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텔레그램 대화를 나누는 신박한 방법, 야야그램(Yayagram) 

사랑하는 할머니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스페인에 사는 Burgos Manuel Lucio는 갑작스런 고민에 빠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지내게 되면서, 97세 할머니가 스페인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7명의 손주들과 이야기를 나눌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든 게 야야그램(Yayagram), 오늘 소개할 아날로그(?) 텔레그램 장치입니다.

이 제품은 매우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손자 이름 옆에 케이블을 꽂습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음성이 녹음되어 상대방 텔레그램으로 전달됩니다. 상대방이 문자로 대답하면, 야야그램에 붙은 작은 프린터가 그 문자를 찍어서 보여줍니다.

참, 쉽죠?

왜 이런 기계를 궂이 만들었을까-했더니, 할머니가 청각 장애가 있으시답니다. 그러면 전화 통화는 못하시겠죠. 손은 관절염을 앓으셔서, 터치 스크린을 쉽게 누르기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가 익숙해져서 그렇지,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은 그리 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진 장비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말로 보낼 방법을 찾게됐고, 답변은 문자로 받을 방법이 필요했으며, 그래서 만들어진게 야야그램. 케이블을 끼우는 방식은 옛날옛적 전화 교환을 할 때 쓰던 방식이라 새로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직관적이죠. 기기 안에는 라즈베리파이가 내장되어 있고, 텔레그램을 메신저로 택한 이유는… 텔레그램 아니면 어떤 메신저가 라즈베리파이랑 연동하겠습니까(…).

야야그램의 야야-는, 스페인 사투리?로 ‘할머니’를 뜻한다고 합니다. 제작 기간은 무려 1년(2021년 4월에 완료). 그렇죠. 이런 거 만드는 게 쉽겠습니까.

단순히 대화만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손주들과 할머니는 의사 소통에 꽤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야야그램을 쓰면서, 예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는, 언제든지 손주들이 보낸 글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본의 아닌 영구 박제(…). 쓰인 프린터가 영수증 프린터라서, 1~2년 지나면 지워지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요. 어쨌든 아날로그는 아름답습니다(응?). 할머니 혼자 쓰실 기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손주에게도 건배를. 진짜 멋진 선물을 만들었네요.

* 깃허브에 관련 자료 공개되어 있습니다. 혹시 시도해 보실 분들은 여기(링크)로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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