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유감이지만, 사실이다. 전기를 생산해내는 기술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면, 전구도 없었을 것이고, 엘레베이터도 없었을 것이고, 그럼 고층 건물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산업혁명 없는 현대 자본주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자동차 없는 현대 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석궁의 등장으로 바뀐 중세 시대 전쟁이야기나, 선박항해술의 발달로 열린 대항해 시대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문명이고, 생산기반이고, 우리 사회의 하부구조다. 괜히 깬석기 간석기 청동기, 이렇게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선사 시대를 구분한 것이 아니다.

2. 기술은 중립적일까. 정말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어떤 칼과 같은 것일까.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 기술이 어떤 사회에 채택되고 정착되기 까지, 그 과정에는 정치적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 어떤 기술도 한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때론 그 정치적 목적 때문에 기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해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저 외국산 휴대폰에 불과한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가 왜 그리 어려웠는지. 그러기에 기술은 항상 구체적 사회성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파악되어야만 한다.

3. 그렇다면 트위터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여기서 질문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한다면, 당연히 대답은 No다.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 활판 인쇄술’은 세상을 바꿨지만 그가 만든 ‘인쇄기’ 한 대가 세상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한다면 그건 일종의 ‘공치사’에 불과하다. … 물론 ‘인터넷’ 기술은 세상을 바꿔놨다.

질문을 바꿔서, 트위터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라는 가치 지향적인 의미로 저 말을 해석한다면 어떨까? 아마 이 말을 한 이는 그런 뜻으로 말했을 것이다. 일종의 전자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인터넷을 해방구처럼 여기던 이들이 말하던 것과 하나 다르지 않은, 선동의 문구.

…그가 말하는 방식대로 ’20년동안 PC통신부터 인터넷까지 다 겪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답은 역시 No 다.

4. 어떤 기술이 변화를 낳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기술 자체로 ‘진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트위터를 진보 운동의 도구로 삼기를 꿈꾼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그냥 ‘트위터 = 세상 바꿈’이란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러니 ‘모두 모두 여기와서 붙어라’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팩스가 민주주의를 앞당긴다고, TV가 민주주의를 앞당긴다고 얘기한 사람은 이전에도 숱하게 많았다. 그런데 이제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비웃음만 얻을 것이다. 유감이지만,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그냥 ‘트위터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비록 멋은 없을 지라도.

…오늘 있었던 어떤 짧은 논쟁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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