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지나갑니다.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게 애들 연휴지 엄빠 연휴냐!는 통곡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에이, 잘 지내셨죠?
연휴가 시작되기 전, 저는 조금 들떠있었습니다. 올해는 일도 미리 끝내둬서, 시간이 남으니, 모처럼 푹 쉬겠다고 말이죠. 정말 달콤하게 푹 쉴 거라고 결심했는데, 연휴가 다 끝나가는 지금, 기분이 싱숭생숭 합니다.
분명 (평소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습니다. 일도 하나도 안 하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즐겼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개운하지 않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쉬어도 쉰 게 아니었습니다. 예, 이게 다 정보 탓입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냐고요? 아닙니다. 전쟁과 기근, 역병, 기후 위기, 인플레이션 소식은 원래부터 넘쳐 났고, 이제 웬만한 소식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일하다가 가만히 쉬려니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하는 일이 IT 트렌드를 추적하는 일이라, 매일같이 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하루에 받는 이메일이 200여 통이 넘고, 하루에 읽는 글이 1000건 가까이 됩니다. 물론 다 자세히 읽지는 않고 흩어보는 게 고작입니다만, 하루라도 밀리면 다음 날 읽을 것이 쌓이기에, 그때그때 정리해야 합니다.
예, 그때그때…. 이게 문제였습니다.
쉬겠다고 말만 하고, 글을 쓰지 않았을 뿐, 계속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안 읽으면 안 되냐고요? 됩니다. 사실 말이 좋아 1000건이지, 상당수가 중복된 정보입니다. 중요한 이슈라면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고 계속 관련 기사가 나오기에, 나중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놓쳐도 상관없는 거죠.
그런데 그걸 못합니다. 저도 모르게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것을 정보 중독이라 부릅니다. 심리적 만족을 위해 계속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는 걸 가리킵니다.
저만 이러면 좋겠지만, 알고 보면 저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습관적으로 인터넷 기사를 클릭하고 있는 사람, 정말 많죠. 코로나19 이후에는, 불안한 마음에 미친 듯이 계속 뉴스를 탐닉하는 습관을 뜻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란 신조어도 생겼을 정도입니다.
휴일까지 망치는 정보 중독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인터넷 또는 SNS 플랫폼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부추기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추천 동영상 목록이 나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그 추천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도 보이실 거고요. SNS 타임라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팔로우한 사람들이 새로 올린 사진을 다 보고 나면, 밑으로 추천 사진이 끝없이 계속 뜹니다.
… 예전에는 기사 읽을 때 추천 기사 제목을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아예 대놓고 정보 중독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죠.
이게 다 광고 보여주려고, 더 많은 콘텐츠를 보라고 들이미는 탓입니다만- 사람은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존재라, 그걸 또 그리 쉽게 물리치질 못합니다. 그래서 반은 내 탓, 반은 플랫폼 탓입니다.
이런 불만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한 친구가 혀를 쯧쯧 찹니다.
“그걸 진짜로 다 보고 있어?”
그럼 어떻게 하냐 물었더니, 다른 건 잘도 손절하면서 왜 정보는 손절을 못하냐고 뭐라고 합니다.
“요즘 애들은 영화 보다가도 재미없으면 바로 나가. 널리고 널린 게 콘텐츠인데 뭐가 아쉬워서 계속 붙잡고 있어? 정보도 그래. 어디에 쓰려고 모으는 거잖아? 적당히 됐다 싶으면 그냥 손절해. 쉬어야겠다 싶으면 그냥 그날 정보는 없다고 생각해.”
아, 정보도 손절하면 되는 거였군요. 생각을 바꾸니, 제가 얼마나 멍청하게 살았는지 확 다가옵니다. 불안감을 이겨낼 핑계를 이제 찾았네요. 맞아요. 정보도 손절하며 살면 됩니다. 까짓 거 좀 모르면 어때요? 휴일을 망치는 것보단 낫지. 슬프게도, 이런 걸 연휴가 지난 후에야 깨달았지만요.
* 정보는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찾을 때 유용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요.
* 어떻게 정보를 손절할 지도, 정리해서 올려봐야 겠네요… 사실 매일 하는 일이, 이런 정보 손질하기입니다. 손절은 아니고요, 손질. 화단을 가꾸는 기분으로, 매일 손질하면서 제게 들어오는 흐름을 컨트롤해야 살 수 있거든요. 안그러면 무슨 엔트로피의 법칙도 아닌데, 들어오는 정보가 무한히 커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