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로 점철,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책을 보다 오랜만에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중앙일보 멀티미디어랩 소장을 맡고 있는 김택환님이 지은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이란 책이 쓴웃음을 짓게 만든 주인공입니다. 뭐랄까, 참 책 한번 쉽게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번 아래 글 읽어 보실래요?

구글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원하는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이 시시각각 전 세계의 정보들을 자동으로 읽어내고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이다. 이를 위해 30만 대에 달하는 컴퓨터가 365일 24시간 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김택환,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p20

자, 그럼 아래 글을 한번 읽어보실까요?

세계 모든 언어의 모든 조합을 통해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구글이 추구하는 검색 엔진의 기능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시각각 새로워지는 전세계 웹사이트의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내고 끊임없이 해석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30만 대에 달하는 구글의 컴퓨터가 365일 24시간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 우메다 모치오, 웹진화론, P62

책을 읽다가 뭔가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많이 보여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책에 비슷한 문장들이 여럿나와 있더군요. 글을 쓰다보면 남의 글을 참고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라는 메이저 언론사의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책을 다신 분이라면, 최소한 참고자료 목록 정도는 제대로 밝혀주셔야 예의입니다.

▲ 구글이 우습게 보이나요?

단순히 베낀 것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그런 것 귀찮아 합니다.). 문단 두번째-세번째 문장의 자기 순환적 오류는 너그럽게 용서하고 넘어가 줍시다. 하지만 최소한 저 문장이 왜 나왔는 지 정도는 감안하고 베끼셔야 하지 않을까요? 김택환님이 쓴 문단의 앞에는 이런 문단이 나옵니다.

1998년 대학원생 2명으로 시작한 벤처 회사가 웹 신천지를 개척하고 나섰다. ‘검색 기술 회사’라는 타이틀도 내 걸었다. 구글 스스로 검색엔진 회사로 규정하는 이유이다. 구글은 회사 미션을 ‘세계 정보를 수집, 조직화해 세계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유용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정보의 집합소이자 저장소로 누구나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우메다 모치오가 쓴 글의 앞부분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구글은 공짜로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가요?”
그저 이 정도가 구글에 대한 일반인의 이미지다. 그러나 검색 엔진 하나만 보더라도 이런 단순한 생각은 무너진다.
구글의 본질은 “이 세상 모든 언어의, 모든 단어의 조합에 의해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에 떠 있는 정보가 그 어떤 언어로 되어 있건 간에 인터넷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를 찾아내어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p25)

똑같은 결론을 이끌어내지만 그 결론을 이끌어냈던 이유가 완전히 다릅니다. 김택환은 구글은 검색회사고, 적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성공했다-라는 논리를 대는 반면, 우메다 모치오는 구글은 단순한 검색회사가 아니라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그것이 구글의 본질이다-라는 논리를 대고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닙니다. 단순히 검색 기술이 좋아서 성공했다 vs 사용자들의 웹서핑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술(페이지 랭크)과 이를 통해 가장 적합한 정보를 보여주는 검색 기술-이라는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입니다. 구글의 이런 발견은 나중에 클레이 서키가 ‘선발행 후선택’이라 부르는, 지금 인터넷에서 보편화된 ‘좋은 정보 골라내기’ 방법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모든 기술은 그 기술이 근거하는 철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기술에 대해 알아야만 그에 관련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을 이해하지 않고도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책을 내는 것은 무례입니다. 이 책은 곳곳에 이런 문장 짜집기와 기술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해석으로 범벅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표절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겁니다. 최소한 그 문장들이 왜 그렇게 사용되었는지, 오해할 일은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짜집기는 그 문장이나 문단이 본래 사용된 전체적인 맥락을 거세하고, 사람들이 ‘잘못 알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질이 나쁜 행위입니다. 아, 아니네요. 알고보면 이 책은 표절로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웹2.0의 핵심 가치중 하나가 공개와 공유라고 설명했다. 공개와 공유는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차원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문자나 화상처리를 위해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인터페이스를 뜻한다)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 김택환,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p55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시는 분이라면, 위 문장에서 설명된 API 개념에서 뭔가 고개를 갸우뚱 하셨을 겁니다. 저도 뭔가 갸우뚱거려서 찾아봤는데, 한글 위키피디아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링크)

예, 표절입니다. 그것도 한글 위키피디아 표절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표절도 못하고, 뭐가뭔지 알 수 없게 문장을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API에 대해 아시려면 일단 영문 위키피디아의 글을 먼저 읽어보세요(링크). 디지털 타임스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링크) 한마디로, A 라는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의 기능을 B라는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키피디아 표절뿐만이 아닙니다. 이 책에선 김택환 자신이 낸 책도 ‘자기표절’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소장은 “블로그는 뉴스의 연성화라는 흐름 속에 개인이 뉴스 생산자로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대신 아직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동 블로그를 사용하는 ‘팀 블로그’나 블로그 간 네트워크인 ‘링 블로그’를 예로 들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종합미디어와 같은 풍부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맞춤형 미디어가 곧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블로그를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한 니만리포트에서 블로드는 “블로그와 같은 미디어는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이나 목격담을 게재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아직 블로그가 저널리즘의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 김택환, 미디어 빅뱅, p48

이 내용은 알라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그리고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소장은 “블로그는 뉴스의 연성화라는 흐름 속에 개인이 뉴스 생산자로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대신 아직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동 블로그를 사용하는 ‘팀 블로그’나 블로그 간 네트워크인 ‘링 블로그’를 예로 들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종합미디어와 같은 풍부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맞춤형 미디어가 곧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블로그를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한 니만리포트에서 블로드는 “블로그와 같은 미디어는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이나 목격담을 게재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아직 블로그가 저널리즘의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 김택환, 웹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p106

옙. 아래한글의 승리, 카피 앤 페이스트의 승리입니다. 인터넷 기자들이 자기 기사 표절하는 건 많이 봤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책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문제는… 이 문단에 나온 내용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윗 글에 나온 ‘블로드’는 블로드가 아니라 국내에도 번역된 『블로그』라는 책을 쓴 ‘레베카 블러드(Rebecca Blood)’입니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는데 괜한 트집 아니냐구요? 문제는, 저 글에 나온 ‘블로드’라는 사람 옆에 출처를 밝히는 (blod, 2003)이란 표시가 붙어 있었다는 거죠. 책 뒤에 레퍼런스도 없고, 제가 모르는 이름이어서 누굴까? 하고 찾았는데… 레베카 블러드를 잘못 표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찾다보니 이런 레포트도 발견되더군요. (링크)

그러나 2003년에 발간된 니만리포트(Nieman Report)에서 블로드(Blod, 2003)는 블로그와 같은 매체는 그 자체가 독자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며 단편적인 지식이나 단순한 목격담만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저널리즘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개념적 도구를 마모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블로그를 저널리즘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

– 위 링크에 언급된 레포트에서

…그러니까, 잘못된 정보가 기록되면 여러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겁니다. 아무리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지만, 최소한 자기 표절하기 전에 레퍼런스를 확인할 정도의 정신은 있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 책의 장점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철저히 ‘매쉬업’된 책입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짜집기 해놓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서 만드는, 누빔옷 같은 책들이라는 겁니다. 여러가지 트렌드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나름의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밑바탕에 흐르는 철학을 모르면 기술을 이해할 수 없고, 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대안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너무나 명확합니다.

게다가 대안 부분-에서는, 꽤나 근거 없이 신문사-포털 공생 모델과 중앙일보 두둔 경향을 노골적으로 내보이고 있어서… 많이 당황스러웠네요. 🙂 뭐랄까, 자기 소속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나 할까요. 이런 건, 저널리스트라면 가장 해서는 안되는 행동 중 하나 아닐까요? … 최소한, 스스로 ‘한국 제1호 미디어 전문 기자’라고 자칭하실 정도라면 말입니다.

아무튼, 오랫만에 만난 절대 비추-책입니다. 이 책 읽으실려면 ‘웹진화론’과 ‘1인 미디어의 힘(매일경제)’를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별 하나 입니다.

* 윗 글에 나온 니만 리포트는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니만 리포트, 2003년 가을, pdf 파일)

* 1인 미디어의 힘-은 곧 리뷰할께요.

웹 2.0 시대의 미디어 경영학 –
김택환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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