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솔, 전자책의 미래

예전에 전자책에 대해 포스팅했을 때, 한분이 미라솔 기술에 대해 알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퀄컴에서 개발하고 있는, 컬러 전자 잉크 기술이라고.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6월말에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시제품을 공개했다고 하네요.

미라솔 시제품은 지난 CES2010에도 공개된 적이 있었고, 원래 작년말쯤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었으니, 그리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진 못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주목할 이유는 충분한데요, 몇가지 단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중 전자책 용도로는 가장 적합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미라솔 기술의 원리는, 빛에 담긴 각각 색의 색파장이 서로 다른 것을 이용, 미세하게 거울을 배치해서 빨강, 파랑, 노랑 색의 빛을 반사해내는 것에 있습니다. 이렇게 반사한 빛의 삼원색을 섞어서 칼라로 표현하는 거죠. 일종의 프리즘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저전력. 전자 잉크 기술의 1/6만을 사용합니다. 보통 이북 리더기들이 7~8000페이지를 볼 수 있다면, 이 기술을 채택하면 3만 5천페이지 이상을 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300p 분량 소설로 잡을 경우, 한번 충전에 100권 이상을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 아껴쓰면 1년에 한번 충전…해서 들고다니는 것도 가능하겠군요.

전원이 끊겨도 화면이 바뀌지 않는, 전자 잉크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기존 전자 잉크 기술의 문제였던 화면 리프레쉬 타임이 빠릅니다. 그러니까, 예전 전자책 리더기에 비하면 쾌적하게 책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해상도도 높고, 내구성도 뛰어난 편입니다.

단점은 어둡다는 것. 마치 갱지…에 인쇄한 내용을 읽는 기분이랄까요. 밝기가 신문지보다 낮아 보입니다. (A4 종이는 반사율 70~90%, 신문지 반사율 60%, 미라솔은 50%, 기존 전자 잉크는 40%대). 따라서 동영상이나 게임 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가격은 기존 전자 잉크와 비슷한 선.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에선 LG, KTF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는데…진짜일까요?

미라솔을 전자책의 미래라고 말하는 이유는, 반사율만 60%대로 높일 수 있다면, 정말로 책을 읽기에는 최적인 디스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사실LCD는 책을 읽기엔 너무 밝습니다. 제이콥 닐슨(!#2#!)의 연구대로 사람들은 웹상에서 제대로 뭔가를 ‘읽지 않으며’, LCD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발광형(자체 발광, 백라이트 등) 디스플레이는 눈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패드나 모니터를 통해 진짜 책을 읽게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다만, 잡지처럼 설렁설렁 읽거나 책을 가지고 놀게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아마, 차를 운전하고 네비게이션을 창작하고 계신 분들은, 야간 운전시 네비게이션의 밝은 화면이 오히려 운전을 방해하는 경우를, 종종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큰 발광… 디스플레이는 끝없이 사람 보고 자기를 쳐다봐 줄 것을 요구합니다. 인간 감각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반면 미라솔은 밝은 곳이 아니면 잘 안보입니다. 제공하는 조명도 프론트 라이트(GBA-어드밴스) 정도에서 그칩니다. 충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배터리가 오래갑니다. 얇고 가벼우며, 화면을 넘길 때도 그리 불쾌함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발광 디스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눈이 편합니다. 생각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얇고 배터리가 오래가기 때문에 양면 기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대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도 그리 무겁지 않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저렴하면서 10인치에 12시간 이상 작동하는 300g 짜리 넷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 진다는 거죠… (어떤 면에선 오피스용으론 최적일지도)

사실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예전 게임보이 어드밴스드(GBA) 게임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보다야 당연히 낫겠지만.. ^^ 솔직히 GBA로 게임하는 것은, 조금 힘들었죠…;; 미라솔 디스플레이도 아직 완성됐다-싶은 느낌의 기술은 아닙니다. 반사율 문제가 개인적으론 제일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 밖에 자잘한 문제도 있긴 있겠죠.

아직 시제품만 나와있는 상황이고, 퀄컴도 자신들이 직접 기기를 만들진 않겠다고 했으니, 어떤 회사와 손잡게 되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마존과 손잡고 컬러 킨들을 만들게 된다면? 물론 상상이긴 하지만… 꽤 재밌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아이패드와 책 읽기 환경에 최적화된 컬러 킨들의 대결….

올해 안에, 미라솔 디스플레이가 채택된 기기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꼭 만져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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