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서른살이 된 친구를 위하여

사실 서른 이란 나이는 그래.
이제 우리는 반짝하고 빛나지 않아.
삶은 그리 아름답지가 않고,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도 않아.

고단함과 지루함, 그리고 비루함.
그 사이에서 몰래 서성이게 되는, 우리들의 허튼 삶.

지금 발딛고 있는 자리에 머물러야 하나, 결혼을 해서 안주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야 하나, 망설이는 나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던 나이를 지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인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인가 고민하며 흔들리는 나이.


매일매일 비슷한 것 같은데 시간은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누워버릴 만큼 피곤하고, 거칠어지는 피부와 늘어나는 체중에 신경이 쓰이고, 사회에서 내가 어느 정도의 몸값을 가지고 있는지에 저절로 관심이 가고, 어느 사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며 다가오고 멀어지는 사람들의 관계에 짜증 나기 시작하고, 알고 보면 세상은, 예쁘고 좋은 것들 보다는 비천하고 남루한 것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나이.

그리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내 눈 앞에서 반짝이며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도
가끔은 변하지 말자고 맹세하던 사람도
모두 흘러가고, 변한다는 것을 곱씹으며 알게될 나이.

그래, 서른이라는 나이는 그래.
더이상 호기롭지도 않고, 점점 세상이 흥미롭게 느껴지지도 않아.
눈빛을 반짝이며 꿈을 얘기하던 시간은 이미 잊은지 오래야.
신문 경제란의 주식 시세가 걱정되고,
쓸쓸하게 사표를 던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살아남아 있다고 안도하기도 하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외치기도 하고
안면 깔고 부탁 하나 하려고 십 년만에 낯선 친구에게 전화를 넣기도 해-

…슬프니?
…괜찮아-
…그게 그냥 지금의 너이고
…그게 그냥 지금의 나인걸.
…그걸 부정해 버리면
…너와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아.

지금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
내가 걸어온 길만큼의 모습으로 서 있어.
그것은 지독한 부끄러움이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아-라는 도닥임이기도 해.

…나는, 아직 살아있어.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는 해. 인생에서 웃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울고 싶다면 그냥 울어도 괜찮다는 것을. 삶에서 늦은 것은 없다는 것을, 작은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하루하루, 더 많이 사랑하기 시작 할거야.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불만과 더 많은 불안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더 많이 인사를 하고, 더 많이 웃음을 짓고, 더 많이 글을 쓰고,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많은 춤을 추면서-
더 많이 껴안아주며 살아갈 거야.

내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 인연에 빚지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딱 그 만큼의 자리에서 우리는,
그 만큼의 이야기를 뒤에 둔 채,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할께, 친구-
함께 살아갈, 신나고 즐거운 삶을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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