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블로거들에게

정말 우연하게 집어 들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잡지 코너를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 이 책을 놔두고 갔더군요. 얼마 전 제 블로그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사건을 계기로, 블로거와 저널리스트는 어떻게 다른가를 고민하고 있었기에, 냉큼 손이 가고 말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읽기를 잘했네요. 아마 특별한 멘토를 만나지 않는 이상,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이 이상의 조언을 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예,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컬럼리스트인 새뮤얼 프리드먼이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 편지입니다. 기자, 논픽션 작가, 그 밖에 세상에서 진실을 찾는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저널리스트, 외롭고 고독한 섬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널리스트에 대한 환상을 품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 나타난 저널리스트는 남루한 양복에 번뜩이는 눈, 뒤축이 헤진 구두를 신고 있으면서, 진실의 편에 선 탓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냉정한 객관성과 인간의 가슴 사이에서 항상 방황하며, 누군가의 이득보다 지켜야할 것의 편에 서는 사람입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고, 외롭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할까요? 어쩌면 지적 호기심인지도모르고,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걸러내고 전달하는 일이 매력적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한 사회의 시대의 증언자 역할을 한다는 만족감일지도 모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소중한 것은, 만약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결심했을때,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와 태도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매우 생생해서, 그 상황을 겪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납득할만 합니다.

… 다만, 한국 상황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면이 있는데, 이는 번역가인 조우석 기자가 저자주를 통해 성실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좀, 너무 많긴 하네요;;)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것

새뮤얼 프리드먼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충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진실할 것. 독립된 사고를 잃지 않으며, 눈 앞에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지 말 것. 그렇지만 인간다운 가슴을 잃지 말 것. 잔머리를 굴리기보다 발로 뛰어다닐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공평무사, 불편부당이라는 저널리즘의 원칙, 여기에서 파생되는 언론의 균형감각 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p33)
  • 훌륭한 기자는 지적 호기심이 살아있는 안목, 용기가 뒷받침된 취재와 탐사기획, 정확한 분석을 담보한 날렵하고 멋진 스타일의 글쓰기(p45)로 이뤄진다.
  • 저널리스트는 증언자가 되는 것, 냉철한 관찰자 역할,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 그리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p54)
  • 눈 앞의 사실만이 세상 드라마의 전부가 아니며,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p106)
  •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으면 핵심을 붙잡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탄탄한 문장을 키워야 한다. 제대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미래의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은 블로거들에게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 세상을 진실과 주의 주장이 뒤섞여 혼란스럽다고 말합니다. 모두들 저널리즘은 끝났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 영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훈련받은 저널리스트의 필요성이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시기야 말로 훈련받은 저널리스트들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널리스트, 또는 시민 기자가 되고 싶은 블로거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저널리스트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사안을 대할 때 저널리스트의 가치는 꼭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의 필자는 우리 같은 블로거들의 가치를 매우 낮게 보고 있는듯 합니다…만.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저널리즘적 글쓰기와는 매우 다릅니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편파적이고, 사실 전달보다는 의견 전달에 능합니다. 1차적 취재보다는 취재된 기사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스트레이트 기사는 기존 언론에 맡기고, 해설이나 의견 기사가 대부분의 글을 이룹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글, 댓글, 트랙백과 맞물려 틀린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데 능하고, 서로의 지적을 통해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것들을 이슈화시켜내는 힘도 있지요. 그리고 최병성님이나 이정환님처럼, 탐사기사를 만들어내는 블로거들도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저널리즘적 훈련이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 각자의 전문성과 저널리즘 글쓰기 훈련이 맞물린 블로그는 대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뭐, 일단 블로그는 미디어라기 보다는 일종의 놀이터이긴 하지만… 어차피 도구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 … 어쩌면, 굉장한 폭발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

그래서 권합니다. 미래의 저널리스트를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더 나은 블로그 글쓰기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시기를. 이 책 읽으면서 생각한 거지만, 저널리즘적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는 블로거들이 많이 나온다면, 그땐 정말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몰라요. 🙂

* …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상황과는 매우 많이 다르긴 합니다;;;

* 그렇다고 블로거들이 지금의 저널리스트들과 똑같은 글쓰기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대체 한국 저널리스트들에겐 감동이 없어요, 감동이.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
새뮤얼 프리드먼 지음,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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