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서 쓰는 이가 거의 없으니 잘 몰랐지만, 노턴에서 미리 알린대로, 노턴 360- 그러니까 유료 바이러스 멤버십에, 암호 화폐(이더리움) 채굴 기능을 넣었다고 합니다. 추가 기능도 아니고, 노턴 360 깔면 자동으로 설치되는 기능이라는 듯. 싫으면 끄면 된다는 데, 끄려면 수동으로 파일을 삭제해 줘야 하고- 아무튼 생각보다 좀 힘들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나 캘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노턴 360 FAQ를 보면, 특정 사양을 만족하는 PC에서만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능을 제공하면서 노턴이 받아먹는 것은 수수료. 채굴 통화 15% 정도를 가져간다고.
… 많은 사람 반응은 황당. 바이러스 프로그램 제공 업체가 암호 화폐 채굴 기능을 제공한다고? 몰래 침입해 암호화폐 채굴하는 바이러스들을 막는 프로그램 아니었나? 라는 거죠.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암호화폐에 접근이 어려운 건, 뭐든 하기 전에 지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걸 노턴에선 알아서 만들어 줍니다.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보관합니다. 그걸 이용해, 노턴에선 그동안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사람들을 암호화폐 세계로 빠트리고, 그들이 채굴한 암호화폐 15%를 그냥 먹을 수 있습니다.
…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게 잘되면, 나중에 MS에서 윈도우에 암호화폐 기능 기본으로 집어넣는 사태가 생기겠군요. 구글에선 안드로이드에 채굴 기능 넣지 않을까 몰라요. 뭐랄까. 사실 이거, 많은 사람은 자기 컴퓨터에서 암호화폐가 채굴된다는 걸 아예 모를 수도 있거든요. 그냥 차근차근 노턴에 돈만 보내주는 거죠. 인터넷 비용? 전기료? PC 퍼포먼스? 그건 그냥 이용자가 강제 부담하고요.
굉장히 미친 아이디어인데, 노턴에서 그걸 해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봐왔기에 친숙한 소프트웨어인데, 이제 쓰진 않지만, 이렇게 망가져 가는 걸 보는 군요(물론 다음 분기 결산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채굴로 대박 흑자 전환! 이런 소리를 할 수는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젠 농담으로라도 노턴 제품을 권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뭐, 어쨌거나, 이런 걸 좋아하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노턴은 분명 하면 절대 안될 선택을 했습니다. 선택을 했으면 책임져야죠. 노턴은 사라질 겁니다. 아니, 사라져야 합니다. 아무리 디지털 골드러쉬라지만, 거기 금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