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삼성, 3D TV 전쟁 관전기

1. 한달쯤 전이었던가. 차량 점검이 끝나길 기다리며 트윗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삼성 TV 에 대한 글이 타임라인에 줄지어 올라왔다. 보아하니 삼성에서 블로거들을 불러 비교체험 행사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려니-하고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공평(?)한 조건에서 봤더니 삼성이 더 낫다. 이 논쟁은 끝났다” 비슷한 트윗을 올렸다. 뭐가 공평하냐고 하니 똑같은 장소에 같이 놓여진 TV를 봤다고 한다. 그게 공평한 거냐고 물으니 그럼 뭐가 불공평한 거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이랬다.

“삼성 홍보관이라는 장소, 선택된 영상, 그곳에 가게된 이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그건 3DTV를 모른다는 이야기고.

▲ 이건 LG에서 열린 3D 비교 시연회

2. 현재 3D 기술은, 당연히, 각각 장단점이 분명한 편이다. 회사마다 그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셔터 글래스(SG) 방식은 3D 입체감이 뚜렷하다. 편광방식보다 화질도 좋다. 그 대신 안경 가격이 비싸고, 불편하고, 충전을 해야하며, 오래 쓰고 있으면 어지럽다. (작년 SG 방식 3DTV에서 3D로 게임을 하다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을 겪었다고 이미 고백한 바 있다.)

편광 안경(FPR) 방식은 안경 값이 싸다. 편하다. 3D 입체감이 덜한 대신 어지러움등도 덜하다(이건 롯데월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면서 확인했다.). 대신 화질이 떨어진다. 화면 앞에 필름을 붙여야 하기에 밝기도 올려야 한다. 여기까진 어차피 뻔한 소리다.

3DTV에 대해 회사에서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
3. 1번에서 저런 소리를 늘어놓은 이유는, 화면 경험, 또는 화질에 대한 비교가 실제로 개개인의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TV를 보는 환경이 천차만별이듯, TV 화면에 대한 느낌도 생각 이상으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LG 3D 시연회에서 나는 죽어도 안보이는 화면의 검은 줄을, 옆에 있던 블로거는 계속 보인다고 했다. 내가 안보이는 이유는 눈이 나빠서라고. 여기서 누가 옳을까?

그런 것 없다. 누군가는 보이고 누군가는 안보인다고 한다. 그냥 그런 것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밝은 화면이 누군가에겐 선명한 화면이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게다가 많은 3D TV 체험자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혹시 3D 입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가? 당신이 외사시일 가능성이 높다. 3D 화면을 보면 두통이 많이 일어나는가? 아직 유의미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내사시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 혹시 간질이나 다른 광발작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3DTV 를 봐서는 안된다. 최소한 기초적인 안전 기준이 나올 때까지는 그렇다. 어린 아이들한테도 3D 입체영상 체험이 그리 좋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아이들의 뇌는 아직 여물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회사에선 소비자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다.

4. 대신 모든 회사들은 자사에 가장 유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르고, 영상을 고르고, 참가자를 고른다. LG야 부를 사람이 적었는지…(응?) 삼성쪽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함께 초대하긴 했지만. 삼성은 형광등이 적은, 어두운 곳을 골라 플리커 문제가 덜 발생하도록 손을 썼을 것이고, 반대로 LG는 밝은 곳에서 여럿이 동시에 3DTV를 보게 함으로써 편광안경 방식을 자랑한다. 2D->3D 변환 기술 영상도 자사 TV에 사용했을 경우 더 3D 효과가 잘 나오는 영상을 고른다.

…솔직히 그래서, LG 비교 시연회장에 도착하기 전에 마음 속 결론은 이미 나 있는 상태였다.

사실 올해, LG와 삼성이 한 일은, 전설(?)같은 얘기인 ‘NASA에서 만든 무중력에서도 써지는 볼펜’ 이야기와 비슷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볼펜을 쓸 수 없자 NASA는 최신 기술을 개발해 볼펜을 보완하고, 소련에서는 대신 연필을 썼다-는 이 이야기는, 3DTV에 대한 LG와 삼성의 대응과 일맥 상통한다.

3D 안경이 문제가 되자 삼성은 공밀레..를 통해 3D 안경을 초박형(?)으로 만들어 버렸고, LG는 구형이지만 더 간편한 편광 안경 방식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곤 삼성을 도발했다. 여기에 삼성이 걸려들었다. 화내고, 평소에 담지 못할 말까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뱉았다가 LG에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LG가 이겼다, 일단은
5. 결론부터 말하자. LG가 이겼다. 3D TV 기술방식의 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① 이버즈에서 행한비교 품평회 결과, ② 다음 카페 HDTV&HTPC 사용자 모임에서 비교 시연회한 결과, ③ 이버즈가 중앙대 유홍식 교수에 의뢰해 진행한 「3DTV 실험조사연구 및 서베이」 결과에서 모두, LG 3DTV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결과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앞서 말한 유홍식 교수의 조사에서 LG 3DTV를 사겠다고 말한 소비자는 10명중 8명. LG와 삼성의 논쟁이 시작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어나, 작년엔 전체 TV 판매량에서 3DTV 매출이 2%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4%에 이른다(..작년은 출시 초기이긴 했다). 그 가운데 LG 제품의 판매량이 많았다. 다나와에 따르면 다나와에서 판매된 전체 3DTV 모델 가운데 LG의 LW5700 단일 모델이 최고 63%까지 차지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온데에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던 LG와 삼성 TV의 가격차도 한몫했다. 당시 비슷한 성능에 42인치였던 LG제품이 140만원대 초반. 40인치였던 삼성제품이 200만원대 초반이었다. … 말이 더 필요한가?


6. 삼성은 애시당초 3D TV 논쟁에 끼어들지 말았어야 한다. 스마트TV로 관심을 가져가도록 유도했어야 하는데, 발끈하는 바람에 3DTV 품질 논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인지도도 높아졌고, 마침 가격도 적당해졌다. 당연히 판매량도 늘어난다. 스마트TV? 그걸 누가 관심 가진담.

… 솔직히 순식간에 이야기의 중심이 3D로 넘어가서, 나도 놀랐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마트 TV! 스마트 TV를 외치며 다들 3DTV에는 이제 관심이 식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관심이 식긴 개뿔이. 이제야 구입이 원활한 가격대에 겨우 진입했을 뿐이다.

그리고 대세는 이미 넘어왔다. 도시바는 새로운 3D TV를 FPR 방식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영화 ‘아바타’를 만들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갑작스럽게 ‘FPR’ 방식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앞에 말한 편광 안경 방식의 장점과 똑같다. 더 싸고, 깜빡거림 현상이 없으며,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도 없다.
간단히 말하자. 셔터 글래스 방식은 베타 방식 비디오고, 편광 방식은 VHS 방식 비디오다. 기술의 사회적 수용에서, 그 기술이 더 최신인가 아닌가는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물론 비디오와는 다르게 콘텐츠가 시장을 결정하지 않고, 그저 더 선호되는 방식이 더 많이 팔리게 될 뿐이지만. 일단은.

▲ 제임스 카메론 감독
7. 사실 조짐은 계속 있었다. 넬슨 리서치에서 작년 가을에 했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90%는 3DTV의 안경 문제 때문에 3D TV를 사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CEA에서는 계속 늘어가는 3D 기기들 때문에, 상호 호환 가능한 3D 안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는 계속 안경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이 저렇게 얘기한 것?  알고보면 보다 빨리 3D TV 시장이 일상화 되기위해 선택한 것일 뿐이다. 그는 이번에 Cameron-Pace Group (CPG)라는 회사를 만들어, 방송가에 3D 기술과 제작 방법 등을 팔려고 한다. 영화보단 방송쪽이 훨씬 시장도 크고 영향력도 높다. 그 장사가 잘되기 위해선 3D TV가 하루빨리 일상화되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당장은 FPR 방식 말고는 답이 없다.
게임도 다르지 않다. LG 3DTV의 우수성(?)을 가장 여실히 증명해 내는 것이라면, 난 분명히 Xbox360 키넥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건 FPR 방식으로는 할만하지만, SG  방식으론 도저히 할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 사실 이건 붙자는 말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이겼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그래도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정말 소비자가 3D TV나 스마트 TV를 원하는가?
나라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직까진, 같은 값이면, 더 큰 화면을 가진 2D TV를 권하고 싶다.
…안 그런가?
* 불공평한 테스트라고 할 분들을 위해 미리 적어둔다. 위의 HDTV 동호회는 2010년 LG와 삼성의 3DTV를 비교 테스트해 전 부분에서 삼성 3DTV가 더 우위에 있다고 결론 내렸던 동호회다. 그때 테스트 결과는 마케팅에 신나게 써먹었으면서 이번 테스트 결과는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뭐, 기업 홍보팀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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