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거실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TV를 밀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MS는 그동안 지독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심지어는 X-box 개발의 초기 컨셉도 거실용 PC 였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Xbox360은 그에 가까운 컨셉으로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PC는 결코 거실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_-; 거실은 엄연히 온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장소였고, 그나마 탈출에 성공한 PC도 비디오 대용으로 영화 보는 용도였을 뿐입니다.
왜냐구요? 글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의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케이블 방송을 ‘디지털 케이블 방송’으로 바꾸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기능이 지원되고, 편합니다. 데이타 방송도, 음악 방송도 지원합니다. 심지어는 게임도 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 같은 기능도 제공합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와 제 동생들은 그 기능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처음 바꾸었을때 시험 삼아 한번 이것저것 작동시켜 봤을 뿐입니다. 사실 우리들에겐, 수많은 채널을 돌리면서 하나의 채널을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TV는 아주 단순합니다. 전원을 켜고, 채널을 바꾸고, 소리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합니다. 이것만 알면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TV 리모컨 조차도 딱- 저 용도로만 이용합니다. 많은 기능은 그저 장식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단순함에 푹- 젖어 있습니다.
PC가 거실로 나오기 위해서는 이 습관을 바꿀수 있을만한 이익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PC앞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행동은 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친구와 메신저를 하든, 자료를 찾든, 영화를 보든, 문서를 작성하든, 사진을 정리하든, 그것은 정말 ‘개인적인’ 것들입니다.
그리고 미디어 센터 등 거실을 목표로 하는 PC에서 온가족이 둘러앉아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해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거야 비디오 대여랑 다를바 없고, 사진 같이 보는 거야 일년중에 하루 이틀 정도죠.
앞으로 거실을 목표로 잡은 PC들은 이용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분명하지 않은 이상, 사람들은 절대 단순함을 더 선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PC가 있을 곳은 여전히 내 방의 책상 위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