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은비 사건

어제 소녀시대와의 쿠키폰 데이트 행사가 끝나고, 레이캣님과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데 ‘고양이 은비 살해 사건’ 이야기가 나왔다. 레이캣님이 갑자기 얼굴을 찡그린다.

“그 여자, 동영상 보셨어요?”
“예…”
“은비도 보셨죠?”
“예.”
“은비가 한번도 안 덤비고 어쩔줄 몰라하며 맞고만 있는 것도 보셨죠?”
“…예”
“그게 은비는, 한번도 안맞고 컸다는 거거든요. 사람을 믿고 있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거죠. 그렇게 커왔고,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보통 고양이들은 안그래요.

…그런 애를 그랬다는 건,
재미로 던져버렸다는 거라구요.”

몇년 전이었던가. 마음이 무척 허했던 날에, 코란도 한 대에 눈물 흘린 적이 있었다.

동네 아파트 길이었을거다. 비둘기들이 내려앉아 걸어가는데, 코란도 한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 놈의 비둘기들, 오는 줄도 모르고 걸어간다. 아뿔싸, 치이겠구나-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데, 비둘기를 발견한 그 차, 브레이크를 밟는다. 가만히 있어도 비둘기들이 비키지 않으니까, 크락숀을 빵빵댄다. 그제야 비둘기들은, 화들짝 놀라 날아간다.

죽겠구나-하고 있었는데, 살았다. 그 별 것 아닌 일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누구라도 다른 생명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누구라도 살아있는 것들을 살아있게 놔두고 싶어한다고, 그 풍경이 내게 그렇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또 다른 풍경을 접한다.
살아있는 것들이 무가치한 세상을, 자신을 믿고 다가온 아이에게 발길질 하는 세상을,
살아있는 아이를 함부로 내던져도 되는 세상을.
아이를 잃은 사람에게 또 대못질 해대는 세상을.

▲ CAT HEAVEN(출처)

나고 살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어찌 다 기뻐하며 슬퍼할까마는-
어쩌다 알게됐기에 아이의 명복을 빈다. 남은 주인분도 부디, 마음 잘 추스리시기를-
거짓된 바램이래도, 부디 저 편에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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