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22 14:21:21
국내 출판편집자 가운데 대표선수급으로 손꼽히는 정은숙(마음산책 대표)가 한 잡지에 쓴 글입니다.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입니다. 정은숙님의 이 글은, 이런 사람간의 부대낌에 대하여 솔직하고 따뜻한 조언으로 들리네요.
‘사람들’에게 상처 안 받고, 상처 덜주며 일하는 법
● 늘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먼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살핀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추임새를 넣으면, 그걸 좋아해서 더 신명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를 끊는다고 생각해 기분 나빠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아는 게 얼마만큼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면 대화가 안 된다. 상대방의 기호와 생각을 먼저 고려해야 비로소 소통이 되고, 일을 하면서도 무리가 없다.
●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관계가 틀어지면 그냥 둔다
우선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단순히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과 세계관이나 가치관 자체가 달라 잘 지내기 힘든 경우도 있고, 일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노력했는데도 자꾸 어듯나기만 하면, 그냥 가만둔다. 그저 흘려보낸다는 심정으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나중에 마음이 진정되면, 직접적인 말보다는 엽서나 이메일로 연락을 한다. 그것이 꼭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상대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을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쓴다.
● 하루를 마치면서 ‘절대 고독의 시간’을 갖는다
날마다 30분~1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 하루 내가 한 말 중에 ‘독’이 없었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되, 어쩔수 없었던 일까지 억지로 반성하려 하지 않는다. 이 시간은 또한 스스로를 측은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해 측은지심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 연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는 것이다.
● 적어도 한 명쯤, 속 얘기를 털어놓을 친구를 만든다.
날마다 만나지 않아도, 언제나 속 깊은 이야기를 부담없이 털어놓을수 있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 전화로 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는데도 서로의 느낌이 전달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친구가 있어 참 좋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견딜수 있었던 적도 있다. 그런 친구가 아직 없다면, 늦지 않았으니 찾아 나서라.
● 후배들에게는 무조건 너그러워지려 애쓴다
나이가 들어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보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요모조모 평가부터 하려고 든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후배를 동료로 생각하고 존중하며 일하되, 잘못한 것이 있으면 따끔하게 이야기하고 그 뒤에는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대하라. 한 번의 실수로 그 후배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냥 잊으라는 얘기다. 후배에 대해 평가하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나 자신에게 그토록 엄격한 사람이지 되돌아 보자.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정은숙 대표는 “현명한 편집자는 작가를 노여워하게 만들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이다. …편집자는 창작의 산고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실제 업무의 파트너로서, 정신적 파트너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진 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존중과 화합의 원칙에 기반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것은, 수십명의 필자들과 부대끼면서, 기본적으로 모든일을 협업과 아웃소싱으로 풀어야 하는 출판인으로서 마음가짐이기도 할 것입니다.
…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
정은숙님이 쓴 책으로 읽어볼만한 것은 “편집자 분투기”가 있습니다.
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나의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