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발표를 보며 드는 불안감

애플 개발자 포럼인 WWDC 2011, 키노트 세션이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매년 애플사의 신제품이 발표되었기에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행사이지만, 이번에는 저~엉말 밋밋하게 끝났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를 제 나름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 3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iOS 기반 단일 플랫폼 전략 확대(폐쇄 플랫폼)
  • 하드웨어 판매에서 콘텐츠 유통 모델로의 전환
  • 클라우드 확충을 통한 PC free, 각 기기들의 개별 단말기화

우선 이번 발표회에선 미리 예고된 대로, 맥OS의 신버전인 Lion, iOS 5,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인 iCloud 가 발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환영하고 싶었던 것은 단 2개

  • iOS(아이폰 등)에서 카메라 기능 확충
  • 모바일미가 아이클라우드로 바뀌면서 무료화

기능 개선된 맥용 OSX

우선 맥 컴퓨터의 새로운 OS 버전인 LION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이패드등에서 쓸 수 있었던 기능(resume, 앱 구동시 풀 스크린, 멀티터치를 이용한 제스춰 인터페이스 등)을 대거 투입했습니다. 백업기능(version)도 확충. 7월부터 맥 앱스토어를 통해 29.99 달러에 업그레이드 가능.

…사용자 입장에선 새로운 기능이 도입되었다기 보다는, 많은 기능이 개선되었다-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관심없으니 패쓰-하고, iOS5의 경우, 올해 가을부터 업그레이드 가능하며, 10여가지 주요 기능이 새로 탑재되었습니다. 그 10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폰3G 이하 버전은 지원하지 않음)

  • 알림 센터(푸쉬 알림을 모아서 보여줌)
  • 신문 가판대(신문, 잡지등 구독 기능)
  • 트위터 기능 내장, 다양한 앱에서 활용 가능
  • 사파리 기능 개선 – 멀티탭 기능, 나중에 읽기 기능등 지원
  • 알림이(위치, 할일등이 있을때 알려주는 기능) 기능 탑재
  • 카메라 가능 확충 – 잠금 화면에서 사진 촬영 가능, 볼륨 버튼을 이용한 촬영 가능
  • 이메일 기능 개선
  • 아이패드용 양손 엄지 키보드
  • 무선 OS 업데이트 지원
  • 애플 제품 전용 메신저 탑재(아이메시지)
  • 게임센터에서 바로 게임 다운로드 가능
  • 무선 동기화 가능
  • 영영사전 탑재

아이메시지는 카카오톡을 눌러버릴 것인가?

대충 보셔서 아시겠지만, 카메라 기능 개선과 아이메시지를 제외하면 눈에 확- 띌만한 추가 기능은 없습니다. 아니, 대부분 기존 CYDIA 앱으나, 타 스마트폰에 이미 존재하는 기능들이라서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알림 센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 윈도 모바일 같은 느낌이고, OTA는 구글폰에서 이미 지원되던 기능이고. 나중에 읽기 기능이나 알림이, 트위터 등은 다른 별도의 앱에서 모두 지원하던 기능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와있던 기능들을, 모두 애플이 먹어버렸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하나 더하자면 트위터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내장하고 싶었겠지만, 페이스북은 애플을 싫어해요(응?). 이번엔 혁신성 0 였다고 해도 할 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아이메시지(imessage)의 탑재. 말 그대로 iOS 이용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맥)들 간의 전용 메신저입니다. (3G, 와이파이 상태에서 모두 이용 가능)

많은 분들이 카톡이 위험하지 않겠냐고 얘기를 해 주셨는데… 결론만 먼저 얘기하자면, 아이메시지가 못이길 것 같네요. ^^; 아이폰 쓰는 사람, 참 많은 것 같죠? 그런데 이 메신저란 것이, “내 친구”가 쓰지 않으면 정말 무용지물이거든요. (페이스 타임이 그리 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금도 최강 -_-의 메신저는 ‘문자 메시지’이며, 멀티 플랫폼에서 이용 가능한 카카오톡이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이 아이메시지가 PC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그땐 또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참, 아이메시지의 대화 내용은 암호화되어 애플 서버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아이클라우드는 모든 것을 먹고 싶어한다

그리고 마지막, 오늘 발표의 가장 핵심은 바로 아이클라우드입니다. 앞서 2가지 주제는 이 아이클라우드를 완성시키기 위한(응?) 사전 준비작업에 지나지 않다고 봅니다. 기존의 모바일미 서비스를 개편하여 메일, 캘린더, 주소록, 사진, 문서, 음악등을 모두 애플의 서버에 자유롭게, 자동으로 저장시키고, 꺼내쓸 수 있는 서비스. 심지어 백업까지 가능합니다.

메일, 문서등은 5G(캘린더, 주소록은 여기에 포함되겠지만 워낙 데이터량이 미미해서) 용량까지, 사진등은 별도로 최신 사진 1천장이 30일간 저장 가능하고, 앱과 음악은 자신이 구매한 그대로 저장 가능하며, 자신이 구입한 모든 단말기에 동기화 가능합니다. 여기에 1년에 25달러를 내면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통해, 아이튠즈에서 구입하지 않은 음악도 매치시켜(응? 아마 아이튠즈에 있는 음악 파일 태그와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의 음악 DB를 비교해서 목록으로 저장하는 듯)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언제라도 새 단말기를 사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그대로 백업하는 것이 가능.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음. 게다가 모두 공짜. 이로 인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등은 애플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된 ‘단일 단말기’의 역할로 변화. 오예. 멋집니다. 그런데 전 왜, 이런 변화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요?

애플의 새로운 전략이 두려운 이유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이번 발표로 인해 애플의 전략은 명확해졌습니다. 우선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이미 짜놨고, 애플의 기기를 쓸 경우 어떤 기기를 쓰더라도 콘텐츠 이용 경험이 끊어지지 않도록 판을 짜놨습니다. (PC에선 어느만큼, 예를 들어 아이클라우드의 메일, 주소록, 캘린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정입니다.)

여기에 개별 단말기는 더이상 PC에 종속적이지 않으며, 각각 진짜 ‘개별적인’ 단말기로서 사용 가능해집니다. 모든 내용은 애플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되며, 이용자는 백업이나 호환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어떤 애플사의 기기를 사더라도 자신의 자료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다시 말해, 이제 애플사에서 만드는 기기는 PC 종속에서 벗어나, 아이클라우드 종속적인 기기로 변해갈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그 댓가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모든 것에 수수료를 매기고, 이용자들에게 그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쪽으로 수익 모델을 점차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드웨어 판매에서 얻던 수익에 더해, 콘텐츠 유통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그를 위해 택한 것은 결국, 모든 것은 애플로.
애플의 기기에서, 애플이 만들어놓은 상점에서, 애플에게 수수료를 내며, 애플이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오로지 애플 안에서만 울고 웃으라. 애플은 당신을 편하게 만들어줄터이니.

지나치게 폐쇄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플이 흔히 말하는 ‘생산성’이나 ‘커뮤니케이션’으로 분류되는 기능들을 자신의 기본 기능으로 계속 포함시켜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요? 아시겠지만, 이쪽 기능들은 게임 다음으로 유료로 가장 많이 팔리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한번 깊게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꽤 어렵습니다.

결국 애플에서 만든 기기를 계속 사용하면 매우 편해지지만, 애플이 만들지 않은 기기를 구입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번 애플에서 공짜로 제공하게 된 서비스는, 관련된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던 개발자나 회사들 상당수를 물먹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톡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웹저장공간을 제공하는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물론 조금 섵부른 판단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애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어떤 ‘혁신’이 아닌, 편의성을 제공하며 ‘자기 안으로 옭아매기’, 흔히 말하는 ‘네이버 생태계’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서 그리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뭔가 갈수록 ‘함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살려면 내게 돈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뭐, 원래부터 그런 면이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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