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 “청춘, 거기서 무릎 꿇지 말아요”

“섭외가 가장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김정일 위원장입니다. 건강이 안좋아서 조금이라도 빨리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면 어떤 것을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후회하지 않냐고, 정말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지난 5월 4일, 연세대 백주년 기년관에서는 진행된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100회 기념 특집, 기자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입니다. 이 질의응답을 보면서 이거 제목으로 뽑을 기자들 많겠네-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러 기사에서 이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를 했더군요.

하지만 기자 간담회에서 나눈 내용은 그게 끝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100회 기념 인터뷰였으니까요. 사실 100회, 그것도 한 사람이 한 프로그램으로 100회를 일관되게 진행했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가 방영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2009년이었으니, 횟수로 3년 정도를 계속 끌어온 셈입니다.

한 프로그램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계속 이끌어오게 만든 동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것이 그녀를 계속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가도록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가 정말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누군가를 감전시킬 수 있는 한 줄을 찾는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를 100번동안 100명을 만나며 진행하면서, 그녀가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인터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모든 사람은은 그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주우입니다. 누구든 소설같고 영화같은 이야기를 다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감동적인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 인터뷰에서 백지연이란 인터뷰어가 한 일은, “인터뷰를 들을 사람들에게 전류처럼 타고 들어가,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한 줄”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이란 말은 쓰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어차리 성공은 인생이 마감될 때에만 확인될 수 있는 일인데, 요즘 세상에선 성공이란 말이 잘못 쓰여서 오히려 모두들 성공하기 위해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키워드를 찾았습니다. 한 다섯개 정도? 그 정도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알고보면 그 키워드는, 이미 클래식처럼 우리 곁에 계속 흘러내려오는, 그런 것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정의’만 해도,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왔었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란 씨줄과 시간속에 전승되어온 날줄을 엮습니다. 거기서 어떤 키워드가 보여집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뭔가를 결국 해 보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백지연은 이렇게 말합니다. 피플인사이드를 진행하며, 그 속에서 뽑은 키워드를 걸러내 『크리티컬 매스』라는 책을 쓰며, “사람들에게 중요한 키워드를 쥐어주며, 잘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잘살아보라고 해주고 싶었다.”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나왔던 힘

아까 그녀는, 사람은 모두 작은 우주와 같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그 우주를 만나며, 그 우주에 깊게 빠져든다고.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지금까지 수천명의 사람들을을 만나가며, 그 사람들 안에 빠져들 수 있었을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공부’입니다.

이전에도 자주 했던 말이지만, 누군가를 인터뷰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철저히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그것 하나라고. 그게 시작이며 마지막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다보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을 알게되고, 그 사람을 알고나면 이렇게 살아냈구나-하는 것이 고마워진다고.

물론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만, 또 어떤 사람은 꼭꼭 닫아걸고 살짝 엿보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갔다고 해도 또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이와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그 사람이 말하고 싶은 것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들어서 감동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또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를 하면서 항상 신경을 두개로 나눈다고 합니다. 한 채널은 인터뷰이와 동감하기 위해 쓰이고, 다른 한 채널은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알고 싶을까, 어떤 것을 궁금해 할까로 나뉘어져 있다고. 참, 듣고생각해 보니 인터뷰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군요. -_-;

 

 

청춘, 거기가 끝이 아니에요

그녀는 가장 잘하는 것으로 “인내”를 꼽았습니다. 물론 그녀는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먹는 것도 열정적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가 정말 일을 열심히 하냐고 물어오면, 그냥 내가 사는 일이 좋아요, 나는 내가 좋아요-라고 대답한다고.

다만, 쉬고 싶을 때 주저앉지 않습니다. 피곤해도 해야할 일이 있다면 그냥 한다고 합니다. 일 하면서 충전되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하고. 그래서 그렇게 많이 하면서 건강하게 잘 사는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살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아나운서나 방송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어떤 것’이 되려고 하기 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런 일을 어떻게 찾냐구요? 많이 시도해보고 부딪혀 보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지요. 그런데 그 기간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쉽게 찾는 반면, 어떤 이들은 정말 오랜 기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걸 백지연은, 자기 안의 정원에 심어 놓은, 꽃나무에 비유하며 말합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꽃나무를 하나씩 키우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15도가 되면 꽃을 피워냅니다. 문제는, 아무도 지금이 몇도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는 그 꽃을 피워내지만, 누군가는 15도가 되기 전에 지쳐 주저앉아 버리기도 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했던, ‘수수깨끼의 공백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두렵고 막막한 그 시절. 그냥 버티고 또 버틴다는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시절. 하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꽃은 핍니다. 바로 그 임계점이 이번에 나온 책의 제목, 「크리티컬 매스」입니다. 성공했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바로 이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하기 전에 무릎을 꿇었는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그 꽃이 피기까지 멈추지 말라고. 그리고 그 꽃이 피는 날, 내게 꽃잎 하나만 선물해 달라고. 어서 무럭무럭 커서, 인터뷰이로 자신에게 찾아와 달라고. 그때까지 자신은,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 사진제공_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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