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넷플릭스의 성공 이유를 벤치마킹하라!

한국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넷플릭스라는 미국 서비스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편 DVD 대여업체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DVD 대여와 더불어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로 탄탄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 어느 정도냐구요?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무려 미국 인터넷 전체 사용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랍니다.

현재 가입자 숫자는 미국(2,280만)과 캐나다(80만)를 합쳐 약 2,360 만명 입니다. 이 가운데 2011년 1/4분기에 늘어난 가입자 숫자만 360만명(2010년 말에 2000만 가입자 돌파). 1/4분기 매출은 7억 1,900만달러(약 7,909억원)이며, 같은 분기에 콘텐츠 라이선스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1억 9,200만 달러.

… 대부분 유료 가입자임을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넷플릭스를, 미국에서 잠시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현재 한국에선 이용 불가능). 사용해보니, 왜 성공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한 눈에 보이는 넷플릭스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풍부한 영상 데이터베이스, 간편한 사용방법, 그리고 어떤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는 범용성.

 

쉬워도 너무 쉬운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사용하면서 맨 처음 느꼈던 것은, 이 서비스가 쉬워도 정말 쉽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합니다. 복잡한 개인정보요? 그런 것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메일과 패스워드만 적어넣으면 바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 결제 정보를 적습니다. 그럼 끝.

회원 가입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한달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그 이후 결제되는 금액은 한달에 8달러. 넷플릭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TV나 게임기, 셋탑 박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이지만, 최근 미국에서 출시되는 주요 TV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는 거의 다 넷플릭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넷플릭스를 지원하는 회사 목록

일단 회원 등록을 하고나면 바로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선 앱을 다운받고 회원번호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끝. 글자를 입력하기 어려운 TV에선 TV마다 부착된 고유코드번호를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인증받으면, 바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나중에 보기 목록(instant Que)’에 집어넣던가, 바로 시청하면 끝. 한가지 아쉬운 점은 TV 등의 기기에선 영화를 고를 수 없고, 아이패드나 컴퓨터에서 목록에 집어넣은 영화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인데… 이것도 컴퓨터나 아이패드등에서 영화를 선택하면 3초정도 안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TV나 컴퓨터나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이나, 어디서나 간단하게 시청가능합니다. 3G건 와이파이건 가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미국이라고 3G 인터넷 속도가 별나게 빠르진 않습니다…-_-; 다시 말해 미국에서도 3G 상태에서는 버퍼링이 자주 걸리기 때문에, 시청하기가 꽤 불편합니다.)

생각보다 뛰어난 화질

▲ 넷플릭스를 지원하는 LG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넷플릭스를 플레이하는 화면

하지만 아무리 영화 보기가 편해도, 그 영화의 화질이 열악하다거나 자주 끊긴다거나, 볼만한 영화가 없다면 모두 헛것인 셈. 그런 면에서도 넷플릭스는 합격점을 줄 만합니다. 우선, 케이블 TV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곳이나 스타벅스의 무료 와이파이 접속 상태에서도, 아주 깔끔하게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케이블 TV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때에는, 처음 5초 정도의 버퍼링을 제외하면 영화 보는 내내 한번도 영화가 중간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뭐, 이건 한국 케이블 VOD나 IPTV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니 그리 특별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그동안 티빙을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버퍼링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아이패드 등에서 한번도 끊김없이 부드럽게 영상이 흘러나오니 꽤 놀랐습니다…;;

보던 영화를 나중에 이어보기(resume) 기능을 이용해서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PC, TV, 태블릿 PC, 스마트폰에서도 같은 영화를 보다가 그만둔 장면부터 이어보는 것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이걸 특별한 기능이라고 광고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 OTZ)

 

그럼 화질이 모자란가요?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티빙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역시 최소 480p 급 화질(DVD급)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일부는 720p급까지 지원). 거기에 지원하고 있는 영화와 TV 시리즈의 숫자는 약 15만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내 개봉영화의 46%정도를 전송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스트리밍되는 영상 편수는 510만편이상.

비록 최신 영화들을 바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미국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양질의 TV 시리즈와 영화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최신 영화가 아니더라도 볼 거리는 너무 많습니다. 최근엔 ‘엑스파일’이나 ‘GLEE’, ‘버피 더 뱀파이어’ 같은 인기 TV 시리즈물도 제공하기 시작. ‘놈놈놈’ 같은 한국 영화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보너스(영어 자막 지원).

핵심은 부담없는 가격

간편한 사용법, 다양한 기기에서 끊김없는 플레이, 뛰어난 화질, 엄청난 영상 데이터베이스-까지, 넷플릭스의 장점은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한달에 8달러’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이러니 미국 인터넷 전체 사용량의 1/3 가까이를 사용할 만하죠(덤으로, 이래도 미국에선 서비스 회사에 망 비용 부담하라는 말 하지 않습니다. -_-;).

아니, 이 정액 요금은 단순히 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액 요금은 바로, ‘안심하고 맘껏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설마 한국에서,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한달에 1G의 데이터도 다 못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무제한은 ‘안심해도 좋다’, 다시 말해 마음대로 써도 더이상 추가 비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바로 ‘이용자의 자유’를 말합니다. 만약 넷플릭스가 아무리 싸게 요금을 매겼다고 해도, 그것이 ‘편당 요금’이었다면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한 편에 1달러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계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따지기’ 시작하고, 따지면 사용을 ‘기피’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건 애시당초 넷플릭스가 ‘연체료 없는’ 월정액제의 DVD 대여 서비스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개념이란 사실입니다. 사람들의 ‘연체료’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줌으로써 ‘저렴한 비용의 월 정액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거기에서 수익을 올립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바뀌었다고 한들, 그 기본 개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티빙이 넷플릭스에서 배워야할 것

 

 

현재 한국에서 넷플릭스와 가장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면, 그건 바로 티빙(tving) 입니다.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며, 월정액제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VOD 가 아니라 ‘라이브 TV’ 가 중심이란 것이며, 서비스 초기라 가끔 오류가 발생하고, VOD는 편당 요금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 다른 영상 콘텐츠 서비스는 월정액제 다운로드 모델인 ‘콘팅’과 네이버, 다음, 웹하드 업체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편당 요금제 서비스,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제공하는 월정액 VOD 시청 모델, 조금 특이한 것으로 다양한 기기(..하지만 전용 기기만 서비스되는)를 지원하는 편당 요금제 서비스 ‘호핀’ 같은 것이 있습니다…만, 솔직히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는 감이 안잡히니 여기선 다루지 않겠습니다(…슬프게도, 불법 서비스보다 사용이 불편합니다. 젠장.)

그럼 티빙이 넷플릭스의 성공에서 배워야할 점은 무엇일까요? 공중파도 추가해야 하고, 해외 영상물들의 저작권도 해결해야하고, VOD 콘텐츠도 좀 더 확보해야 하고… 할 것은 많습니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티빙이 넷플릭스에서 배워야 할 것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핵심에 집중하라.

라는 것.

미국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넷플릭스는, 편합니다. 원하는 영화나 TV 시리즈를 편하게 골라서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솔직히 넷플릭스를 통한 시청 경험이 너무 간편하고, 부드럽고, 쾌적해서 놀랐습니다.

▲ 당장 TV 시리즈 하나만 봐도 얼마나 보기 편하게 되어있나요..

간단한 가입 과정, 수많은 영상물들, TV, 아이패드, 스마트폰을 가리지 않고 간편하게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편리함. 그리고 짧은 버퍼링 과정을 제외하면 보는 내내 걸리적 거림이 없고, 언제든지 편하게 이어서 보거나, 예전에 미리 골라놨던 것을 선택해서 볼 수가 있습니다.

TV로 영화를 보다가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가 들린 스타벅스에서, 집에서 보던 영화를 그대로 끊김없이 보는 즐거움, 아시겠나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한 일이라고는, 영화를 틀었다가 멈추고, 다시 튼 것 밖에는 없다는 사실도? 보던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첫페이지 표시해 주는 것 하나가, 이런 간편함을 가져다 준다는 것도?

지금 티빙이 집중해야할 것은,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VOD 서비스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정말 쉽고 편리하게, 라이브 TV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안될까요? 미리 예약해 놓은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집에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최소한 전에 내가 보던 채널을, 다시 티빙에 들어갔을 때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 정도도 안될까요?

그렇게 TV를 보는 것만 쾌적하게 만들어줘도, 틀림없이 티빙 유료 가입자는 많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채널도 다양하면서, TV를 한대 사는 것보다는 훨씬 싸잖아요? … 물론 이런 이야기, 티빙 블로그 운영자가 하자니 굉장히 민망하긴 합니다만… 정말, 넷플릭스를 경험하면서 진심으로 느꼈던, 그런 감정이랍니다.

 

추신. 물론 애플 아이튠즈처럼- 전체를 잘게 잘라 저렴하게 판매하는 모델이 성공하기도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러번 반복 사용하게되는’ 종류의 컨텐츠나, 소프트웨어에 걸맞는 개념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상 콘텐츠를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죠(한번 감상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시간나는대로 한번 더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티빙은 한국 음원 사이트 모델을 많이 벤치마킹하기를 바랍니다. 스트리밍은 완전 정액제고, 다운로드는 곡당 얼마씩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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