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로 끝나기 싫은 당신을 위한 5가지 규칙

굳이 88만원 세대란 단어를 달 필요는 없는 글입니다. 이 글 제목도 ‘청춘을 청춘이게 만들어준 5가지’ 정도로 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 ’88만원 세대’란 말에서 느껴지는, 어떤 숙명적인 느낌이 싫었습니다. 우석훈 아저씨야 그런 의미로 쓰신 것이 아니겠지만… 결국 ‘너희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라는 중얼거림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 말처럼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트를 치’는 것도, 88만원 세대를 넘어서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덧붙여 저는, 『청춘표류』라는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담겨있는 11명의 삶에서 우연히 공통적으로 보였던 다섯 가지 태도, 또는 삶의 방식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들을 청춘으로 만들어준 어떤 태도,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그 11명의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보여준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1. 좋아하는 일은 뭐든 해봐야 찾아진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하며 살고 싶어”. 그리고 우리가 흔히 하는 투정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 뭐, 일단 “쉽고 재미있으며 안정적이고 돈도 잘버는” 직업 따위는 없다는 것을 전제를 하고 얘기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결코 처음부터 알 수 없습니다. 저절로 알게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뭐든 해봐야 찾아집니다.

나이프 장인 후루카와는 처음엔 피아노 조율사였습니다. 무라사키 타로는 아버지가 시켜서 원숭이 기예를 배웠고, 고기 장인 모리야스는 누나가 일하는 정육점에서 알바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진가 미야자키는 카메라 부품 공장에 취직했다가 사진 작가가 됩니다. 소믈리에 신야는 레스토랑 웨이터였습니다.

그런데 다들 하다보니 적성에 맞는 것을 알게되고, 재미를 느끼고, 거기에서 길을 찾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 여러가지 다른 일도 해보고, 맞지 않아서 때려친 적도 여러번씩, 다들 있었죠. 그런데 어떻게든 뭐든 하면서 악착같이 살다보면, 만나게 됩니다. 이건 내 일이구나, 내가 할 일이구나- 싶은 것을. 그건 재미나 호기심과는 다른, 자신에게 맞는 ‘짝’으로서의 일-입니다.

2. 하고 싶다면 일단 저질러라

운좋게 괜찮은 일을 찾았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짝이 될 만한 일을 찾았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 일을 배우기 위해 한참을 노력해야 합니다. 운이 나쁘면 스승도 제대로 못만나고, 가르쳐줄만한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춘표류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도 배우기 위해 외국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어를 제대로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이프 장인 후루카와는 나이프 제작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물론 영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

소믈리에 신야는 와인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물론 불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

사이클 프레임 제작자 나가사와는 프레임 제작을 배우기 이탈리아로 날아갑니다.
…물론 이태리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

외국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만약 하고 싶다면, 저지르세요. 배우고 싶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응?) 그러다보면 그나마 없는 돈마저 무작정 다 꼴아박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준비가 안되어서 못하겠다-는 말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저지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알고보면 거의 없습니다. 세스 고딘이라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당신의 도마뱀 뇌가 보내는 경고에 지지 말라”고.

3. 고통은 기본이다. 하지만 견딘다.

짝이 될 만한 일을 찾았습니다. 더 배우기 위해 일단 저질러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통입니다. (응?)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한 가요.

책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고통의 시기를 ‘공백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이 이름을 날리고 난 다음, ‘출범의 시기’를 거친 그 다음만 기억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수수께끼의 공백 시대’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에게 내걸기 전까지, 그에 걸맞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하는 과정”이 바로 공백의 시대입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는 시간. 못한다고 구박받고, 일 따위는 절대 편하지 않고, 심지어 지진아라고 놀림 받으며 스승에게서도 쫓겨나는 시간.

하지만 대부분, 이를 악물고 견딥니다. 염직가 도미타는 처음엔 실뭉치 하나를 감는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나가사와는 불법 체류 노동자였고, 요시노는 레코드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후루카와는 칼의 완전한 평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5년을 연습했습니다. 타로는 자신이 길들이던 원숭이가 죽어버렸고, 사진가 미야자키는 선생님이 원서를 주지 않아 고등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 짧았던 사람도, 아주 길-었던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정말 내 길이라면, 버티면서 갈고닦다보면 언젠가 길의 끝에서 햇살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4. 고집스럽게, 성실하게, 세심하게

그럼 그 수수께끼의 공백 시절을, 그래도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알고보면 간단합니다. 고집스럽게, 성실하게, 세심하게-가 답입니다.

고집스럽게 : 자신의 길을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일종의 오기. 지기 싫어하는 마음임과 동시에, 자신의 길이 옳다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그러다보면 인간 관계는 조금 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론 쫓겨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면, 남들이 다 도망가도 그 자리에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함부로 ‘내 생각’을 주장하지 마세요. 하지만 한번 ‘내 생각’이라고 결정했다면, 그것을 지키세요.

성실하게 :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연습벌레’였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단 한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네요. 조금 더 똑똑하고, 조금 더 미련한 사람은 있었지만… 연습벌레가 아니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습이야 말로 가장 좋은 스승이었습니다.

세심하게 : 그렇지만 무작정 연습만 한다고 다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잘하는 사람에게 배워야 합니다. 배움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놓는 것입니다. 관찰과 기록. 이 두가지가 없으면 연습때 무엇을 따라가야 할지, 자신에게 무엇이 모자란 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5. 그리고,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만나고 함께하고 헤어집니다. 좋은 만남도 나쁜 만남도 있겠지만, 인연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떤 이들이 들으면 그게 가능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청춘표류에 나온 여러 사람들 가운데, 정말 잘되고 나서야 배우자를 만난 사람은… 원숭이 조련사 타로 -_- 뿐이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을 함께 버텨줬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빠이빠이 했지만 한때는 자신의 길을 끌어준 스승도 있었고, 정말 우연히 내가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인정해준 친구도,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해준 동료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것만큼 힘든 일도 또 없지요. 일종의 운-인데요.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너-에서 말했던, 재능과 노력과 운-의 3박자에서, 이 운만큼은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어서요. 그런데 얼마전 들었던 강의에서, 장애인 소설가 ‘고정욱'(<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작가)씨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들이대

라구요. 들이대-가 서울대보다 더 좋은 거라고. 여기 나오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응?) 자신도 소아마비에 걸린 장애인이지만, 들이대-를 나왔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지금 잘살고 있는 거라고. … 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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