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이 자신의 작품에, 록밴드 린킨파크의 앨범아트(위 사진)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내용은 ‘낸시랭은 자신의 프로필에서 2003년 린킨파크와 같이 작업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린킨파크의 멤버는 그런 일이 없다라고 했다’는 것.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낸시 랭의 프로필에는 당시 린킨파크가 소속된 워너 뮤직 서울의 제안으로, 린킨파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적혀있다.
▲ 린킨파크의 커버아트가 인용된, 낸시랭의 타부 요기니 – 린킨파크 시리즈중 하나
블로거 후드걸님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제기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낸시랭이 린킨파크의 ‘리애니메이션’ 앨범의 앨범아트를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된다.
- 살펴보니, 낸시랭이 2003년에 린킨파크와 함께 공동 작업을 했다고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 낸시랭 작업의 핵심은, 린킨파크 ‘리애니메이션’ 앨범의 앨범아트에 등장한 로봇을 응용한 것이었다.
- 이 때문에 낸시랭이 린킨파크의 앨범아트를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
- 직접 린킨파크 포럼에 글을 올려 물어보니, 실제로 그 앨범아트를 작업한 밴드 멤버인 ‘마이크 시노다’가 자신이 그 그림을 그렸다고 확인해 줬다.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에게 던져진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은 아래와 같다.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사실을 종합해보면, 과장되긴 했지만 크게 잘못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들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아래와 같다.
- 린킨파크의 마이크가 리애니메이션 앨범의 앨범아트를 그렸다.
- 워너 뮤직 코리아에서 낸시랭에게 ‘린킨파크’의 ‘리애니메이션’ 앨범을 주제로 한 작품을 의뢰했다.
- 낸시랭은 리애니메이션의 재킷에 등장한 로봇으로 작업을 했다.
- 그 이후로 다른 작품(타부 요기니 시리즈)에서도 린킨파크의 로봇 이미지가 이용되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워너 뮤직 코리아에서 낸시랭에게 ‘린킨파크’를 주제로 한 작품 제작을 의뢰했고, 낸시랭은 작품을 제작한 다음, 그 이미지를 다음 작품에도 계속 써먹었다는 것뿐이다. 여기서 낸시랭이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공동 작업’이라고 표현했다는 것. ‘린킨파크 프로젝트’는 린킨파크를 주제로 작업을 했다는 것이 되어야지, 그들과 공동작업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표현해 ‘자신을 포장하려는 상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건… 항상 낸시랭이 그래왔던거고.
그 다음, 그들의 이미지를 계속 써먹었다는 것은… 만약, 마이크의 허락이 있었다면 별 문제가 되는 사안은 아니다. 허락이 없었다면… 조금 문제가 복잡해 진다. 창작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어느만큼 침해해도 괜찮은 가의 문제가 되는데… 현재 흐름은, 도덕적으론 문제가 있지만 용납은 된다-라는 추세다(안젤리나 졸리를 ‘성모 마리아’로 묘사한 작품도 나오는 시대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낸시랭은 단 한번도 자신이 ‘린킨파크의 앨범아트를 그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이크의 대답도 결국, 낸시랭이 앨범아트를 그리지 않았으며, 그런 얘기가 다시 들리면 거짓말이니 조심하라-라는 내용이다. … 결국 이번 일도 역시, 100%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낸시랭에 대한 ‘일반적인 악감정’과 ‘사람들의 오해’가 겹쳐져 낳은 해프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후드걸님이 했던 행동은 정당하다. 한 명의 팬으로서, 잘못된 사실에 대해 확인하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판은 정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마음 속으로 이미 내린’ 결론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모든 증거를 몰아가게 된다. … 그건 그렇고, 정말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외국 뮤지션에게 궁금증을 직접 물어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 2003년에 재임한 워너 뮤직 코리아 사장을 직접 취재하진 않았기에, 당시 왜 작업을 의뢰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마이크가 이미지 사용을 허락했는 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