는 카메라. 일반/2배 줌이라는 평범한 구성이지만, 카메라 모듈 각각 얻은 정보를 합치고,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서 기존 DSLR 카메라로 찍기 힘든 사진까지 찍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이상하게 제가 찍으면 절대 샘플 사진 처럼은 안나오는 거 잘 알지만요(..).
사진을 찍은후 화이트/쉐도우를 수정할 수 있는 거나, 움직이는 장면을 잘 찍기 위한 모션 모드나, 더 밝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거나, 좋은 아웃포커싱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거나… 자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아이폰11 프로보다 맘에 들었습니다. 제가 진짜 많이 쓰는 기능이거든요. 마치 내 맘을 읽은듯한 업그레이드?
디자인 면에선 노치가 없어졌습니다. 그냥 예전 디자인으로 돌아왔는데, 상단에 새로운 레이저 센서를 비롯해 여러 센서 부품을 꽉꽉 박아넣었기 때문입니다. 노치 디자인 안좋아하기 때문에, 차라리 이렇게라도 없는게 더 나아요. 좀 크긴 합니다만(…). 그 센서로 할 수 있는 일이 놀라워서, 그 두꺼움 정도는 이해하게 됩니다.
아, 이런 제스처 인식 예전에도 있지 않았냐고요? 맞아요. 있었습니다. 그런데 … 느렸죠. 예, 정말 짜증나게! 느렸습니다. 올해 초 출시된 어떤 스마트폰이 그 느린 속도 때문에 ‘과장된 기능’을 홍보했다고 정말 수명이 늘어날 상황에 처했었죠. 그런데 이건, 빠릅니다. 빠르니까, 진짜 편해 보입니다.
손을 가까이 대면 저절로 켜지고, 그 상태로 들면 바로 얼굴을 인식해 잠금이 풀립니다. 요즘 나오는 폰들 ‘화면 위 지문 인식’이 조금 느려서 짜증나던(…) 저 같은 사람에겐 정말 ‘상쾌한’ 기능입니다. 전화가 왔을때 윙크 하거나 혀를 내밀면 무음 모드로 들어가는 뭐 그런 기능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남들이랑 있을때 손을 휘휘 저으면 눈치보이잖아요…
…아, 이런 모션 인식 기능은 다른 나라에서도 제공할 지는 ‘미정’이라고 하네요. 뭐, 한국은 안나오겠지만(…)
UI 변경 이외에도 보이스 인식을 이용해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뭐랄까, 이젠 뭔가 제대로 되는 느낌? 제발 명령어 외우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데요. 스마트폰을 처리하는 동작을 음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이건 원래 알던 거니까 좀 쉽게 쓸 수 있을듯 하고.
보이스 레코더를 사용할 경우, 그걸 그대로 문자로 타이핑(…) 해주는 기능은, 전에 본 적이 있는 기능이지만, 기본 기능으로 통합되니 좋더라고요. 화상 통화할 때도 지원해 주리라 믿으며- 기왕이면 자동 번역 기능과 합쳐졌다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여행할 때 요긴하게 쓰거든요.
눈 앞에서 화상통화하듯 들고 그 사람을 찍고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문자화되어서 내 눈에 보이고, 내가 대답하면 그게 다시 문자-번역 되어서 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 기존 대화 번역의 문제가 얼굴보고 얘기 못하는 거라. 여행 외국어도 사실 ‘못 말하는 문제’보다 ‘내가 못알아듣는’ 문제가 더 크거든요.
사양은 단순합니다. 픽셀4와 픽셀4 XL 두 가지 사이즈로 살 수 있으며, 화면 크기는 각각 5.7 인치와 6.3인치 입니다. 픽셀 3보다 살짝 커졌습니다.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55. 6GB 램(인심 좀 쓰지)과 64/128 GB 저장 공간(…다시 한 번 인심 좀…)을 제공합니다. 방수 기능 있고, 무선 및 고속 충전 지원합니다.
특이하게 이번 제품부터 화면 주사율이 90Hz로 올랐습니다. 배터리를 조금 더 먹기 때문에 끌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켜고 쓰는게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픽셀4 배터리 용량은 좀 줄어서 2800mAh 입니다. 픽셀4 XL은 좀 늘어서 3700mAh. 가격은 픽셀4 799 달러, 픽셀4XL 899 달러부터 시작합니다.
하아, 진짜 구글 픽셀폰 중에 처음으로, 한국에도 출시됐으면 좋겠다…하고 바라는 폰이 나왔습니다. 물론 그 전에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한국어 지원부터 잘 이뤄져야 하겠지만요.
* 따로 적지 않을 듯 해서 여기 적지만, 구글 픽셀 버드도 눈 여겨 보세요.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기 위한 기본 UI로 음성인식 AI를 밀고 있고, 스마트폰 없이도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기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일상적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안경처럼 귀에 꽂고 다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단 말이죠.
… 그 전에, 일단 기기가 좀 잘 나온 듯 합니다.
아무튼 조금씩, 스마트폰과 멀어지는 세상을 다들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 색은 어떻게 안되나… 왜 밝은 회색, 흰색, 오렌지, 연한 그린색만 있냐… 까만색만 추가해도 좋을 듯 한데… 게다가 저번에도 그러더니만, 누가 찍었어 저 G 마크…. 때 타면 눈에 확 띌텐데요…터치 조작도 해야하니 금방 때 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