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알리에서 MP3 플레이어를 하나 샀습니다. 이제는 DAP(디지털 오디오 재생기) 또는 무손실 DSD(Direct Stream Digital) Mp3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종류의 제품이죠. 제품 구입 사유는, 영화 '청춘18x2 너에게로 가는 길'을 보고 났더니, 옛날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12 프로 맥스가 너무 무겁기도 했고요.
처음엔 집에 굴러다니는 저가형 Mp3 플레이어를 써봤는데, 쓰는 느낌이 괜찮으면서도... 불편한 겁니다. 음질도 나쁘고, UI도 엉망이고, 한글 지원도 안되고. 그래서 알리에서 하나 샀습니다. 사는 김에 기왕이면 좀 음질이 좋아보이는 제품으로 샀습니다. 그게 이 제품입니다. 메첸 M30(Mechen M30). 구입가는 약 42달러.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고, Mp3 플레이어를 계속 가지고 다닐 생각도 없었고, 그냥 옛날 생각난 김에 주문한 것이 맞습니다. 제가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황금귀는 당연히 아니며, 한쪽 귀엔 이명을 달고 다니는 데요. 막 좋은 기기나 그런 건 관심도 없고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적당히 좋은 소리만 들려주면 좋겠다-했을 뿐입니다.
그 후 도착한 제품은, 실망 반 기쁨 반을 안겨준 제품이 되버렸습니다. 실망한 이유요? 일단 완전 금속 제품이라 손에 잡히는 맛도 좋고, 사이즈도 좋고 그런데, 무거워요. 176g...이네요. 진짜 생긴 거만 보고 대충 고른 벌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 인터페이스가 엉망입니다. 와 이런 무슨 2010년대 구식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이 아직 나올 줄이야... 게다가 모든 버튼을 조작하려면, 일단 화면을 킨 다음에 다시 눌러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한글 지원이 안됩니다. 아니 한글 지원 안되는 Mp3 플레이어에 빡쳐서 새로 산 건데, 왜 이것도 안되냐고요. ㅋㅋㅋ 후기에 다른 한국인이 꽤 좋게 리뷰를 남겼기에, 별 생각 없이 구입한 게 죄였습니다. 한국인을 믿었어요. 하지만 그는 한글은 신경 쓰지 않았죠...
그런데 왜 기쁨 반일까요? 생각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줬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Mp3 플레이어보다는 당연히 낫고, 일단 스마트폰보다 소리가 좋았습니다. LG V50s에는 못미쳤지만요. 그리고... 재밌더라고요. 그냥 폰은 가방에 집어 넣고, 이거 하나에 이어폰 끼우고 음악 듣는 것이. 뭔가 가벼워진 기분이랄까요. 특히 외부 버튼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터치보다 조작하기 더 재밌다고나 할까요. 그 놈의 인터페이스만 좀 제대로 됐어도(...).
아무튼 이 제품의 간단한 스펙은 이렇습니다. 칩은 WM8965 및 Ti TPA6530. 좀 오래됐죠. 예전부터 저가형 DAP에 쓰던 칩입니다. 지원 파일은 MP3, WMA, WAV, APE, FLAC, ACC, OGG, DSD. 디스플레이는 320x240의 2인치 컬러. 배터리는 1500mAh로 25시간 정도 간다고 합니다. 스크롤 휠은 있고 잘 작동하는데, 위치가 괴랄해서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휠이 손바닥에 닿는 쪽에 있... 내장 메모리는 없고, 마이크로SD 카드 지원합니다.
가장 중요한 USB 포트는 USB-C가 아니라 마이크로 USB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 자체가 7~8년 전에 나온 저가형 DAP에 케이스만 금속으로 바꾼 제품이라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울면서 쓰고 있는데, 이상한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펌웨어를 업데이트하면 한글이 나온다는 겁니다. 뭐야? 하고 메첸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펌웨어 업데이트 도구라는 프로그램만 있고 펌웨어는 없습니다. 아니 대체 이게 뭐야-하고 한번 검색을 해보니, 하아... 유튜브에 펌웨어 업데이트 하는 방법이란 동영상을 올리고, 그 동영상 소개 글 링크로(...) 펌웨어 파일을 제공합니다. 진짜 뭐야 니네... (참고로 펌웨어 업데이트 도구는 깔지 마세요. 의미 없습니다.)
- Mechen M30 펌웨어 업데이트 방법 소개 영상 https://youtu.be/8q8YqL5BAJc?si=Pnv7z44lh_VOSQM7
- Mechen M30 펌웨어 파일 링크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Y9v8c6FLR5lbxLY-PhAv-BQOeQa2BNev
펌웨어 업데이트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펌웨어 파일 링크에서 가장 최근 날짜 폴더에 들어가서, 확장자가 HEX인 파일을 다운 받아 주세요. 그 다음 M30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USB 메모리처럼 저장장치가 PC의 내 컴퓨터에 뜹니다. 거기서 다운 받은 파일을, 저장 장치 맨 위로 옮겨주면 됩니다. 그후 M30의 설정-자동 업데이트를 선택하면, 업그레이드를 진행합니다. 그럼 끝.... 그리고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한글이 나옵니다. 으하하하. 한글이 나와요. 만세! ... 아니 대체 왜 2024년 4월에 나온 펌웨어를 6월에 구입한 제품에 넣어주지 않고, 펌웨어 업데이트에 대한 설명도 전혀 안해주냐고!! 아 진짜 한달간 답답했던 것 생각하면... 거기에 더해, 인터페이스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처럼 화면 켜고(전원 버튼 먼저 누르고) 조작 버튼을 눌러야 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조작 버튼을 눌러도, '화면이 켜지면서' 조작이 됩니다. 음악 듣다가 잠깐 멈추거나, 다음 곡으로 넘기거나, 음량 낮출 때 편하죠.
이로서 이 제품은,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좋은 소리를 원하는 분들이 적당히 사기 좋은 제품이 됐습니다. 우리는 몇 십만 원 짜리 살 것 아니잖아요? 사실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모를 겁니다. 다만, Mp3 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니니... 외부 버튼으로 조작할 때 오는 편리함과, 음악만 들을 수 있다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그냥 음악만 들으면 산책하는 데, 그게 좋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에게, 이런 음악 플레이어의 진짜 장점은 음질이 아니네요. 음악만 들을 수 있다는, 존재 자체가 가지는 속성이 주는 편안함이 최고 장점입니다.
아무튼, 그런 편안함을 다시 찾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집어넣고 산책하고 싶은 분들에게도요. 조금 무겁지만, 손에 착 감기는 맛도 좋습니다. 인터페이스는 형편 없고 검색 기능도 나쁘지만, 대충 듣고 싶은 곡만 플레이리스트 대신에 폴더로 나눠 저장하면 그나마 조금 편해집니다. USB 메모리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아 그리고, 큰 돈은 들이기 싫은 분들에게도. 일반인 입장에선(?), 처음에 추천 DAP 검색했다가 나온 제품 가격들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요.
다만 진짜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요... 요즘엔 Mp3 파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가격도 비싸요. 벅스에서 Mp3 10곡 사는 비용이 5500원이에요(벅스 기준). 전엔 100곡에 19900원이었는데 말입니다... CD를 사고파도 CD로 나오지 않는 곡도 이젠 아주 많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